영양사협회 위해 제정된 ‘국민영양관리법’?
영양사협회 위해 제정된 ‘국민영양관리법’?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9.09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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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유일한 영양사단체로 못 박은 영협 ‘특혜’
영협 회장 출신 손숙미 전 국회의원이 대표발의
손숙미 당시 국회의원이 본회의 표결에 앞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손숙미 당시 국회의원이 본회의 표결에 앞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영양사라는 직군에 대한 위상과 역할, 전문영역 등을 규정한 국민영양관리법이 사실상 ()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이하 영협)에 특혜를 주기 위한 법률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법 조문이 발견되고, 이로 인해 영협이 영양사 대상 법정교육과 정부 위탁사업 등에서 불합리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영협

국민영양관리법 제22(영양사협회)를 보면 제1항에 영양사는 영양에 관한 연구, 영양사의 윤리 확립 및 영양사의 권익증진 및 자질향상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영양사협회(이하 협회라 한다)를 설립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2항과 3항은 각각 협회의 형태(법인)와 따라야 할 법적근거(민법 중 사단법인)를 넣었다.

그리고 국민영양관리법 부칙 제3조에 이 법 시행 당시 보건복지부에 등록한 사단법인 대한영양사협회는 제22조에 따른 영양사협회로 본다라고 못 박았다. 국무총리령과 장관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아닌 법 조문 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본 조항 제22조는 기존 법령에서 여러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같은 보건의료직종 단체에 대해 언급되어 있는 의료법 제28조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각 전국적 조직을 두는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조산사회 및 간호사회(이하 중앙회라 한다)를 설립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하지만 현재 설립되어 있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어느 특정 단체도 지목하지 않았다. 또한 의료법 부칙에도 “(의사회 등의 설립에 관한 경과조치)의료법개정법률 시행일인 1973817일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설립된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조산사회·간호사회는 이 법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의료법의 시행 전에 이미 설립되어 있는 의사회 등의 단체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즉 국민영양관리법에서만 특정단체를 직접 지명하면서 이 단체로 하여금 직군을 대표하도록 지목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2010년 2월 26일 열린 제287회 국회(임시회) 제11차 본회의 모습. 대표발의한 당시 손숙미 국회의원의 심사보고에 이어 찬반투표가 진행돼 176명의 여야의원의 찬성으로 국민영양관리법이 가결됐다.
지난 2010년 2월 26일 열린 제287회 국회(임시회) 제11차 본회의 모습. 대표발의한 당시 손숙미 국회의원의 심사보고에 이어 찬반투표가 진행돼 176명의 여야의원의 찬성으로 국민영양관리법이 가결됐다.

 

정부·국회, 이례적인 법안 지적

보건복지부 내의 한 정책 담당부서 관계자는 특정단체를 법 조문 안에 명시한 것인데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보건의료직종은 물론 다른 직종에서도 특정단체를 직접 법안에서 지정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도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다. 야당 소속의 한 의원실 비서관은 법의 특성상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단체를 법조항은 물론 시행령과 시행규칙 내에도 직접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 조항이 어떻게 통과가 되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회의원실 보좌관 역시 수만 개의 관계 법령을 다 확인해볼 수는 없지만 법령 제정 시 본 적이 없는 사례라는 입장을 표했다.

이 법은 지난 2008년 영협 회장 출신인 손숙미 전 국회의원(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한국영양교육평가원장)이 대표발의한 법으로, 2년간의 논의를 거쳐 20103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영양사 직군의 보수교육이 다시 부활돼 당시 영양()사들은 크게 환영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협이 영양사 직군의 권익보호는 뒷전인 채 이 법을 토대로 수익사업에만 골몰하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는 것.

법정교육부터 정부사업까지 싹쓸이

특혜 논란의 핵심은 이 법에 근거해 영협만이 영양사 직군을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영양사 대상 법정교육은 물론 정부의 민간위탁사업과 타 단체와의 협력 사업마저 영협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 영양사 직군의 이익과 위상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영협에 대한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개선을 위한 미동도 없이 지난 몇 년간 이런 비판은 절정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예로 4대 식품기업의 학교 영양()사 리베이트 사건에서도 철저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영양사의 처우개선과 새로운 영역 발굴에는 일체 관심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히려 영양사 법정교육을 수익사업화하고 예산을 빼돌린다는 의혹과 함께 영양사학술대회에서는 리베이트 주범인 기업을 식품·기기전시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리베이트 주범기업과 손을 잡은 것이냐라는 따가운 시선마저 받은 바 있다.

영협 대신할 기구·협회 절실

서울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영협이 전체 영양사의 권익보호와 위상강화를 하겠다고 내세우지만 영협은 특정 분야 영양사 외에는 관심도, 대변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특히 학교 영양()사들은 철저히 무시해왔는데 법 조문에 영협을 명시해가며 이익을 보장해주고 있었다니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지역의 또 다른 영양사는 영양()사들의 권익보호와 의견 수렴에 있어 영협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보다도 못한 지경에 이르렀다영협을 믿지 않은지 오래됐지만 대신할 수 있는 기구와 협회를 세우는데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늘 답답한 마음만 안고 산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협의 조직이 세분화되어 영양사 근무 분야별로 새로운 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모든 의사들이 가입하고 있는 단체지만 실질적인 활동과 의견 수렴은 정형외과의사회, 산부인과의사회 등 분야별 의사회가 맡는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와 분야별 의사회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영협 역시 학교와 산업체, 복지시설 등의 분야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민영양관리법의 조문 수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영협에 불합리한 특혜를 주는 법령 수정이 먼저라며 영양()사들의 의견을 모아 개정 청원운동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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