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식재료가 학교급식 위협한다
부실한 식재료가 학교급식 위협한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9.16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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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풀무원 푸드머스 급식 케이크 식중독 파문 분석 ②
eaT과 공동조달제도도 과도한 가격하락 유도, “학생들이 피해자”

-편집자주-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를 유발시킨 후식용 케이크 문제가 깊은 파장을 타고 사회적 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원인균 분석과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얼마든지 이 같은 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본지에서는 3회에 걸쳐 이번 사건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함께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이번 풀무원 푸드머스로 인한 대규모 식중독 환자 발생 사건에 대해 ‘사실상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급식에 쓰이는 식재료들이 식품안전과 질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제조업체의 ‘판란’ 사용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이 읽히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체였던 더블유원에프앤비 측이 제조과정에서 일부라도 판란을 사용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제조업체만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아 갈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당초 제조를 의뢰한 풀무원 푸드머스 측에서 납품단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제조업체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판란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로 본지 확인 결과, 판란과 전란(액상 계란)의 가격의 차이는 꽤 큰 편이었다. 지난 13일 기준 판란은 1kg에 2760원이었고 ‘난백’(계란 흰 자)은 1kg에 4600원, 난황(계란 노른자)은 6900원이었다. 판란의 가격은 액상계란의 1/2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서울지역의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풀무원 푸드머스는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있을 정도로 제조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행태로 유명했는데 더블유원에프앤비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위생안전에 취약할 것을 알면서도 판 계란을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제조업체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테지만 풀무원 푸드머스 역시 그동안 관행이 잘못되지 않았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푸드머스는 이번 식중독 파문에 앞서 과거에도 식재료를 불성실하게 공급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돈까스 제품은 돼지고기 등심 부위를 사용하는데 학교 측의 입찰 현물설명서에 단순히 ‘돈까스’라고만 기재하자 등심 부위 대신 저렴한 안심 부위를 사용한 돈까스로 응찰해 낙찰 받아 납품했다는 것이다.

경기지역의 한 식재료업체 대표는 “돼지고기 안심은 등심가격의 70% 수준에 불과할 것인데 이렇게 저렴하고 질이 낮은 식재료로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행태를 풀무원 푸드머스가 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15일 열렸던 부산교육청과 식재료제조업체 관계자들의 간담회 모습. 이날 제조업체들은 과도한 식재료가격 하락에 대한 대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뚜렷한 대안은 전혀 제시되지 못했다.
지난 6월 15일 열렸던 부산교육청과 식재료제조업체 관계자들의 간담회 모습. 이날 제조업체들은 과도한 식재료가격 하락에 대한 대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뚜렷한 대안은 전혀 제시되지 못했다.

식재료의 질을 위협하는 가격 하락에는 제조 의뢰업체의 ‘갑질’만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전국 1만여 개의 학교가 이용하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이 있다. 지방계약법에 따라 낙찰하한율인 88%/90%의 가격 하락이 적용되는 시스템인 eaT는 그 구조상 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가격 하락이 일어난다. 학교 측에서 제시하는 기초가격은 이미 일반 시중가격보다 가격이 낮은 상태이고, 여기에 대량 납품으로 인한 업체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에 더해 eaT 낙찰하한율에 따른 가격 하락이 더해지면서 식재료의 납품가격은 심각할 정도로 낮아진다.

일부지역에서 시행하는 식재료 공동조달 역시 가격 하락에 일조한다. 부산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의 학교급식 식재료공동조달은 이른바 직납업체(유통업체) 위주로 공동조달이 진행되면서 제조업체들에게 최대 30% 이상의 가격하락이 강제된다. 제조업체들은 “공동조달 과정에서 과도한 가격 하락을 요구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책과 대안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공공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학교급식에서 큰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는 분명 잘못됐지만 그래도 업체 유지를 위한 최소한 수익은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급식의 질은 식재료가 보장하는 것이고 식재료의 질 하락은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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