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급식 식재료, 어디 없나요...”
“안전한 급식 식재료, 어디 없나요...”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9.30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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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풀무원 푸드머스 식중독 파문
제조 의뢰하는 OEM과 eaT의 가격 하락 유도… “결국 학생들이 피해자”
“아직 터질 폭탄 많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위험
식재료 안전 위협하는 ‘단가 인하’ 관행 바꿔야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를 유발시킨 후식용 케이크 문제가 깊은 파장을 타고 사회적 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원인균 분석과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얼마든지 이 같은 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해 분석해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5일 부산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집단 식중독 증세는 이튿날부터 전국 곳곳으로 확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이하 식약처)의 집계에 따르면 식중독 환자 수는 지난 12일까지 2207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교육부(장관 김상곤)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는 감염원이 풀무원 푸드머스(이하 푸드머스)의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푸드머스가 의뢰해 더블유원에프엔비(경기 고양시 소재, 이하 제조업체)가 OEM 방식으로 제조한 이 케이크는 급식 메뉴 중 후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량 완제품으로 납품됐다. 이 때문에 식재료 납품 시 검수를 담당하는 영양(교)사, 조리사가 제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급식에 포함됐고, 대규모 식중독 사고로 이어졌다.

식약처 조사 결과를 보면 케이크의 재료인 크림에서 균이 검출됐고, 크림은 ‘난백’(계란 흰자)으로 만든다. 난백 오염이라면 일단 2가지 가설이 제기된다. 제조업체에 난백을 공급한 업체에서부터 이미 오염됐거나, 제조업체의 제조과정 중 난백이 오염됐을 가능성이다.

대부분 제과제빵업체는 ‘판란’(판에 담겨 일정 수량 단위로 판매되는 계란) 대신 대부분 액상계란인 ‘전란’(껍질을 제거해 곧바로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액상 계란)을 사용한다.

판란은 껍질 조각이 조리과정에서 음식에 혼입될 수 있고, 계란껍질의 위생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식중독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와 교육청 등은 제조업체가 낮은 제조단가를 맞추기 위해 판란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제조를 의뢰한 푸드머스 측에서 납품단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제조업체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판란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본지 확인 결과, 판란과 전란의 가격 차이는 꽤 큰 편이었다. 지난 13일 기준 판란은 1kg에 2760원이었고, 전란 중 난백은 1kg에 4600원, 난황(계란 노른자)은 6900원이었다. 판란의 가격이 난백의 6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식중독이 대규모로 발생한 지역 중 한 교육청 관계자는 “보건당국과 풀무원 관계자들이 해당업체 조사 결과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계란껍질 때문이라고 확인해줬다”며 “다만 계란껍질이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조업체가 난백과 판란을 동시에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제조업체가 만든 케이크의 양이 7480상자, 무게로는 6.7톤(6720kg)에 이른다. 당연히 소비되는 난백의 양도 상당하다. 게다가 해당 제품은 푸드머스가 9월에 출시를 준비한 제품으로 전국에서 주문 의뢰가 많이 들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난백은 특성상 유통기한이 극도로 짧고 빠른 시간 내에 조리해야 하기 때문에 재료가 부족했던 제조업체 측이 일부는 난백을, 일부는 판란을 썼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반면 난백이 공급업체에서부터 오염됐었다면 더 자세한 조사가 요구된다. 난백 공급업체의 생산라인은 물론 이미 공급된 타 제조업체까지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지난 11일부터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체 측은 일단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조업체 김모 대표는 “난백을 사용했다”고 해명했으나 본지의 추가 질문에 대해서는 “식약처 조사를 받고 있다”며 더 이상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푸드머스 관계자는 지난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 이외에는 아직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면서 “식약처와 제조업체에 확인한 결과 판란은 받지 않고 난백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만 밝혔다.

한 급식 관계자는 “이번 식중독 파문으로 인해 ‘바른 먹거리’를 내세운 풀무원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메뉴에서 해당 브렌드를 제외할 뿐만 아니라 이미 발주한 것도 취소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며 “케이크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거부하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장이 길게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이번 푸드머스로 인한 대규모 식중독 환자 발생 사건에 대해 ‘사실상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급식에 쓰이는 식재료들이 식품안전과 질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제조업체의 ‘판란’ 사용 의혹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혀진다.

실제로 제조업체였던 더블유원에프앤비 측이 일부라도 판란을 사용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제조업체만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푸드머스에 대해 같은 제조업체들 역시 강한 비판을 내놓는다. 급식 식재료의 질 대신 지나치게 이윤 추구만 노린다는 것.

지난 1월 부산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의 학교급식 식재료공동조달에 참여한 푸드머스는 공동조달 추진단 측에서 제시한 ‘돈육 탕수육’ 품목에서 일반적으로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등심 부위 대신 후지(돼지 뒷다리살)나 전지(돼지 앞다리살)를 사용한 제품을 응찰해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4개 업체가 응찰한 이 품목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푸드머스 제품만 낙찰됐다.

응찰가는 3개 사가 7300~7600원인 반면 푸드머스 제품은 6600원에 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탕수육에 후지를 쓰면 단가가 낮아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아이들이 먹는 것이라 통상 맛과 품질이 월등한 등심을 쓴다”며 “푸드머스는 입찰 현품설명에서 ‘돈육’이라고만 기재한 것을 이용해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해 이윤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식재료의 질을 위협하는 가격 하락에는 이 같은 형태만 있는 건 아니다. 전국 1만여 개의 학교가 이용하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도 가격 하락에 일조한다. 지방계약법에 따라 낙찰하한율인 88%/ 90%의 가격 하락이 적용되는 시스템인 eaT는 그 구조상 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가격 하락이 일어난다. 학교 측에서 입찰에서 제시하는 기초가격은 일반 시중가격보다 낮은데 여기에 대량 납품으로 인한 업체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와 낙찰하한율에 따른 가격 하락이 더해지면서 실제 식재료의 제조단가는 심각할 정도로 낮아진다.

일부지역에서 시행하는 식재료 공동조달 역시 가격 하락을 조장한다. 부산교육청의 학교급식 식재료 공동조달은 직납업체(유통업체) 위주로 공동조달이 진행되면서 제조업체들에게 최대 30% 이상의 가격하락이 강제된다.

제조업체들은 “공동조달 과정에서 과도한 가격 하락을 요구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책과 대안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공공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학교급식에서 큰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는 분명 잘못됐지만 그래도 업체 유지를 위한 최소한 수익은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급식의 질은 식재료가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식재료의 질 하락은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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