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비정규직 수두룩… “왜곡된 인력 구조 갈등 키워”
학교급식 비정규직 수두룩… “왜곡된 인력 구조 갈등 키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10.14 18:2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양교사·영양사·정규직 조리사, 상호 보완이 아닌 갈등 대상
“교육부와 교육감 의지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 ‘결단’ 필요”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 1단계-경기도 파주시의 A고등학교 B영양사는 평일이면 아침 8시까지 출근한다. 3식을 하는 이 학교에 온지 7년차 B영양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조식을 관리하기 위해 아침 6시 30분에 출근했다. 하지만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해 저녁 9~10시에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되자 급기야 몸에 무리가 왔다. 900명 재학생 중 아침을 먹는 학생은 대략 50여 명. B영양사는 출근시간을 뒤로 늦추고 조리사를 중심으로 조리원들이 돌아가며 식재료를 검수하며 조리하고 있다.

# 2단계-8시 조식이 끝나면 곧바로 중식과 석식용 식재료 검수를 한다. 육류의 무게와 유통기한, 납품업체의 ‘타코메타’(냉동용 운반차량의 온도유지 기록지)를 확인하고, 냉동고에 보관한다. 이어 수산물과 야채, 공산품까지 확인을 마치니 오전 9시 30분. 식재료 양이 많은 날은 2시간이 걸린다. 곧바로 아침조회를 열어 조리종사자들의 건강과 질병 등 문진을 한 뒤 조리사와 식단 및 조리법 등을 논의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10시에는 조리를 시작해야 한다.

# 3단계-본격적인 조리가 시작되는 10시 30분부터는 밀린 서류업무를 처리한다. 교육청에서 요청하는 공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음 달 급식 식재료 계약을 위한 입찰준비 기간은 더욱 바쁘다. 종종 조리사가 들어와 검식을 부탁하면 일어서지 않을 수도 없다. 행정실 등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다보니 어느새 11시 30분.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응대하며 배식과정을 살펴본다. 학생들은 반응이 어떤지, 음식은 부족하지 않은지 신경이 곤두선다.

# 4단계-중식을 마치면 1시간 정도 휴식이다. 조리종사자들은 쉬지만 영양사는 쉴 수 없다. 그 시간에도 마무리해야 할 서류업무. 그리고 또다시 전쟁 같은 석식을 마치면 오후 7시가 넘는다. 조리실에서 설거지와 바닥청소 등 뒷정리를 마치는 동안 그날의 업무를 마무리하면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리기 마련이다. 학교 행정실의 다른 직원들은 탄력근무제나 주 52시간 근무 때문에 일찍 출근하면 일찍 퇴근하는데 혼자 근무하는 B영양사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3식 급식 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들의 대동소이한 일상이다. 3식이 아닌 2식 학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영양(교)사 추가 배치가 ‘필수’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보다 체계적으로 급식을 관리하며, 식단 연구와 함께 학생 개개인의 요구를 수용하고, 동시에 식습관 개선을 위한 식생활교육도 병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인의 영양교사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2인 영양교사 배치는 그동안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일단 영양교사 수가 부족해 1인 1교 배치도 어려운데다 선발인원조차 극히 적었다.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전국의 영양교사는 5200여 명인데 급식을 하는 학교 수는 1만1747개였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영양교사 배치의 물꼬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지난해였다.

역대 최대 규모인 537명의 영양교사가 선발된 것이다. 직전 연도에 97명이 선발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여기에 교육부도 앞으로 5년간 선발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하면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곧이어 또 다른 문제점이 대두됐다. 신규 영양교사를 선발해도 임용할 학교가 없었다. 즉 영양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에는 이미 고용이 보장된 일종의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 영양사가 배치되어 있어 자연 결원이 되지 않은 이상 영양교사를 추가로 배치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영양교사 선발인원 확대는 교육공무직 영양사가 임용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년 내내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급식에 매진하는 교육공무직 영양사가 임용시험을 통과하기란 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경기교육청과 경기교총이 합의한 2018년 단체교섭안. 1교당 1인의 영양교사 확보와 함께 2식 이상 학교에는 2인의 영양교사를 배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지난달 경기교육청과 경기교총이 합의한 2018년 단체교섭안. 1교당 1인의 영양교사 확보와 함께 2식 이상 학교에는 2인의 영양교사를 배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현재 중학교 이상, 2·3식 학교는 교육공무직 영양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2·3식 학교 2인 배치’라는 명목으로 교육공무직 영양사가 근무하는 학교에 신규 영양교사를 배치할 경우 무기계약직 ‘선임’ 관리 하에 정규직이 ‘후임’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해 관리 체계가 흔들릴 우려가 생긴다.

이밖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혼재에 따른 문제는 무기계약직 영양사와 정규직 조리사 간에도 있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정규직 조리사는 2100여 명. 이로 인해 교육공무직 영양사와 정규직 조리사가 함께 배치된 학교에서는 심한 갈등이 발생해 휴직자가 나오곤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학교급식 종사자 간의 갈등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은 왜곡된 인력구조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충남 A중학교 영양사는 “영양교사와 교육공무직 영양사·정규직 조리사 간의 갈등 등은 왜곡된 인력구조로 인한 문제점들이 내재돼 있다가 학교급식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계속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인사정책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기교육청-경기교총의 합의안의 경우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2식 이상 제공 학교에 ‘영양교사, 2명 배치’라고 못박은 것으로 영양교사 2인 배치가 얽혀 있던 인력구조 실타래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영양교사를 더 많이 선발하며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명분삼아 교육공무직 영양사만을 위한 ‘제한경쟁임용시험’을 도입한 후 정규직 조리사도 차례로 늘릴 수 있다는 것.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교육부와 각 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면 제한경쟁임용 등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제도로 본다”며 “이번 경기도의 합의안이 잘 반영돼 학교급식에 더 많은 정규직 종사자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현례 2018-10-15 12:45:59
오랜만에 좋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