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겉절이김치 등 비가열 식품 집중관리, HACCP 제도 내실화도 마련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정부 보건당국이 지난달 초순 전국적으로 2200여 명의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에 감염된 사건과 관련해 식중독의 원인을 밝히고, 학교급식 식중독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식중독 재발방지 대책의 주요 대상이 잘못됐다며 ‘학교’가 아닌 ‘외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유은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는 지난 5일 공동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대규모 집단급식소 식중독과 관련해 정부 합동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은 ▲학교급식소에 대한 식중독 예방관리 강화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업체 등에 대한 관리 강화 ▲HACCP 인증제도 내실화 등이다. 우선 보건당국은 학교급식소에 대한 식중독 예방을 위해 이번 식중독 파문의 원인으로 밝혀진 디저트용 케이크를 비롯한 완제품 형태의 식재료와 위해 우려 식재료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학교에 제공되는 완제품 공급현황을 분석해 제공 빈도가 높고 알가공품(난백액 등)을 사용한 케이크, 크림빵 및 푸딩 제품에 대해 지난달 27일부터 긴급 수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 12일까지 500여 개의 전체 케이크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원료 보관온도 준수, 유통기한 경과 원료 사용 등 적정원료 사용 등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에 대해 특별위생점검도 실시했다.
식중독의 원인이 되었거나 별도 가열 없이 급식에 제공되는 식재료를 목록화해 특정시기에는 식단에서 제한되도록 하고, 부득이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식재료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학교급식소 합동점검 시 검사를 강화한다.
학교급식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학교급식 시설 현대화 공사 또는 야외활동 등에 따라 외부에서 제조한 음식으로 임시 급식을 실시하는 경우나 도시락을 제공하는 급식업체에 대해서는 사전 점검을 실시하고, 알가공업체에 대한 자가품질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살모넬라 등 식중독균 검사를 제품 유형별 1개 품목에서 생산 순위 상위 5개 품목으로 확대한다.
지속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HACCP인증제도도 개선된다. 특히 축산물 HACCP은 법령개정을 통해 영업자가 자체적으로 기준을 세워 운영하던 방식에서 전문기관을 통해 사전 평가받아 인증서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개선하며 3년 주기로 재인증한다.
그리고 기존 HACCP평가를 사전에 예고해왔던 방식에서 앞으로는 사전에 예고하지 않는 HACCP 평가를 전면 시행한다. 이외에도 ‘즉시 인증취소’ 기준 역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식중독 발생 원인을 제공하거나 기준·규격 부적합이 발생한 업체에 대해서는 확인 즉시 HACCP 기준 이행현황을 평가하기로 했다.
“문제는 ‘학교 외부’, 업체관리 강화해야”
이번 보건당국의 개선책을 두고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위생·안전관리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옳지만, 식중독 발생의 원인을 학교 내부보다는 학교 외부에 둬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교급식소는 영양(교)사의 관리 하에 위생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고, 학교급식소에 대해 학교 내 급식소위원회부터 학부모, 교육지원청, 지역보건소 등의 위생점검과 관리가 수시로 이뤄진다. 조리와 배식과정도 마찬가지다. 남은 것은 학교 외부에서 들어오는 식재료 관리다. 이번 풀무원 푸드머스 식중독 사태의 원인도 외부업체에서 들여온 식재료가 원인이었다.
학교급식의 식재료는 당일 입고·당일 소진이 원칙으로, 학교급식소에서는 매일 아침 납품되는 식재료를 철저하게 검수한다. 유통기한과 제품의 상태 확인은 물론 중량과 변질 여부도 꼼꼼히 살핀다. 하지만 이번 케이크처럼 완제품으로 조리가 되어 납품된 제품은 현장에서 배양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한 육안으로는 식중독균을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교급식소에 납품되기 전 단계의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지역 A중학교 영양사는 “급식인원이 적은 초등학교라면 몰라도 1000여 명 이상의 학교, 특히 2·3식 학교에서는 완제품을 사용하지 않고는 급식시간까지 조리를 마치는 것이 매우 힘들고, 급식비 단가 또한 맞추기가 어렵다”며 “이번 대책에서 언급된 완제품의 식단 제외 등의 방법은 임시방편일 뿐 식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B고등학교 영양사는 “2·3식 학교에서는 조리종사자의 인원이 적어 손이 많이 가는 식단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완제품과 적절히 조화해야 된다”며 “조리종사자 수를 늘리거나 급식비 단가를 올려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최근 인건비 인상분을 따라잡는 것만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학교에서 발생하는 집단 식중독은 원인을 따져보면 급식이 원인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은데도 외부에서는 무조건 급식이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서 억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이번 풀무원 사태를 계기로 식재료 납품업체 관리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납업체의 식재료 오염여부 보고, 의무화돼야
이번 대책의 공급업체 관리방안 또한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임시 급식 시 도시락업체 혹은 알가공업체, 즉 ‘간납업체(제조업체)’만을 대상으로 삼고 식재료를 직접 학교에 납품하는 ‘직납업체(유통업체)’에 대한 관리 방안은 빠져있다.
경기도의 한 식재료업체 관계자는 “살모넬라균이 난백 제공업체에서부터 발견되어 원인이 규명됐지만, 완성된 케이크를 운반할 때 직납업체가 냉동차량의 냉동장치를 끄고 운전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었다”며 “차량 운행 시 소모되는 유류비를 줄이기 위한 이 같은 행위는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인데 직납업체의 이러한 부당한 관행도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영양(교)사들은 식재료의 오염여부 확인을 직납업체 의무사항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식중독 신속 검사장비 등을 업체가 갖추고 정기적으로 신속 검사 결과를 학교 측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지역의 D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병원성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등 17종의 식중독 유발균을 최대 4시간 이내에 검출할 수 있는 장비는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안다”며 “직납업체가 필히 이 같은 장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