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법에 유치원 포함? “심도 깊은 논의해야”
학교급식법에 유치원 포함? “심도 깊은 논의해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11.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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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끝에 박용진 의원, 학교급식법 등 3개 법 개정안 발의
“부실급식 해결 위해 필요” vs “영양(교)사·시설·관리인력 대책부터 세워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그동안 만연했던 사립유치원의 비리에 대해 국민들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과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사립유치원의 비리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학부모들을 분노하게 한 비리 유형은 급식비 횡령과 이에 따른 불량급식 운영이었다.

사립유치원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립유치원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국가의 지원금을 받는 사립유치원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교육재정정보시스템 ‘에듀파인’의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 그리고 학교급식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유치원을 학교급식의 범주 안에 넣겠다는 계획은 학교급식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의원실에서 급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편집자주 -


변호사, 노무사, 전직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 이하 경기교육청) 시민감사관이 사립유치원 불법 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2017 시민감사관 활동 보고서’를 보면 사립유치원의 다양한 비리가 적나라하게 기재되어 있다. 사립유치원들의 부적절한 예산전용 행태 및 회계분리 원칙 미준수와 함께 상당히 많은 사례가 급식과 연결되어 있다. 사지도 않은 식재료를 샀다고 기재하거나 식재료를 사면서 원장 개인의 물품은 물론 부적절한 물품도 함께 사는 등의 행위가 만연해 있었다.

또 컵라면, 소주 등 원아 급식으로는 적절치 않은 식품을 급식비로 구매하기도 했다. 영수증을 조작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사립유치원 비리의 대명사격이 된 경기도 동탄 환희유치원은 급식비 대신 성인용품을 사거나 영양사를 고용하지 않았으면서 고용한 것처럼 꾸민 뒤 인건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지원금을 받는 통장을 원장 개인 명의 통장으로 받은 뒤 원장이 가정용 식품과 잡화를 사거나 원장 가족의 외식비를 ‘교직원 식비’로 낸 경우도 있었다.

급식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이유는 이처럼 급식비가 제대로 쓰여지지 않으면 당연히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급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학부모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투입하는 세금은 한 해 무려 2조 원에 이른다. 사립유치원당 연간 4억6000만 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감시와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사립유치원의 실태에 대해 각종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이 국회에 이른바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의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박용진 의원실)
지난 23일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이 국회에 이른바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의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박용진 의원실)

박용진 의원, 학교급식법 등 3개 법 개정안 발의

지난 15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의 비리실태를 고발하고, 지난 3년간 교육청의 특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사립유치원의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은 지난 22일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이른바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용진 3법은 ▲폐원 이후 10년 이내 다시 개원하는 ‘간판갈이’를 막고, 부당하게 사용한 유치원 보조금·지원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 ▲사립학교 경영자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 목적 이외에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유치원도 학교급식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하도록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3가지다.

사립유치원이 예산을 낭비할 수 없도록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의 적용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한편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법령 개정에 나선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도 적극 찬성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투명한 회계시스템 없이는 비리 문제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을 때 에듀파인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공개된 감사 결과에서 적발률이 91%가 넘는다는 것은 유치원 전반에 비리가 만연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전국 모든 사립유치원을 조사해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치원을 학교급식법에? 대규모 변화 불가피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박용진 의원의 추진 요구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유치원을 학교급식의 범주에 넣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판단을 유보하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유치원을 학교급식의 범주에 넣는 과정은 간단히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양(교)사와 조리종사자 일자리 확보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현재 안정된 학교급식 체계를 흔들 수 있는 법안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유치원급식은 그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집단급식소임이 분명한데도 영양사 없이 운영된 유치원이 상당수인데 유아교육법에 급식과 관련된 법 조항이 미비해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 B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유치원의 급식은 관리·감독기관이 애매하다”며 “규정상으로는 학교급식의 범주가 아니기에 교육지원청의 유아정책팀 담당자들이 맡는데 급식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감독은 물론 유치원의 자문 요청에도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치원을 학교급식의 범주에 넣는 과정도 쉽지 않다. 학교급식법에는 모든 학교에 1명의 영양교사와 다수의 조리종사자를 배치하도록 명문화되어 있고 조리시설 및 기구, 운영방침 등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현재 전국의 유치원 수는 4239개. 이곳에 영양교사와 조리사 등을 배치하고 조리시설을 기준에 맞도록 개선하는 데에 얼마나 예산이 소요될 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경북 B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정부에서 비교과 교사를 확충하기 위해 영양교사 선발인원을 대폭 확충하고 있는 와중인데 ‘유치원은 나중에 학교급식의 범주에 들어왔으니 좀 기다리라’고 할 것인가”라며 “충분히 명분과 여건이 갖춰진다면 자연스럽게 학교급식의 범주에 유치원이 포함될 것인데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관리·감독의 문제도 있다.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까지 현재 교육지원청의 급식담당 인력 확충은 필수다.

반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었던 유치원급식의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유치원은 그동안 어린이집과 학교 사이에 끼어 애매한 관리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유치원급식 분야는 교육부 내에서도 급식 담당부서인 학생건강정책과의 관리가 아닌 유아정책과의 소관이었다. 유아정책과 내에 급식 전문인력이 없는 것은 당연.

인천시 C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병설유치원만 해도 마치 초등학교에 떠넘겨져 있다시피 운영되어 왔었다”며 “영양(교)사 및 조리종사자 고용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비해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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