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국정감사는 매년 10월 경 국회가 진행하는 한 해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기능을 하는 국회가 행정부에 자료를 요청해 분석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각 부의 장관들에게 질의해 잘못된 점을 공식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자리다.
당연히 그동안 묻혀있던 수많은 문제들이 드러내지고 방송도 탄다. 그러다 보니 299명의 국회의원 중 그동안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큰 격려를 받는 자리가 되곤 했다. 그리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그 역할을 하는 중이다.
사립유치원의 광범위한 비리행태를 공개한 박 의원이 지금처럼 주목받는 데는 사실 사립유치원들이 자초한 점도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 5일 박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 정책토론회’를 당사자인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집단으로 몰려가 저지시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되던 박 의원이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였다. 박 의원은 여세를 몰아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를 강행하면서 언론의 관심은 물론 국민들의 격려와 후원금 세례를 받았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기자는 한유총의 저런 무리한 행위를 보면서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이하 영협)를 떠올렸다. 경기도교육청의 시민감사관 감사보고서를 한유총 임원들이 접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들 역시 잘못을 저지른 유치원이 많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일부의 행위로 전체 사립유치원을 평가하지 말라’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한유총의 입장은 사실과 다를 뿐더러, 국민 여론과도 극명하게 달랐다. 국민들은 한유총에 손가락질을 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한유총에서 영협을 떠올린 이유는 그들의 행동력이었다. 영협은 지난해 내내 학교 영양(교)사들을 힘들게 한 4대 대기업 리베이트 사건에서 학교 영양(교)사들의 대변은 고사하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한유총과 같은 집단행동은 물론 단 하나의 성명서도 없었으며, 언론에 의견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영협은 국민 여론의 비판을 피해 나갔지만, 학교 영양(교)사들은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의 공개 토론회를 집단행동으로 무산시킨 한유총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회원인 사립유치원들이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그것을 부인하고, 감추려는 시도마저 벌였다. 한유총은 그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 영양(교)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립유치원의 비리행위와 결이 다르다. 그 의도가 다르고, 규모가 다르고, 결과도 다르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영양(교)사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은 수사권이 없는 교육청의 자체 조사에서도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수사로도 이어져 억울함을 호소하는 영양(교)사들이 전국에서 울부짖었다. 이처럼 막막했던 영양(교)사들은 유일한 영양사 단체인 영협만 바라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이제 영협은 최소한의 학교 영양(교)사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격과 신뢰마저 잃었다. 영협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