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복통과 설사… “무조건 학교급식 탓”
학생들 복통과 설사… “무조건 학교급식 탓”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18.10.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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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단골 이슈 학교 식중독, ‘원인불명’도 ‘급식 탓’
올해 식중독 원인균 검출된 33건 중 ‘급식 원인’은 고작 6건

[대한급식신문=정지미·김기연 기자]‘억울한 학교급식’. 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을 무조건 ‘학교급식 탓’으로 돌리려는 정치권과 보건당국의 태도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사실 확인이 부족한 발언과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먼저 김한표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은 지난 3년간 발생한 식중독 건수보다 많은 125건에 달한다. 김승희 국회의원(자유한국당)도 지난 15일 “식중독 발생이 가장 많은 곳이 ‘학교급식’”이라는 취지의 자료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이하 식약처)의 자료를 토대로 ‘장소별 식중독 발생현황’을 발표하면서 올해 9월 17일까지 ‘학교급식’에서만 121건의 식중독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을 각종 언론매체가 기사화하면서 ‘학교급식이 식중독의 온상’이라는 식의 보도가 양산됐다.

그러나 실제 자료를 보면 사실과 많이 다르다. 김한표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건수는 모두 125건이지만, 이 중 최소한의 검사인 원인균 검출이 끝난 사례는 33건에 불과하다. 식중독의 경우 DNA검사를 통해 법정 감염병을 일으키는 균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정밀검사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균이 확인됐으면 감염자들의 동선과 감염경로, 전파여부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은 빠르면 3개월에서 6개월 가량으로 최대 9개월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난 6월 이후에 발생한 식중독 사고는 아직 원인균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33건을 제외한 92건은 식중독이 맞는지조차 불명확한 상태인 것. 원인균 검사가 끝난 33건 중에서도 식중독 균이 검출되지 않는 사례는 8건이나 된다. 이는 앞서 식중독 지연신고로 억울한 벌금을 받은 경북의 모 학교처럼 ‘식중독이 추정’될 뿐이라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보건당국에서는 무조건 ‘학교급식 탓’이라고 호도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25건의 식중독 역학조사 결과, 실제로 원인식품이 학교급식으로 확인된 사례는 25건 중 6건이었다. 특히 급식이 원인으로 확인된 사례는 명확해 오이생채, 봄동겉절이, 포기김치 등 6건을 제외하면 모두 원인식품이 불명이다.

원인균이 규명되도 급식과 관련이 없는 경우도 많다. 25건의 역학조사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14건이나 된다. 그러나 14건 중 원인식품이 규명된 사례는 4건뿐이며 나머지는 사람간 전파 혹은 원인식품 불명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물로 인해 쉽게 감염되는데 사람간의 감염 또한 매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급식 탓’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세종시의 한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급식만 먹는 것이 아니고 간식도 먹고 때로는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도 먹는데다 학원에서는 늘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며 “원인불명이라면 모두 학교급식 탓으로 보는 정치권과 보건당국의 태도는 잘못됐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경기도의 한 영양사도 “보존식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이유는 오로지 식중독 발생 시 원인규명을 위해서인데 보존식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영양(교)사에게 징계와 심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일부 영양(교)사들은 “영양(교)사의 위상과 권위가 땅에 떨어져서 그렇다”는 한탄도 내놓고 있다. 한 영양교사는 “보건당국은 몰라도 정치인들에 대한 대처는 영양사단체가 힘을 써줘야 하는데 그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실망한 영양(교)사들이 또다시 상처받고 의기소침해지면서 영양(교)사의 위상과 권위는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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