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영양교사’ 때리기, 학교급식은 멍든다
근거없는 ‘영양교사’ 때리기, 학교급식은 멍든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10.31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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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교사 임용인원 확대 이후 포털사이트와 청와대 국민청원에 ‘폐지’ 요구
일각에서는 ‘마치 댓글 알바 같다’는 지적도, 적극 대응 요구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영양교사 폐지' 청원들.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영양교사 폐지' 청원들.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인터넷상에서 퍼지고 있는 근거없는 ‘영양교사 때리기’가 도를 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직적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영양사단체를 중심으로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1일을 기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영양교사 폐지’를 주제로 한 국민청원이 지난해 말부터 20건에 달한다. 대부분이 “영양교사 대신 식품위생직 공무원으로 임명해야 한다”거나 “영양교사는 수업을 하지 않고 교무 업무에도 제외되어 있는데 교사로 불릴 수 없다”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영양교사’를 주제로 한 언론보도에는 이와 비슷한 주장을 담은 댓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포털 사이트는 물론 인터넷 카페와 본지를 비롯한 급식 전문 매체의 기사에도 비슷한 댓글이 게재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특히 지난해 8월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감지된다. 영양교사를 비롯한 보건교사, 사서교사 등 비교과교사 선발인원을 정부가 대폭 확충하기로 하면서부터로 추정된다. 비교과교사 선발규모가 늘어나면서 국어와 수학 등 교과교사 선발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근거없는 피해의식 때문이라는 것. 매년 전국 17개 교육청이 100명 미만으로 선발해온 영양교사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2018학년도 548명으로 비약적으로 늘었고 2019학년도에도 412명에 달했다.

하지만 10여년 이상 꾸준히 지속되어온 전체 학생수 감소로 인해 교과교사 선발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비교과교사들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며 일선 영양(교)사와 급식 관계자들은 불쾌감을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초등교사의 경우 선발시험을 통과하고도 아직까지 임용이 되지 않은 임용대기자가 전국적으로 2000명에 달했다.<조승래 국회의원 ‘초등교원 미발령 임용대기자 현황’ 참조> 학생수 감소로 인해 교과교사가 남아돌고 있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생들이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학생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영양교사 선발규모 확대가 교과교사 선발에 영향을 미칠 리가 없는 것이다.

일선의 영양교사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영양교사를 흔들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그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음에도 영양교사 업무에 대해 일반인들이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짜뉴스로 인한 잘못된 정보만 인식할 수 있다며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내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들은 기회가 되는 한 영양교육을 충실히 하고 있으며 하루에도 십여개 이상씩 날라오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보건소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의 공문을 처리하고 급식 예산과 인원관리에 식재료 검수까지 급식실의 복잡다단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포탈 사이트에 게재되는 댓글들은 전체 영양교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성토했다.

경기도 B고등학교 영양사는 “영양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이가 없는 댓글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며 “글마다 찾아가 댓글을 달아주고 싶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아 그만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광범위한 댓글이 지난해부터 막연히 추정되던 일부 임용고시생 카페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마치 ‘댓글부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영양사 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지역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급식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동일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날짜만 바꿔가며 올리고 있고 몇 년 전의 언론기사를 찾아가서 댓글을 다는데 이건 정상적인 의사표현 행위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른바 ‘댓글부대’들의 작업처럼 보여 심각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일반인들이 급식 업무에 대해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데 이같은 근거없는 ‘가짜뉴스’를 한 두명의 영양사 힘으로는 대처하기가 어렵고 당연히 영양사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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