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협회 회비, 회원도 아닌데 내고 있었다”
“영양사협회 회비, 회원도 아닌데 내고 있었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11.25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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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교사회, 지역 회비 걷어 영협에 ‘상납’… 회비 사용내역 요구에 “그런 자료 없다”
전국영양교사회가 영협에 가입하지도 않은 영양교사들의 회비까지 영협으로 납부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영양교사회가 영협에 가입하지도 않은 영양교사들의 회비까지 영협으로 납부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저는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이하 영협)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 제가 근무하는 지역의 영양교사회에 낸 회비가 영협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어요. 지역영양교사회는 영양교사들의 정보 공유와 친목 도모의 목적이 커 회비를 꼬박꼬박 냈는데, 영협 회원이 아닌데도 저도 모르게 회비가 나가고 있었던 거죠.”(A영양교사)

“지역영양교사회에 낸 회비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영양교사회 임원진에게 물어보니 결산자료가 전혀 없다고 했어요. 회비를 어떻게 썼는지 영양교사회 총무도 모른다고 하네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B영양교사)

영협 산하 전국영양교사회(회장 송진선)가 그동안 불투명하고 부적절한 회계관리 행태를 지속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전국영양교사회와 지역영양교사회가 영협에 가입하지 않은 영양교사들의 회비까지 영협으로 일괄 납부하고 있어 비판이 매우 거센데다 일부 영양교사들은 ‘공금 횡령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내놓는다.

전국영양교사회는 영협의 분과위원회 중 하나로 2007년 영양교사 제도 도입과 함께 신설됐다. 회장의 임기는 2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2007년 1차로 1700명의 식품위생직 영양사가 영양교사로 전환된 데 이어 그해 제한임용경쟁을 통해 700명이 추가로 선발돼 모두 2400명의 영양교사가 탄생했다.

영협은 이와 함께 기존 학교영양사 분과를 영양교사와 학교영양사로 분리했으며, 영양교사 분과의 대표자는 ‘분과위원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전국영양교사회장’으로도 불렸다.

이 전국영양교사회는 산하에 전국 광역 단위 영양교사회를 두고, 다시 기초단체 단위의 영양교사회로 구성되어 있다. 상당수 영양교사들은 친목 성격이 강한 기초단체 단위의 영양교사회 가입은 하지만 영협에는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영협은 분과인 영양교사회를 통해 회원이 아닌 영양교사들의 회비까지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지역 영양교사 수가 2017년 2월 기준으로 601명이고, 이 중 영협에 가입된 회원이 300명에 불과해도 영협은 서울영양교사회를 통해 모든 영양교사인 601명에 해당되는 회비를 걷어간다는 것이다. 자연히 나머지 301명의 회비는 지역영양교사회 회계에서 지출된다. 이 때문에 지역영양교사회의 회비 사용내역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선 영양교사들의 주장이다.

영양교사회의 회비 규모도 실로 막대하다. 수도권의 특정지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양교사들은 크게 3종류의 회비를 낸다. 먼저 학교분과(전국영양교사회) 회비로 매년 6만 원 가량을, 광역 단위 영양교사회에는 매년 5만 원 가량을 낸다. 여기에 기초단체 단위 모임에 매월 5천 원씩, 매년 6만 원을 내고 있다. 서울지역 601명, 경기도 882명, 인천 218명의 영양교사 수를 감안하면, 수도권에서만 매년 3억 원에 가까운 회비가 모인다.

영협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익명의 관계자는 “결산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회비 수입의 상당수가 전국영양교사회를 거쳐 영협으로 보내지고 있고, 대부분의 영양교사들은 회비를 내라고 해 어떻게 지출되는지조차 모르는 회비를 내고 있다”며 “일부 회비 미납자는 회장단에서 이름을 공개하면서 면박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협의 이 같은 행태는 관할 기관의 지적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비영리법인인 영협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로부터 정기적 감사를 받는데 과거 감사에서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영양교사의 회비를 걷어 지적과 함께 개선명령을 받았음에도 아직까지 지역을 통해 비회원들의 회비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영양교사회 집행부가 그동안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해왔는지 알려지면 모든 영양교사들이 격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결산보고도 매년 형식적일 뿐이며,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요구하면 ‘없다’고만 되풀이하는 것이 영양교사회의 현실이다”라고 꼬집었다.

일부 영양교사회 집행부의 부도덕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C영양교사는 “지역영양교사회 회비 결산내역을 요구했는데 집행부에서 ‘결산자료가 전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어이가 없었다”며 “영양교사들 사이에서 회장단이 회비를 사적으로 쓰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확인을 위해 요구한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영협과 현재 증언이 나온 지역의 영양교사회장들은 철저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본지와 통화 연결된 전국영양교사회 송진선 회장은 “전국영양교사회는 영협의 분과이며, 모든 질문은 공문을 통해 영협에 문의하라”며 “(영협 누구에게 답변을 요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영협 조직도를 보면 나와 있다”고만 답변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파문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복지부에 영협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요청해 놓은 상태로, 향후 복지부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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