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학교급식’
거꾸로 가는 ‘학교급식’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12.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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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산하기관으로 업무 이관… 경기, 4년만에 ‘교육급식과’ 폐지
기능 강화되는 교육지원청에 영양전공 교육전문직 필히 배치돼야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1일자로 급식운영업무를 산하기구인 서울 학교보건진흥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1일자로 급식운영업무를 산하기구인 서울 학교보건진흥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전국의 교육청들이 무상급식 대상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교육청들은 급식 관련 행정조직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있어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이 지난 7일 공개한 2019년 3월 1일자 조직개편(안)은 본청 체육건강과 내의 2개 급식관련 부서 중 급식운영 담당부서를 서울교육청 산하의 학교보건진흥원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명분은 정부 조직정비지침인 ‘본청의 슬림(slim)화’와 ‘지원기능 강화’다. 이는 교육지원청의 업무분장을 강화하고, 본청에서는 지원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뜻. 이를 위해 서울교육청은 체육건강과 내 급식운영담당을 기존의 학교보건진흥원 급식지원과와 통합해 ‘급식운영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로 예정된 인사발령에서 급식운영담당으로 발령받는 직원들은 학교보건진흥원 급식운영과에서 근무하게 된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내년 3월 1일로 예정된 인력 규모와 방침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선 급식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동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서울교육청이 내년 하반기부터 고교까지 무상급식 대상을 확대할 예정인데 오히려 이를 담당할 조직을 축소시키는 조직개편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영양교사회 관계자는 “급식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전담부서 설치를 해야 하는 마당에 서울교육청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며 “교육청의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후 지속적으로 영양교사회에서 반대의견을 냈는데 묵살당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 이하 경기교육청)도 급식 관련 전담 부서인 ‘교육급식과’를 없애기로 결정해 일선 급식 관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교육청의 내년 3월 1일자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교육급식과는 체육건강과와 통합해 ‘학생건강과’로 명칭이 변경된다.

앞서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 2014년 무상급식 확대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당선됐고, 당선과 함께 전국 교육청 중 처음으로 과 단위 급식부서인 ‘교육급식과’를 설치했다. 특히 ‘급식은 교육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급식과 함께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단위 급식부서를 설치해 지난 4년간 고교 석식금지, 영양교사 배치 확대, 2·3식 학교 영양교사 2인 배치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재정 교육감은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선출돼 당선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2014년에 비해 올해 6월 선거에서는 진보진영 후보 선출작업이 난항을 겪으며 단일후보로 추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현직 프리미엄’으로 당선됐다는 관측이 많았다.

게다가 그동안 경기도 무상급식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남경필 전 도지사 대신 이재명 도지사가 당선되면서 경기교육청과 함께 고교까지 무상급식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우려는 더 커진다.

경기도의 한 급식 관계자는 “경기교육청의 결정은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결정이었다”며 “업무량이 많아 인력 충원이 시급한데 오히려 조직 축소로 인해 인력을 줄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이 전국을 대표하는 두 교육청의 흐름은 급식부서 기능을 강화하는 타 교육청들과 대비되고 있어 더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경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은 내년부터 기존 ‘교육복지과’를 ‘급식평생교육과’로 명칭을 바꾸면서 ‘급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상급식의 불모지로 불렸던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마저 기존의 학교급식지원담당에 더해 학교급식안전담당을 신설할 예정이다.

한 급식 관계자는 “급식의 중요성을 내걸고 당선된 교육감들이 당선 이후 태도를 바꾼 것이냐”며 “의회에서라도 적극적으로 반대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본청의 업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있어 통합된 것”이라며 “급식 행정의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같은 교육청들의 본청 업무 ‘슬림화’와 교육지원청 업무 강화에 대해 영양전공 교육전문직을 교육지원청마다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국의 영양전공 교육전문직은 올해 9월 임용된 전남도교육청 장미숙 장학사를 포함해 모두 7명뿐이다.

복잡다단한 급식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영양전공 장학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원을 확보하지 못한 교육청들은 ‘인턴 장학사(?)’를 두기도 한다.

영양전공 장학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늘 타 전공에 밀려 정원 확보가 어려웠던 것.

그러나 이제 교육청이 급식 관련 업무를 줄이고, 교육지원청의 급식업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이상 교육지원청에 영양전공 장학사 배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이 관리하는 학교가 초·중·고를 합해 몇백 개 이상인데 인력이 없어 일일이 학교의 문제점과 이슈에 대응해줄 수가 없었다”며 “타 전공 교육전문직처럼 영양전공 교육전문직을 교육지원청에 배치해야만 늘어나는 무상급식 행정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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