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단체급식, 가치·영향력 높아진 만큼 이슈도 많았다
[특집] 단체급식, 가치·영향력 높아진 만큼 이슈도 많았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8.12.24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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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2018년 단체급식 10대 이슈

1. 연초를 달군 공공급식법, ‘식약처의 야욕’ 비판 쇄도 (관련기사: 식약처, 모든 단체급식 삼키는 ‘공룡부처’ 되나)
2. 급식에도 불어닥친 최저임금 인상, ‘거대한 숙제’ (관련기사: 최저임금 인상에 근무시간 단축, 급식비는?)
3. 영양(교)사의 식재료 브랜드 지정, 이미 2년 전부터 가능했다 (관련기사: 영양(교)사, 식재료 브랜드 지정할 수 있다)
4. 병설유치원의 별개 급식소 인정 기회 ‘날라 갔다’ (관련기사: 발목 잡힌 '병설유치원 급식 개정안')
5. ‘국가 푸드플랜’에 주요 분야로 주목된 ‘단체급식’ (관련기사: 정부 푸드플랜, 올 연말 최종안 나올듯)
6. 억울한 학교급식의 식중독 누명, 더 이상 못 참겠다 (관련기사: 학교급식의 ‘식중독 누명’ 여전)
7. 폭언과 고소 남발하는 업체에 멍드는 영양(교)사 (관련기사: 학교 대상 고소 남발’ 인천 급식납품업체, ‘해도 너무하네’)
8. 학교급식 산보위 설치… 일선 교육청은 ‘조직개편 중’ (관련기사: 전국 교육청, 산보위 위한 조직개편 서두른다)
9. 신뢰하고 믿었던 대기업들의 잇따른 급식 사고 (관련기사: “안전한 급식 식재료, 어디 없나요...”, 신세계푸드, 김치 대장균 초과 검출... 영업정지 처분)
10. 2·3식 학교, 영양교사 추가 배치 현실화되나 (관련기사: 2·3식 학교 영양교사 추가 배치, 전국 확산, 강원도에도 2·3식 학교에 영양교사 추가 배치될듯)

 

연초를 달군 공공급식법, ‘식약처의 야욕’ 비판 쇄도

연초부터 단체급식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이 제출돼 큰 파장이 일었다. 기동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7년 마지막 날인 12월 29일 국회에 제출한 ‘공공급식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공급식법)은 올해 초부터 관계부처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공공급식법은 학교와 어린이집, 복지시설 등 공공 영역에 해당하는 단체급식 전반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이하 식약처)가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공공급식법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의 급식관리를 위해 만든 법안”이라고 해명했으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모든 단체급식’이라는 법안 문구와 식약처의 업무 영역을 넘어서는 ‘식재료의 생산과 유통’에도 관여하겠다는 뜻이 담겨 관련 타 정부부처에 강한 반발을 샀다.

의견수렴이 진행되는 동안 관계 부처와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반대의견이 제기됐고, 국회 전문위원들의 검토결과도 역시 부정적으로 해석되면서 공공급식법은 소관위에 상정된 지 1년이 지나는 동안 결국 법안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급식에도 불어닥친 최저임금 인상, ‘거대한 숙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16% 상승한 7530원이었으며, 다가올 2019년 1월 1일부터는 8350원이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5% 남짓 인상되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상.
거기에 주당 근로시간 기준이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 정부정책은 단체급식산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영양(교)사와 조리사, 조리종사원으로 구성되는 급식 종사자들 중 영양(교)사를 제외한 상당수 근로자가 고령의 여성들이며, 이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에 근접한 대우를 받는다.

따라서 이 같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급식분야에 큰 부담으로 이어졌고, 주당 근로시간 감소는 추가 인력 고용을 필요로 하게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특히 학교급식의 전체 급식비 중 식품비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가져와 급식의 질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 영양(교)사들은 무상급식 지원 시 필히 운영비와 식품비를 분리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영양(교)사의 식재료 브랜드 지정, 이미 2년 전부터 가능했다

영양(교)사들의 정당한 법적인 권한이었으면서도 그동안 각종 규제와 지침에 묶여 있었던 식재료 브랜드 지정이 이미 2년 전부터 가능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각 교육청에서 브랜드 지정을 막는 근거로 활용됐던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에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 이하 행안부)가 식재료 구매 입찰 시 브랜드 지정이 가능하도록 단서조항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행안부는 지난 2016년 11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이하 집행기준)을 개정하면서 브랜드 지정을 못하도록 한 조항에 단서조항을 신설했다. 신설된 단서조항은 “국민의 생명보호, 건강, 안전, 보건위생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했다. 건강과 보건위생이라는 용어를 직접 넣은 것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때문이라는 것이다.

행안부는 이 같은 내용을 일선 교육청에 전달했지만, 오히려 교육청들이 이를 묵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2016년 터진 4대 대기업의 리베이트 파문 때문에 청렴도 강화를 명분으로 브랜드 지정 가능 조항을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는 지적이었다.

병설유치원의 별개 급식소 인정 기회 ‘날라 갔다’

초등학교 내에 설치된 병설유치원을 별개의 급식소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제동이 걸려 비판이 일었다.

국회가 유아들의 건강 대신 예산 부담에만 고민하고 있다는 것.

지난 4월 유아교육법의 해당 상임위원회였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현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초등학생과 동일한 식단이 유아들에게 제공됨에 따라 영양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개선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대다수 병설유치원이 1개 학급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별도의 급식시설 설치 등을 강제하는 것은 효과에 비해 과도한 예산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지독히 ‘근시안적인 분석’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영양(교)사들은 “큰 예산 부담 없이도 유치원만을 위한 별개 급식소 설치 방법이 있는데 급식에 대한 몰이해와 예산 효율성만을 이유로 유치원 급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를 국회가 저버렸다”고 꼬집었다.

‘국가 푸드플랜’에 주요 분야로 주목된 ‘단체급식’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가 푸드플랜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푸드플랜으로 인해 단체급식산업도 새롭게 주목받았다.

푸드플랜이란 ‘모든 국민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먹을거리 체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계획’이다.

정부는 ‘먹을거리 종합계획’이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푸드플랜의 큰 줄기는 생산과 유통, 소비 등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단체급식은 대량 소비와 함께 지속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한 농·식품의 소비가 장점이다. 또한 급식과 함께 실행되는 식생활교육도 필수다.

이처럼 단체급식이 푸드플랜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면서 ‘공공급식’이 높은 주목을 받았다. 공공급식에는 학교와 복지시설, 어린이집·유치원뿐만 아니라 군급식, 교정급식 등과 같은 분야가 모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급식 영역에서 지속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한 농·식품 소비가 이뤄질 때 국가 푸드플랜의 목적인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억울한 학교급식의 식중독 누명, 더 이상 못 참겠다

그동안 학교급식 종사자들을 힘들게 했던 ‘식중독 누명’의 실태가 공개돼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크게 분개했다.

학교 내에서 여러 명의 학생들이 집단 복통과 구토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이면 무조건 학교급식 탓으로 돌리는 관행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학교와 교육청 등의 분노였다. 이들의 이 같은 억울함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절정에 달했다.

식약처와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급식 식중독 발생현황 자료가 지나치게 편협하게 분석되어 있는데다 보건당국에서 식중독 발생원인이 ‘불명’이라고 보고한 결과조차 학교급식 탓으로 몰아가는 국회의원들의 지적과 언론보도도 촉매제가 됐다.

실제 교육부에서 공개한 식중독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원인균 검사가 끝난 33건의 식중독 사례 중 급식이 원인이 된 식중독은 단 6건뿐이었다. 즉 교육부와 식약처가 ‘식중독’이라고 국회에 제출한 125건 중 학교급식이 원인으로 판명된 사례는 단 6건뿐이었다.

일선의 영양(교)사들은 “보존식에서 문제가 없다는 건 급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학교급식부터 의심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폭언과 고소 남발하는 업체에 멍드는 영양(교)사

올해 7월 인천지역의 한 직납업체(유통업체) 관계자가 식재료 납품과정에서 해당 학교 영양교사에게 폭언을 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전국에 많은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지정해 요구했음에도 업체 관계자는 ‘브랜드를 지정하면 안 된다’는 답변만하며 가져온 식재료를 무조건 받으라고 강요했다.

문제가 된 업체는 이미 해당 학교뿐만 아니라 인근에서도 악명이 높은 업체였으며, 방송에 보도된 영양교사는 아침마다 식재료 납품을 받기가 두려울 정도라는 하소연을 남겼다.

또 다른 업체도 있었다. 인천 K업체는 식재료를 배송하며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해당 초등학교 측이 식재료 납품계약을 해지했다. 그러자 이 업체는 올해 초부터 해당 학교를 상대로 업무방해 등의 고소·고발을 남발했고, 사법당국의 처분 결과가 ‘혐의 없음’으로 내려져도 동일한 사항을 대상자만 바꿔가며 고소를 일삼아 지탄을 받았다. 이 업체는 인천지역 학교들로부터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한 민원을 무려 230여 건이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급식 산보위 설치… 일선 교육청은 ‘조직개편 중’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건강권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학교급식소 종사자들의 안전사고 예방과 산업재해 대비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체계 구축이 마침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

지난해 2월 고용노동부가 학교급식소에 대해 ‘교육서비스업’이 아닌 ‘기관구내식당업’을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한 이후 교육부는 법제처와 통계청의 유권해석을 거쳐 이에 대한 최종 통보를 받아들였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산업안전보건체계 구축을 요청하는 공문을 내렸고, 이에 대해 교육청들은 적용범위를 학교급식소뿐만 아니라 학교 내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 결과 전국에 상당수 교육청들은 학교 전체로 적용범위를 확장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에 일선 교육청들은 내년 3월 1일자로 안전보건 전담부서를 설치하기로 하고, 조직개편을 위한 조례 개정을 의회와 협의하고 있다.

전담조직은 평균 3~5명 내외로 구성되며, 사무관급을 팀장으로 하고, 안전·보건 전문가를 신규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신뢰하고 믿었던 대기업들의 잇따른 급식 사고

풀무원 푸드머스의 초코케이크로 인해 집단 식중독에 걸린 환자는 전국에 2200여 명에 달했다.

문제가 된 초코케이크는 원료인 액상계란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생산은 (주)더블유원에프앤비가 맡았으며, 원료인 액상계란은 농업회사법인 가농바이오에서 공급받았다.

식약처 조사 결과, 식중독을 유발시킨 초코케이크는 이미 액상계란부터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돼 식약처는 해당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을 구속했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믿고 선택한 풀무원 푸드머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아 급식 관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신세계푸드는 위탁 운영하던 숙명여대 기숙사 식당에서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 초과 검출돼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받았다. 이 곳에서 보관하고 있던 보존식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됐다.

한편 현대그린푸드도 구설수에 휘말렸다. 현대그린푸드가 위탁 운영하던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구내식당에서 구더기와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보건당국이 긴급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2·3식 학교, 영양교사 추가 배치 현실화되나

과도한 업무로 영양(교)사들의 기피대상이었던 2·3식 학교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경기교총과 단체협상에서 2·3식 학교에 영양교사를 추가 배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결정한 이후 타 교육청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일 강원도교육청은 경기교육청에 이어 영양교사 추가 배치를 공식 문서화하고, 해당 내용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다만 2·3식 학교에 어떤 식으로 인력을 추가 배치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교육공무직 영양사 배치 비율이 높은 2·3식 학교에 추가 인력으로 영양교사가 배치된다면 업무의 책임소재는 물론 지휘체계가 흔들릴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영양(교)사뿐만 아니라 조리종사자 추가 배치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리종사자 배치기준을 완화해 업무 부담을 경감해야 하고, 만약 추가 배치가 어렵다면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대화 시설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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