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있고, 권한은 없다”
“책임은 있고, 권한은 없다”
  • 조성호 변호사
  • 승인 2019.01.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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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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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책임 당사자가 부담할 수 있는 만큼의 권한이 있어야 한다. 영양(교)사도 마찬가지다. 만일 학교급식에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영양(교)사는 ‘국민영양관리법’과 ‘식품위생법’ 그리고 ‘학교급식법’에 따라 최대 3중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처벌규정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부여되는 책임만큼 급식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되어야 한다. 즉 권한도 없는데 문제 시 책임만을 묻는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2018년 1월 발표한 ‘2018 학생건강증진 정책방향’에 따르면,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4조 제1항 관련 별표 2에서 규정한 “학교급식 식재료의 품질관리기준”에 부합되는 식재료를 선정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계약법 및 행정자치부 예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라 계약담당자 주의사항 등을 엄수하고 계약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며 특정규격, 모델, 상표 등을 지정하여 입찰에 부치거나 계약을 하는 것을 원칙적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국민의 생명보호, 건강, 안전, 보건위생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일한 식재료라도 신선도 등에 따라 품질 차이는 엄청나다. 당연히 가격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학교급식에는 농·수·축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식자재가 사용되는데, 이 중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꼭 식중독 사고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우수한 식재료를 통한 건강한 급식이 제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 안전, 보건위생을 위해 특정규격, 모델, 상표 등을 지정하는 이른바 브랜드 지정은 부정하거나 위법한 것이 아니며, 이는 영양(교)사의 권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영양(교)사의 권한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 지정을 할 경우 청렴하지 못한 행정업무로 평가돼 감사에 지적 대상이 되거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입찰을 위해서는 수많은 식자재에 대한 시장조사에 이어 한 가지 식재료에 여러 품목의 시장가격 조사를 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더할 수 있는 식자재를 선별해 납품하는 업체들은 차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공정성 담보를 위해 그동안 학교급식은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공정성은 담보되었을지 모르지만, 학교급식의 진정한 목표인 양질의 급식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혹자는 브랜드 지정이 확대될 경우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대형 브랜드 위주로 식재료 공급시장이 재편되어 중·소상인 및 농민들이 설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영양(교)사의 질적 수준을 의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양(교)사들은 자신들의 업무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최근 ‘풀무원 식중독 사고’가 말해주듯 브랜드 제품이 모두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과 함께 식재료 입찰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이 같은 브랜드 지정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교육당국의 브랜드 지정 기준이 모호한 현 상황에 과연 학교급식의 최종 수혜자인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기우에 불과한 브랜드 지정의 우려를 맞바꿀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대한급식신문
[조성호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 고문 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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