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없어질 존재’인 교육공무직 영양사의 하루
[카페테리아] ‘없어질 존재’인 교육공무직 영양사의 하루
  • 최재현 영양사
  • 승인 2019.01.04 17:3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파주시 와동초등학교 최재현 영양사
최재현 영양사
최재현 영양사

14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학교영양사로 첫 출근을 앞둔 전날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서 마치 소풍가기 전의 학생처럼 밤잠을 설쳤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설렘과 기대감만큼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며 비정규직이라는 위치가 주는 슬픔을 깨달아야 했고, 14년이 지난 지금은 그 슬픔이 내 인생의 큰 상처로 자리잡았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달 주최한 ‘2018년 교육급식평가’라는 공식적인 자리에 다녀오고부터 더 비참해지면서 화가 났다. 속이 좁은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맘이 편치 않아 가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날 강의에 나선 강사가 ‘공무직 영양사는 곧 없어질 존재’라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영양교사들과 동석해 있는 자리에서 언급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교육공무직 영양사들은 서글픔을 넘어서 어둡고 깊은 심연에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내 자격지심 때문인지 아니면 열등감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교육공무직 영양사는 없어질 존재다. 내가 없어져야 내 자리가 좋아진단다. 그럼 나는 무엇인지, 이 자리에서 왜 열심히 근무했는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없어질 존재라는, 우리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들어야만 했던 내 스스로가 참 비참하고 힘들었다.

교육공무직 영양사로 퇴직하는 것보단 영양교사로 퇴직하는 게 훨씬 좋은 거라고 강사는 말했다. 이건 강사 개인의 의견인가? 그런 강사에게 강의를 의뢰한 경기도교육청의 의견인가?
또 학교에 근무하면 외부인들은 다 선생님으로 알고 있을 테니 교육공무직 영양사들은 밖에 나가면 영양교사라고 말할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난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주변의 교육공무직 영양사들에게 물어봐도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그날의 자리는 영양교육 권한이 없는 교육공무직 영양사들에 대한 평가자리로 느껴졌다. 교육을 못하는 교육공무직 영양사들로 인해 정책의 흐름이 막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전체 교육공무직 영양사 중 70%가 이미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영양교육을 제외하고는 영양교사와 완전하게 똑같은 노동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주최한 교육을 보면서 교육청은 ‘교육공무직 영양사는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청에 교육공무직 영양사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적 없다. 그런 자리를 양산한건 우리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강요하는가? 왜 우리에게 열등감을 강요하는가? 왜 우리에게 능력이 없어서 수업을 못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가? 왜 우리 때문에 교육급식이 실패한 것처럼 몰아세우는가? 이러한 생각들로 인해 그날은 참 어지러운 날이었다. 14년 전 첫 출근하기 전날처럼 또 밤잠을 설치며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의 상처를 가슴에 담고 출근 준비를 한다. 어여쁜 우리 학교 학생들을 만나러. 그리고 내가 맡은 이 일이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우리나라 농업을 살리며, 경제의 원동력이 된다는 신념으로 급식실에 들어와 가운을 입고 모자를 착용한 내손에 검수서가 들려있다. 그렇게 또 비정규직 영양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에휴 2019-01-07 09:17:20
너무 슬프네요, 이때까지 빈집을 지키는 개신세나 마찬가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