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황금돼지의 해’로 불리는 2019년도 어느새 한 달여가 지났다. 지난 한 달간 국내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은 단체급식의 주요 트렌드를 예측하고, 주요 운영방침을 세우면서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단체급식산업은 여타 산업군보다 역동적인 부분은 적을지 몰라도 식품산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주체다.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이 보는 올해 단체급식 주요 키워드와 트렌드를 분석해보고 그들의 올해 계획에 대해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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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심비’(價心比). 올해 단체급식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이 꼽았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價性比)’에 마음 심(心)을 더한 것으로 가성비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일컫는다.가성비를 우선한다면 저렴한 가격이 최우선 조건이지만, 가심비를 우선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을 위한 것을 구매한다.
‘가심비’는 지난해에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망한 2018년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됐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소비가 침체되고 저렴한 것을 우선하는 트렌드가 강조되면서 이에 지친 소비자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 가심비였다.
지난해부터 외식업에서 가심비 트렌드 열풍이 불었다면 올해부터는 단체급식산업에도 가심비 트렌드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표되는 구내식당이지만, 이제는 단체급식의 가격이 500원~1000원이 오르더라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CJ프레시웨이(대표 문종석) 관계자는 “일반 회사에서 단체급식 전문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이 저렴한 가격에서 메뉴 고급화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먹는 것이야말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웰스토리(대표 정금용) 역시 ‘가심비’를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가심비 소비트렌드에 따라 외식보다는 저렴하면서도 고객의 심리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급식이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심비와 맞물려 ‘급식의 고급화’ 역시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은 ‘가격 인상’이라는 심리적인 저항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는데 이제 이 저항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은 셈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500원~1000원 인상에 맞춘 고급 급식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올해 정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급식의 고급화와 함께 현대그린푸드(대표 박홍진)는 ‘차별화’를, 신세계푸드(대표 최성재)는 ‘건강’을 목표로 삼았다. 반면 풀무원푸드앤컬처(전 풀무원이씨엠디)는 해외 진출을 주요 트렌드로 분석했다.
식단 트렌드 -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식단으로”
단체급식 식단은 올해 ‘가심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식보다는 저렴하면서도 외식만큼의 수준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추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삼성웰스토리는 매출액 국내 1위 업체라는 위상에 맞는 다양한 클라이언트 만족도 상승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급식에 외식 메뉴 도입은 물론 외식 전문 셰프 초빙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이벤트 등을 펼쳐왔다. 올해에도 이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심비’ 중심 메뉴개발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는 후식류와 즉석 조리메뉴의 강세를 예상했다. 최근 외식시장에는 디저트 열풍이 불고 있어 이에 발맞춰 단체급식에서도 디저트류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CJ프레시웨이는 계절별 제철과일을 활용한 제과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PB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CJ프레시웨이는 즉석 조리메뉴에 대한 선호도를 감안해 식단에 뚝배기, 철판, 그릴 조리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 서비스 강화라는 이미지와 함께 바로 만든 음식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고객들에게 어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CJ프레시웨이의 일부 사업장에서 이미 이를 시행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 이용식수 증가효과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를 각광받을 식단으로 내세웠다. 케어푸드에는 노인들을 위한 연화식과 환자들을 위한 치료식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식품 등 고기능성 식품 전체를 망라한다.
신세계푸드 역시 기존의 단체급식에서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식문화를 접목한 급식, 건강식단, 간편식·기능성 식단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위생·안전관리 - 대기업도 급식위생은 개인위생부터
단체급식 운영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인 위생안전관리에 대해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은 올해도 철저히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삼성웰스토리는 올해 위생안전 관리의 주요 키워드로 ‘이물관리’를 선정했다.
지난해에 현대그린푸드와 신세계푸드 등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의 급식장에서 이물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대형 위탁급식업체들도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준 것. 삼성웰스토리는 단순한 실수로 인한 위생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방근무자들의 개인위생을 관리하는 손씻기 알림벨과 작동 중인 화기로부터 조리종사자가 일정거리 이상 벗어나면 경고음을 내는 자리이탈 알림벨을 도입했다.
또한 발견된 이물을 현장에서 분석할 수 있는 간이 이물관리 키트를 제작해 급식현장에 배포했다.
CJ프레시웨이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조리 및 서비스 인력의 채용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신규인력의 위생관리 역량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CJ프레시웨이는 자체 식품안전센터에서 각 점포별로 위생점검 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HACCP 및 위생등급제 지정 점포 등은 점포 관리자가 스스로 위생점검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
급식위생에 관한한 선구자라고 자부하는 현대그린푸드는 이미 1992년 식품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식품위생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그 역량을 인정받아 식품위생검사기관 및 축산물위생검사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는 ‘식품사고 원천 차단’을 목표로 한다. 기온이 높은 시기에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은 식재료는 예년보다 시기를 앞당겨 공급하고, 필요하다면 공급을 즉시 차단한다. 또한 제조·가공업소로부터 공급받아 그대로 제공하는 비가열 식품에 대한 사전 관리와 비가열 식품 제조·가공업소에 대한 현장 위생관리에도 힘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급식운영 - 셀프배식·전처리 식재료로 고인건비 극복
2019년 급식운영에 있어서 가장 크게 변화할 부분은 역시 최저임금 상승에 더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더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CJ프레시웨이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아침 및 저녁 식사 이용식수가 100명 미만인 일부 단체급식 사업장은 고객사와 협의해 자율배식형 ‘셀프’ 형식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식재료를 전처리 작업하는 과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반조리, 완조리 형태로 제조해 공급할 수 있는 협력업체와 구매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음식의 전처리와 조리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서도 음식의 맛과 모양을 수제로 만든 음식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 간편 조리식 개념의 상품을 개발해 공급한다.
배식과 세척에 있어서도 업무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전자동 식기세척기, 밥 정량 배식기, 야식 셀프 배식대 등과 같은 혁신 주방 인프라를 개발해 인건비 부담을 낮춰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식재료를 전처리하거나 반조리한 상태의 센트럴키친 제품군을 확대해 조리시간을 줄이고 애벌세척기와 같은 업무 효율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도 구내식당에 3~5종의 메뉴를 푸드코트처럼 운영해 급식 만족도와 인력 부담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4220명의 직원을 채용한 삼성웰스토리는 고용창출 효과로 보면 국내에서 4번째로 높은 기업이었지만, 단체급식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이 낮아 최근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단체급식산업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인식 개선과 함께 해당 산업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정부부처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