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산업안전업무, 영양(교)사가 떠맡는다
학교 산업안전업무, 영양(교)사가 떠맡는다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9.02.1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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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영양(교)사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직개편
산안법 학교 전반 확대 시… 모든 학교 근로자 도맡아야

[대한급식신문=김동일 기자]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 이하 경기교육청)의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학교 영양(교)사들이 산업안전업무까지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적용을 위한 조직개편의 공식화는 이번 경기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향후 전국으로 확산될 여지도 있어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영양(교)사들 사이에서는 산안법 적용 대상 다수가 학교급식에 종사하는 근로자라는 점에서 산업안전업무가 ‘급식소 관리자’인 영양(교)사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올해 학교급식 종사자에 대한 산안법 적용이 구체화되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은 안전담당과를 신설하거나 기존 급식담당부서에 산업안전담당을 배치하는 등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인천·대전·광주·강원·충북·제주 6곳을 제외한 11개 교육청은 급식담당부서 내에 산업안전담당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 같은 교육청 조직구조 및 관련 부서, 업무담당 직렬 등에 따라 학교 내 산업안전담당자는 영양(교)사가 지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급식소에 한해서만 산안법이 전면 적용되기 때문에 학교 내 산업안전업무는 급식소 환경을 가장 잘 아는 영양(교)사가 맡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학교 산업안전담당이 영양(교)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산안법 적용에 따른 교육청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은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터져 나왔다. 경기교육청이 오는 3월 1일자로 급식담당부서 내에 산업안전담당을 배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경기도영양교사회(회장 최진, 이하 영양교사회)와 경기도학교영양사회(회장 장소라, 이하 학교영양사회)를 비롯한 총 4개 영양(교)사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통해 “근로자의 산업안전업무를 학생건강과에 두는 것은 학교 현장을 철저히 무시한 행태”라며 “경기교육청은 학교급식 업무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원안대로 산업안전보건 담당부서를 급식담당부서가 아닌 행정국 학교안전기획과로 배치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영양교사회 집행부는 28일 교육청 행정국장와 면담을 통해 학교급식 현장의 고충과 조직개편으로 인해 발생할 향후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행정국장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영양교사회와 학교영양사회를 비롯한 총 4개 영양(교)사 단체의 반발과 성명 발표에 이은 행정국장과의 면담에도 불구하고 경기교육청이 지난달 30일 열린 법제심의위원회에서 조직개편을 확정하는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켜 영양(교)사들의 우려는 현실화됐다.

이에 대해 영양교사회 관계자는 “산안법 적용 초기에 영양(교)사가 산업안전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향후 과학실무사, 시설 및 청소담당자 등 학교 전반으로 적용 직종이 확대돼도 계속 산업안전업무를 영양(교)사들이 맡게 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23일 열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안명자) 기자회견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학교 내 전 직종으로 산안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요 골자로, 향후 뚜렷한 대안 없이 산안법 적용이 확대된다면 일선 영양(교)사들이 그 업무를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설득력 있는 추론이 된다.

일각에서는 학교급식의 중요성과 업무가 과중한 현 실정에 산업안전업무까지 영양(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례로 급식소의 위험성 평가나 근골격계질환 예방 교육은 전문 지식이 필요해 일반적으로 위탁급식업체 등에서는 산업안전업무를 전문 업체에 맡기고 있으나 학교에서는 ‘급식소 관리자’라는 이유만으로 영양(교)사에게 그 업무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외에도 우유급식, 조리실무사 인건비, 급식소 시설관리 및 수리까지 급식과 연관된 모든 업무를 영양(교)사가 관행처럼 떠맡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영양사회 관계자는 “영양(교)사 본연의 업무 외에도 각종 행정업무 과중으로 인한 많은 스트레스로 정작 중요한 급식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산업안전업무까지 영양(교)사에게 떠맡으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성토했다.

실제로 영양(교)사들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로 ‘과다한 업무’를 꼽는다. 지난 2016년 본지가 영양교사 117명, 학교 영양사 1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영양교사의 87%, 영양사의 64%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 이유로는 ‘행정업무’를 1순위로 꼽았다. 또 업무로 인해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전체 90%에 육박해 스트레스의 강도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경기교육청의 조직개편에 대해 경기도의 영양(교)사들은 “교육청의 탁상행정이다” “우린 산업안전 전문가가 아니다” “(조직개편이)강행되면 넘어올 일에 벌써부터 짓눌리는 느낌이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식품영양학을 전공으로 한 영양(교)사들은 산업안전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전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업무가 맡겨진다면 정작 중요한 ‘교육급식’은 요원해질 것이며, 여기에 더해 학교급식의 질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영양(교)사들의 입장에 대해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추후 산안법 적용 직종이 학교 전반으로 확대되면 추가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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