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가 떠맡는 산안법, 지나친 ‘책무’
영양(교)사가 떠맡는 산안법, 지나친 ‘책무’
  • 조성호 변호사
  • 승인 2019.02.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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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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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에서 외주업체 직원인 24살 청년 김용균 씨가 홀로 운송설비 점검하다 사고로 사망하였다. 이를 계기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개정하여 위험한 작업에 대해 외주화를 금지하는 일명 ‘김용균법‘이 올해 국회를 통과했다.

산안법은 제1조에 명시한 것처럼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며,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해 근로자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도록 하는 중요한 법률이다. 그리고 제5조는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 기준을 지킬 의무, 근로자의 신체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이는 쾌적한 환경 및 근로조건을 개선할 의무,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같은 산안법은 이제 학교에도 적용된다. 우선 학교급식이 적용 대상이며, 순차적으로 학교 전체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스, 화기 등을 이용하는 급식뿐 아니라 화학약품 등을 다루는 교육 현장에 이제라도 산안법이 적용된다니 근로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학교 산업안전보건의 책임자는 누가 되어야 할까. 의당 학교 총 책임자인 교장 또는 교감이 되어야 할 것이며, 실무는 학교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실장이 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학교 영양(교)사가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학교급식이 우선 적용 대상이니 급식 관리자인 영양(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안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제13조상의 안전보건책임자, 제14조 관리감독자, 제15조 안전관리자 등을 지정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안전에 전문성이 없는 영양(교)사가 산업안전보건의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여기에 어찌 보면 영양(교)사 또한 급식에 종사하는 근로자라는 점에서 산안법으로 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영양(교)사가 급식소의 관리자이기 때문에 학교급식에 한정되어 일부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작금의 추세같이 학교급식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으니 이참에 학교 전체 산업안전보건 업무까지 영영(교)사에게 부담시키려는 것은 ‘근로자 안전을 위한 법령 준수’가 아닌 ‘법령 준수를 위한 미봉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학교급식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이외의 현장까지 영양(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간단히 말해 학교 화학실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까지 영양(교)사가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다. 화학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이곳의 담당 직원이 영양(교)사의 관리와 통제에 순순히 따를 리 만무하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향후 학교 전반으로 산안법 적용 확대 시 이와 관련 업무와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연히 학교 전반을 관리하는 학교장 혹은 교감이 책임자로 나서야 하며, 실무는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행정실장이 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거나 적절한 조언을 하는 것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김용균법은 그야말로 절차상 지켜야 할 법이 아닌 근로자 생명과 안전을 현장에서 지켜내기 위한 매우 중요한 기본법이다. 이 법이 교육 현장까지 확대된 것에 대해 반가우면서도 그 적용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교육당국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대한급식신문
[조성호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 고문 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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