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교육급식’, 영양(교)사만이 할 수 있다
[카페테리아] ‘교육급식’, 영양(교)사만이 할 수 있다
  • 세종 아름초등학교 조은순 영양교사
  • 승인 2019.02.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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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순 영양교사
조은순 영양교사

세종특별자치시로 발령받아 근무한지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새삼스럽게 학교급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오르게 하는 1년이었다.

예전에 학교급식은 급식 학교와 비급식 학교를 비교하면서 학생의 신체발달 과정을 통해 학교급식에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정도였지만, 지금의 학교급식은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됐다. 업무 역시 초창기에는 식단과 영양량 산출, 일지작성 등 단순 서류업무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급식은 곧 교육’이라는 인식이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학교급식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필자는 현 단계에서 우리 영양(교)사들이 영양전문가로서 ‘학교급식의 방향’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양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어떻게 다가갈 것이며,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급식을 먹은 우리 아이들은 내게 감사의 쪽지를 전해주기도 하고, 또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상장을 주곤 했다. 어떤 아이는 “영양선생님 덕분에 감기가 나았어요”, “선생님 덕분에 건강해졌어요”, “싫어하던 나물도 열심히 잘 먹고 있어요”라고 할 때 필자는 영양교사라는 직업에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꼈다. 아이들의 마음도 고맙고, 급식을 잘 이해하며 늘 협조해주시는 학부모님들께도 고마웠다.

하지만 주변에 영양(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영양(교)사들이 나와 같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지는 못하는 것 같다. 급식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 때문일 것이다. 급식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부모에서부터 편식을 하는 아이들의 거부, 급식 업무에 비협조적인 행정직 공무원들까지 학교급식이 처음 시작됐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영양(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에 못 미치는 것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에 급식실 한켠의 공간에서 혼자 일해야만 하는 영양(교)사들은 학교 내 다른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섞이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급식 관련 업무는 학교 내에서 영양(교)사 혼자서만 이해하는 업무이면서 또 업무적으로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학교 내에서 소외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소외된 영양(교)사들은 위축된다. 위축된 영양(교)사들은 학부모나 공직사회의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나 압력에 저항도 쉽지 않게 된다. 그러면 다시 업무가 늘어나고 늘어난 업무는 영양(교)사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우리 영양(교)사들은 전문가들이다. 학교 내에서 급식에 대한 업무를 영양(교)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양(교)사가 본인들의 제 역할을 수행했을 때 가장 행복해하는 대상은 우리의 아이들이다. 이러한 역할을 되짚어 본다면 이제 우리들은 위축된 마음을 버리고 당당해져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갖춘 다음 학교급식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해 나가야 한다.

‘교육급식’이 어떤 거대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 학교이자 교사이고, 학교급식과 영양(교)사도 그 중의 하나다. 교육급식이 강조되는 지금, 우리 모두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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