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상품, 비싸고 질 낮다”
“센터 상품, 비싸고 질 낮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3.3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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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심의위원회, 공개해야… 현장 “운영체계, 신뢰 못 하는 이유”
민간기업 영업비밀 이유로 관리·감독 피해
각종 유착·비리 의혹… 급식현장 신뢰 하락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이제 학교급식지원센터(이하 센터)는 학교급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주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2010년을 기점으로 무상급식 확대 흐름과 맞물리며 ‘공공성 확대’가 명분이 돼 센터 설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센터는 그동안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기고 있다. 본지에서는 전국 센터의 현주소와 현황을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

“센터를 통한 식재료가 오히려 비싸다”

센터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은 공급 식재료 단가의 불투명이다.

농산물의 경우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공동구매 형태로 구매하는데 오히려 시중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

본지가 확인한 A지역의 공급단가를 보면 이 같은 지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역 교육청의 단가는 학부모와 유통전문가, 교육청 관계자, 영양(교)사 등으로 구성되는 시장조사단에서 일정 기간 동안 시장 가격조사를 거쳐 파악한 가격이다. 교육청에서는 이 단가표를 각 학교와 공유하고 영양(교)사들은 이 단가표를 기준으로 급식식단을 작성해 예산을 수립한다.

이 단가표를 보면 (친환경)국산 숙주나물은 1kg에 평균 3700원(전통시장 3500원/농수산)인데 반해 해당 지역의 센터에서 학교 측에 제시한 공급가격은 4200원이다.

또 단가표에 국내산 양파 1kg 가격은 전통시장에서는 1000원, 농수산전통시장에서는 1350원인데 반해 센터에서 제시한 가격은 1300원이다.

파프리카도 가격이 더 비쌌다. 녹색 파프리카는 단가표에서 1kg당 6500원인데 반해 센터 제시가격은 7000원이었다. 주황색 파프리카도 단가표에는 1만1000원인데 반해 센터 제시가격은 1만2000원이었다. 게다가 센터를 통하지 않을 경우 공개 경쟁입찰을 거치면서 평균적으로 10% 가량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실제 학교로 납품되는 가격은 센터 제시가격보다 저렴하다.

이처럼 센터를 통한 식재료 가격이 더 비싼 이유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충청도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식재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사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동일한 품목을 대량으로 사는 센터의 가격 결정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식재료의 질은 전통시장의 식재료보다 더 안 좋은 것이 많아 늘 고민이 된다”며 “식재료 안전성 및 배송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따져묻고 싶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센터로부터 식재료를 공급받는 학교의 영양(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센터의 불투명한 운영체계였다. 특히 센터의 운영위원회 식재료 가격 결정 과정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농산물을 포함한 식재료 단가를 결정할 때 센터 관계자와 운영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가격결정심위원회(혹은 가격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통상 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위원회에서는 농산물의 공급추이와 가격변동 폭, 센터의 운영적자 폭 등을 검토해 가격 인상 혹은 인하를 결정한다.

하지만 센터의 가격결정 구조는 물론 센터 운영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는 곳들이 대다수다. 이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이하 올본)처럼 관 주도로 운영되는 센터를 제외하고 민간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센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비공개로 인해 각종 유착과 비리 의혹이 커지고 이는 불투명한 식재료 가격과 맞물려 센터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대규모 비리가 터지면서 해당업체가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경기도 친환경 식재료 공급대행 업체 파문이다.

(주)신선미세상은 2015년부터 경기도 친환경 식재료 공급대행을 맡아오면서 공급대행 업체를 선정하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원장 서재형, 이하 진흥원)과 경기도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의해 제기되었고 아직까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기도 이외에도 농협과 농업회사법인, 영농조합법인, 민간업체 등이 공급 혹은 물류를 대행하거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센터가 전국에 상당수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가격결정 및 운영과정 공개는커녕 관리·감독도 받지 않는다. 경기도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자치단체가 주관해 시장가격을 조사·분석하고, 위원회의 심의과정 및 의결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이라며 “그래야만 단가와 식재료의 질 하락에서부터 시작된 센터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있는 80여 개 센터 중 절대다수는 센터의 운영현황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체급식 관계자들과 유통 전문가들은 센터의 운영에 대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센터가 2/3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는다. 적자 규모가 커지면 제일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식재료의 질과 안전성이다.

센터의 기능 중 하나는 식재료의 구매 및 집하·유통 기능이다. 그리고 유통에 앞서 학교 측에서 하기 어려운 식재료 안전성 확보 역할도 함께 한다. 식재료 안전성 확보를 위해 센터는 식재료의 세균검사, 방사능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거쳐 안전이 확보된 식재료만 학교로 납품한다.

전국의 센터 중 높은 수준의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는 곳으로 ‘올본’을 꼽는다. 올본은 학기 중이면 매일 107톤의 식재료를 각 학교에 공급한다. 그리고 안전성 검사에만 매일 1000여만 원의 비용을 사용한다. 식재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올본은 이런 강력한 안전성 검사 조치 때문에 매년 적자 폭이 누적되어 왔고 지난 5년간 쌓인 적자 규모가 26억 원에 달했다. 이는 곧 센터를 통해 공급되는 식재료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센터의 운영을 민간이 맡았을 때 식재료 안전성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다.

충남지역의 한 급식 관계자는 “교차오염 방지, 잔류농약 검사 등이 정책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학교에는 해당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센터의 설립은 기존 식재료 업체들에게는 위협이 되기도 했다. 센터 이전에 학교급식에 납품을 해오던 업체들로서는 잘못하면 하루아침에 납품처를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몇몇 지역에서는 기존 업체들의 반발로 센터 설립이 늦춰지기도 했었다.

센터 설립 후 기존 식재료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2가지였다. 기존 업체들은 학교의 발주에 맞춰 식재료를 공급해왔다면 센터 설립 후에는 센터로 공급하거나 센터가 공급하지 않는 품목을 취급 식재료를 변경하는 것.

센터는 대량으로 공동구매가 가능한 품목을 주로 취급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산물은 농민들과 직접 계약재배를 하거나 지역 내 출하회를 통해 구입하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이 차지할 수 있는 양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센터로 납품이 결정된 업체들 역시 유통마진이 크게 줄어들었다.

자연히 센터가 납품하기 어려운 품목인 공산품에 업체들이 몰려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당연한 수순. 교육부에서 내놓은 ‘학교급식지원센터 가이드라인’(2014)에서도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는 지역에서 조달 및 공급이 가능한 우수 농산물 취급이 기본 취지이나 품목을 확대할 경우 기존의 식재료 공급업체와 상생 협력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기도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기존 식재료 업체와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지역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지가 없어 모든 식재료를 외지에서 들여와야 하는 서울을 제외하면 아직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업체들 역시 학교급식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이들을 설득하고 참여시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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