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급식 정책 결정시 학교급식 종사자 의견 수렴 필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이하 농식품부)가 지난달 밝힌 ‘초등학생 대상 아침간편식 제공 시범사업’ 시행에 대해 학교급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상존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 사업을 위해 3억5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9월부터 전국 3개 지역에서 1개 학교를 선정, 학교당 100명의 학생들에게 아침급식을 대신할 쌀가공식품 간편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제공 횟수는 한 달에 2회 3개월간 진행될 예정으로, 이미 관련 예산이 확보돼 사업시행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아침급식 시범사업에 대해 상당수 학교 영양(교)사들은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먼저 ‘학교급식법’에 규정된 학교급식의 목적과 범위, 현실적인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시행할 아침급식은 명분만 있을 뿐, 관련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강원도 A영양교사는 “가정에서 이뤄져야 할 교육적 기능을 학교로 떠넘기려는 흐름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학교급식법에는 명확하게 ‘정규수업일수의 점심’이라고 학교급식의 범위를 정해놓고 있는데 급식의 범위를 확장하려면 법령 정비부터 하라”고 말했다.
세종시 B영양교사도 “아침 결식률이 높은 이유는 과도한 학습시간에 따른 수면 부족인데 마치 저소득 때문인 것처럼 정부 당국이 보고 있다”며 “100명만 선정한다고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정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C영양사는 “경기지역은 이미 9시 등교가 정착됐고, 타 지역도 9시 등교가 확산되는 추세인데 단지 아침간편식을 먹기 위해 등교시간을 다시 9시 이전으로 되돌리라는 말인가”라며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권장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학생 아침급식 확대방안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 대치초등학교 김옥자 영양교사는 “아침간편식을 현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 맡기려는 생각이라면 절대 불가”라며 “조리인력 확보와 영양(교)사에 대한 행정적인 지원이 없으면 기존의 점심급식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영양(교)사들은 과거 ‘친환경급식’이 그랬던 것처럼 쌀 소비확대를 위해 ‘학교급식을 이용하지 말라’는 강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 D영양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건강한 식재료를 주자는 명분에는 충분히 동감하지만, 막상 친환경식재료를 사용하려다 전체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았다”며 “급식의 질 하락은 우리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게 되는데 정부는 우리 농업살리기 명분에 우리 학생들이 희생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번 아침급식을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전통적인 가정 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지금, 학교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이 흐름에 맞춰 학교급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만약 아침급식을 학교급식 종사자들이 맡게 된다면 주 52시간 근로기준 등에 따라 반드시 추가 인력 배치가 필요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시설 투자와 예산 투입의 명분도 힘을 얻게 될 수 있다는 것.
서울시의 한 급식 관계자는 “법적인 정비와 현재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 업무를 근거 없이 떠넘기지 않는다는 조건 등이 갖춰지면 아침급식을 시도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급식 관계자는 “학교급식에 인력 및 예산을 추가 투입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것으로, 농식품부의 사업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급식관계자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급식을 비롯한 단체급식산업을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농식품부가 시도해 호평 받았던 과일간식 사례는 참고할만한 요소다. 농식품부는 포장된 컵과일을 업체로부터 납품받고 보관부터 지급까지 담임교사 책임 하에 과일간식사업을 운영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일간식사업을 지켜본 경기도의 E영양사는 “과일간식사업을 보며 아쉬운 것이 과일이 제공만 되고 식생활교육이 함께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며 “식생활교육은 아침간편식은 물론 모든 급식 분야에 필수적인 것으로, 아침급식 도입을 계기로 식생활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급식 관계자는 “맞벌이 가정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라며 “사회가 학교에 요구하는 역할이 많아지고 있는 이 흐름에 맞서기보다 적극적으로 개선책과 대안을 제시해 스스로 권익과 위상을 찾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