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이야기 - 춘천닭갈비 & 나박김치
한식 이야기 - 춘천닭갈비 & 나박김치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9.04.1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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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닭갈비

고추장 양념에 재워둔 닭고기와 갖은 채소를 둥그렇고 커다란 무쇠 프라이팬에 올려 매콤하게 구워 먹는 춘천닭갈비. 막국수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 누구나 즐겨먹는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자리잡게 됐다.

■ 돼지고기 대신 구워 낸 계륵의 화려한 변신

닭갈비를 최초로 선보인 사람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1960년대 초반 춘천 중앙로에서 돼지고깃집을 운영하던 김영석 씨가 처음 만들었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졌다.

닭갈비의 원조가 춘천에서 시작되었음을 확실하게 인정받기 위해 아예 시에서 공식 역사로 지정했을 정도다.

김 씨 부부는 어느 날 돼지고기가 다 떨어지자 근처에서 급히 사온 닭 두마리를 돼지갈비처럼 손질해서 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넓게 펴 덩어리째 불에 구워 잘라 먹으니 색다른 맛이 났다. 그 뒤 달콤한 양념에 닭고기를 재워두었다가 돼지갈비처럼 구워 팔았더니 술안주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 알뜰살뜰 닭갈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엄청 맛있고 양도 넉넉하다는 것이 닭갈비집 주인들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이제는 다양한 채소를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있는 영양식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춘천닭갈비는 적당한 크기로 토막 낸 닭고기를 양념장에 잘 버무려 7~8시간 이상 재워둔 뒤,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도톰하게 썬 양배추, 고구마, 당근, 깻잎 등과 함께 볶아 먹는다.

쫄깃쫄깃한 가래떡만 골라 먹는 사람, 달콤한 고구마만 좋아하는 사람 등 입맛도 서로 달라서 아예 추가 메뉴로 정해둔 식당이 대부분이다. 매콤한 닭갈비를 먹고 나면 남은 양념과 밥을 함께 볶아 먹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닭고기는 피부미용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높다. 단백질의 주요 성분인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뇌신경 전달물질의 활동을 촉진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나박김치

나박김치는 배추와 무를 주재료로 담근 국물김치다. 봄에 주로 먹지만 사계절 언제나 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나박김치는 제사상이나 설날 떡국 상에 오르는 김치이기도 하다. 신선한 맛을 생명으로 쳐서 살림이 넉넉한 집안에서는 하루걸러 한 번씩 담갔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나박김치 없는 밥상은 마음이 덜 간 밥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 떡과 곁들이는 찰떡궁합 김치

나박김치는 나박나박 썰어서 담근 김치라는 의미도 있지만, 무를 일컫는 옛날 말이 ‘나복(羅蔔)’인 만큼 무를 넣어 담근 김치라는 뜻도 지닌다. 나박김치는 식사 때만이 아니라 간식이나 떡, 만두, 약식, 다과 등의 차림에도 반드시 곁들여 먹은 김치다. 국물이 시원하고 새콤해서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소화 효소가 많은 무가 들어가 속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국수말이나 냉면 같은 음식에 국물을 따라서 쓰기도 하는데, 특히 떡과 잘 어울려 뻑뻑한 떡의 목 넘김을 좋게 만들어 준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에서 ‘김칫국’은 바로 ‘나박김치의 국물’을 뜻한다.

■ 나박김치와 동치미

나박김치와 동치미는 모두 무를 이용해 만든 물김치다. 동치미는 무만으로 만들 수도 있고 오래오래 두고 먹는 저장용 김치다. 그에 비해 나박김치는 무와 쪽파, 사과와 배를 넣어 국물을 다소 달게 만들고, 바로 먹는다는 점이 동치미와 다르다. 또한 나박김치는 국물에 고춧가루를 풀어 색이 붉고 좀 더 칼칼한 맛을 낸다. 식품역사학자들은 동치미를 나박김치의 원류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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