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상당수가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단체급식소에 ‘보다 검증된 경보기’ 설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이희숙, 이하 소비자원)이 지난 17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14개 제품 중 5개 제품에서 일산화탄소 감지 및 경보 음량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이 직접 시행한 일산화탄소 경보농도 및 음량시험 결과, 조사대상 14개 중 4개(28.6%) 제품은 1차(250pm)·2차(50pm) 경보농도 등에서 미작동 또는 오작동했고, 3개(21.4%) 제품은 경보음량이 52dB~67dB 수준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가스누설경보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따라 ‘불완전연소가스용 경보기’로 분류되며,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pm(1차 경보 농도)에서 5분 이내, 50pm(2차 경보 농도)에서는 1분 이내에 경보가 울려야 한다.
또한 오경보를 방지하기 위해 50pm(부작동 농도)에서 5분 이내에는 작동하지 않아야 하며, 경보 음량은 70dB(데시벨)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교류 전원형 일산화탄소 경보기(전기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경보기)에만 적용될 뿐 시중 유통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성능 기준에 미흡한 제품의 사업자에게 자발적 시정을 권고했고, 해당 사업자는 이를 수용해 판매를 중지하고 교환·환불·수리하기로 했다. 또한 소방청에는 ▲건전지형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형식승인 등 기준 마련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경보농도 기준 강화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설치기준 마련 등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치명적이다.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도 장시간 흡입할 경우 혈액 내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증가해 일산화탄소 중독(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화기를 다루는 단체급식소는 불완전연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로 실제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조리종사자 실신 사고가 종종 일어났다.
이에 따라 최근 학교급식소 등에서는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조사 결과를 접한 일선 조리종사자들은 단체급식 전용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북의 한 학교 조리사는 “급식실은 일반 숙박업소 혹은 외식업소와 다른 작업 환경인 만큼 일산화탄소 경보기 적용기준도 달라야 한다”며 “별도의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면 급식 전문 업체의 제품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