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유치원 부실 급식 논란, 언제까지…
병설유치원 부실 급식 논란, 언제까지…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9.05.03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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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더부살이’하는 병설유치원 급식 실태 지적
별개 급식소로 인정부터… 시설·인력 추가 투입도 필수

“만 3세에 짬뽕국물… ‘유치원 밥’ 맞나요?”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지난달 말 국공립 병설유치원(이하 병설유치원)의 급식 실태를 지적한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이에 따라 관리주체도, 관할부처도 애매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급식 관계자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병설유치원 급식을 둘러싼 지적의 본질은 신체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만 3세~5세 유아에게 10세 이상의 초등학생들이 먹는 식단을 고스란히 적용한다는 것이다.

유아는 초등학생에 비해 소화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저작기능(음식물을 씹는 능력)도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극적인 음식을 소화시키거나 받아들이는 기능도 부족해 맵거나 짠 음식은 피해야 한다.

특히 이 시기는 식습관이 형성되는 때이므로 식생활교육도 중요하다.

따라서 병설유치원의 급식은 별도로 운영되어야 하지만 같은 학교 내에 있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도 없이 초등학교 영양(교)사가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초등학교 급식만으로도 벅찬 영양(교)사와 조리사(원)들은 병설유치원의 급식을 별도로 준비할 여력도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병설유치원은 원아가 적다는 이유로 조리시설은 물론 영양(교)사나 조리인력을 갖춘 곳이 거의 없다. 서울교육청과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지역 전체 병설유치원 1280곳 모두가 초등학교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병설유치원은 원비가 저렴하고, 초등학교의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대단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급식 실태를 접한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에 강하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병설유치원이 있는 일선 초등학교 영양(교)사들은 저염 및 저농도로 조리한 음식을 별도 준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라고 급식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경기도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는 같은 식단이어도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나눠 염도와 농도, 첨가 조미료 등을 다르게 준비하고, 교직원용도 별도로 있다”며 “현재도 업무가 벅찬 상황에 본래 정해진 업무도 아닌 병설유치원까지 떠넘기는 것은 무리”라며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 1·2학년용 음식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이선영 교수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가장 큰 차이는 소화능력”이라며 “유치원급식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조리방법도 초등학생과 다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7세는 식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단계로 영양(교)사들을 통한 영양·식습관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잇따른 언론보도에 대해 교육부도 이번에는 개선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유아정책과 관계자는 “병설유치원에서 일괄적으로 초등학교 급식을 유아에게 제공하는 것은 건강에 우려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지속해서 개선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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