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교급식서 ‘3등급 한우’ 사라지나
서울 학교급식서 ‘3등급 한우’ 사라지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6.03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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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한우 중 3등급은 7% 불과… 학교는 50% 요구 ‘공급 태부족’
일부 영양(교)사들 “급식 현장 몰이해에서 비롯한 탁상행정” 비판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서울시 학교급식에서 앞으로 3등급 한우가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때문에 한우 3등급을 사용해야만 하는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돼 타 지역의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내 학교 영양(교)사들은 이번 조치가 급식 현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마블링에 대한 거부, 가격 등의 이유로 3등급을 사용하는 학교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서울시내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센터장 정준태, 이하 센터)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학교급식용 축산물 공급기준 중 한우 ‘3등급 이상’을 ‘2등급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우 3등급에 대한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품질이 낮은 한우 3등급을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축산 농가는 31개월 정도 비육한 한우가 중량이 750kg일 때 출하하는데 반해 한우 3등급은 3~4차례 출산을 한 평균 80개월령 이상된 암소 혹은 번식용 수소로의 가치도 끝난 노쇠한 수소가 주로 판정을 받는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우 3등급 출현율은 전체 소고기 중 7.4%에 불과했다. 사육기술의 발달로 인해 1등급(1등급++, 1등급+ 포함) 출현율이 무려 73%에 달하고, 2등급 역시 19.5%다.(등외 판정 0.3%)

이 같은 한우 출현율과는 달리 학교급식에서 한우 3등급의 발주율은 평균 50% 이상이다. 이로 인해 실제 학교에서 3등급을 요구하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부득이하게 손해를 감수하면서 2등급 한우를 납품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교급식에서 국거리와 불고기용으로 사용되는 양지와 우둔살은 소 1마리당 평균 18kg 가량 생산되는데 이 두 품목이 전체 한우 발주량의 36%를 차지할 만큼 특정부위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를 감안해 서울시와 센터는 현행 3등급 이상 기준을 2등급 이상으로 상향하고, 용도별 대체부위 혼합 상품을 구성해 학교급식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중 가장 수요가 많은 국거리는 양지와 목심·사태 부위를 혼합해 공급한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센터는 학부모와 학생, 영양(교)사, 농민 등을 대상으로 양지와 다른 부위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와 선호도 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결과 부위를 혼합해 사용할 경우 등급은 높아지고, 공급단가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맛과 식감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협의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센터는 올해 2학기부터 국거리 및 불고기용 혼합 상품을 병행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에 한우 3등급 폐지를 확정한 뒤 내년도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기본계획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한우 3등급 사용 폐지는 서울시의회(의장 신원철)에서도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내 학교 10곳 중 8곳은 3등급 한우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번 추진되고 있는 한우 등급 조정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기존의 한우 부위별 공급체계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사업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2등급 한우를 공급받기 어려운 부족한 학교급식 식품비 인상을 이뤄내는 것이다.

서울시 A중학교 영양사는 “식재료비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어 고민인데 고교생들은 먹는 양이 초·중학생에 비해 상당히 많아 식단구성에 영향을 받을 정도”라며 “식재료비 현실화에 교육당국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계획을 전해들은 일부 영양(교)사들은 강한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마블링보다는 살코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마블링이 적은 3등급 한우를 쓴 것인데 마치 질 낮은 한우를 일부러 먹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서울의 한 영양교사는 “의도적으로 마블링이 거의 없는 3등급 한우를 선호한 학교도 있고, 학생 수가 적어 높은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학교들도 3등급 한우를 사용하는데 센터의 일방적인 3등급 폐지 정책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센터의 이번 정책은 현장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보여 자칫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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