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칙 지킨 학교급식, 비판받지 말아야
[기자수첩] 원칙 지킨 학교급식, 비판받지 말아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6.1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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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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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본지는 2008년 창간한 이래 늘 지향해온 가치 중 하나는 이른바 ‘현장 중심’이라는 것이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내 그 답을 정책부서에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본지는 케이블방송 tvN이 지난 3월 ‘고교급식왕’ 프로그램을 방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 전부터 최근 몇 년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이 ‘화려한 급식’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학교급식 외부의 사람들은 더 이상 그냥 넘길 수 없는 수준의 오해와 문제 제기를 해오고 있는 형국이었다.

문제점을 인식한 뒤 공동취재반을 구성해 수많은 영양(교)사를 직접 만나고, 전화하며, e메일도 보냈다. 그리고 경남지역의 한 학교급식 관계자를 통해 정답에 가까운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영양(교)사들은 식단 작성 및 급식운영에 나름의 가치와 철학, 목적을 분명히 담습니다. 언론에서 주목하는 ‘화려한 급식’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주목받는 급식은 칼로리와 영양성분 구성, 잔반 처리 등 문제점이 없지는 않지요. 하지만 무조건 배척만 해서는 안 된다고 여깁니다. 배울 점도 있는 거죠. 그런데 교육부에서 이런 급식을 ‘좋은 급식’이라고 ‘공식인증’해버리니 문제가 된 겁니다.”

이 멘트는 기자가 취재를 마친 후 내린 결론을 정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학교급식에 대한 왜곡에서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급식 종사자들은 학교 영양(교)사들이었다. 학교급식 분야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고민하고 내놓은 성과물은 학생들에게 외면당하고 또 학부모들에게 불필요한 민원을 받아야 했다.

학교 영양(교)사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에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다. 그리고 급식 식단에 자신만의 가치와 목적, 철학을 담는다. 이것은 곧 식재료 선택부터 식단 작성, 조리과정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표창에서부터 시작된 각종 언론보도에서는 이 부분이 빠진 채 오로지 ‘이미지’만 전달됐다. 영양(교)사들의 존재와 정체성이 부인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당연히 학교 영양(교)사들은 영향을 받고 의욕상실과 정체성 훼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어왔다.

이제 문제점이 진단됐으니 처방을 할 때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공통적으로 교육당국, 특히 교육부가 문제점을 바로잡아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건 ‘화려한 급식’으로 주목받은 영양사들의 표창을 회수하라는 것이 아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원칙을 지키는 것, 원칙을 지켰다고 비판받지 않는 학교급식을 만드는 것, 여기에 가장 중요한 ‘학생의 건강이 최우선인 학교급식’을 만드는 것이다.
이 이상 명료하고 단순한 요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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