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보수교육 평점 인정하는 학술대회는 ‘법정교육’
[이슈] 보수교육 평점 인정하는 학술대회는 ‘법정교육’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7.09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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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교육 운영 시 청탁금지법 대상… 협찬 등 수익사업 불가
“사업부, ‘학술대회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말라’ 못 박은 셈”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이하 영협)는 지난해 7월 “영양사학술대회(이하 학술대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본지의 보도(본지 240호(2018년 5월 21일자))에 대해 정정 및 반론보도와 함께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년에 걸친 재판 끝에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광진)는 지난 5월 영협의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영협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영협이 그동안 행해온 행태가 불법이었음을 시사하는 문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협은 이 같은 사실을 관련 업체나 영양(교)사들에게 철저히 숨긴 채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학술대회 개최를 그대로 지속하려 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영협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문을 분석해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기로 했다.
- 편집자주 -

 

2017년 7월 열렸던 영양사학술대회 부대행사인 ‘식품·기기전시회’ 개막식 모습. 사법부는 이 식품·기기전시회가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2017년 7월 열렸던 영양사학술대회 부대행사인 ‘식품·기기전시회’ 개막식 모습. 사법부는 이 식품·기기전시회가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쟁점1> 학술대회에서 수익 올린 적 없고, 전시회는 별개 행사?

영협은 먼저 본지 보도에서 지적된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적이 없고 식품·기기전시회는 학술대회와 완전히 별개의 행사인데다 학술대회 개최로 손실을 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협이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학술대회에 참석하면 보수교육 참가시간이 인정됨을 보도자료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고, 학술대회의 부대행사로 식품·기기전시회를 함께 개최하면서 이 두 행사를 하나의 행사처럼 1개의 공문을 통해 알렸다”며 “피고(대한급식신문)가 수집한 자료에 허위내용을 발견할 수 없고, 부적당한 내용도 없어 기사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영협이 식품·기기전시회 협찬 및 참가비로 무려 6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고(영협)는 학술대회와 관련해 손실 등을 보았다고 주장하지만, 학술대회와 식품·기기전시회 관련 비용을 모두 학술대회 비용으로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5개월치 인건비도 그 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사정도 엿보인다며 원고가 법정교육인 보수교육과 연계해 두 행사를 개최하며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은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영협은 학술대회 부대행사인 식품·기기전시회에서 6억 원이 넘는 협찬 및 참가비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본지 보도에서는 협찬금 1억 원에 전시회 참가비가 약 4억 원으로 추정했는데 실제 영협은 이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업체로부터 거둬들였다는 것.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본지의 보도가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쟁점2> 학술대회 협찬, 공무수행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 아니다?

영협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학술대회에서 협찬을 받는 것은 공무수행이라고 볼 수 없어 협찬을 받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영협)는 청탁금지법 제11조 제1항 2호의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법인·단체 또는 기관이나 개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원고는 식품·기기전시회가 학술대회의 부대행사라고 주장하는 바, 부대행사와 관련해서 협찬을 받는 것도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의 판단을 보면 영협이 학술대회를 보수교육과 연계하지 않으면 학술대회를 위탁받은 공무로 볼 수 없어 각종 후원과 협찬이 가능하다는 것. 즉 재판부는 보수교육 자체가 아니더라도 보수교육과 같이 ‘위탁받은 공무’와 다른 행사를 연계했을 경우 연계된 행사도 ‘위탁받은 공무’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위탁받은 공무’인 이상 후원과 협찬은 금지된다.

법조계와 관계기관에서도 대단히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형사재판도 아닌 민사재판, 특히 이번 같은 명예훼손 소송에서는 본안과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이런 관례를 뛰어넘는 판결이라는 것.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민사재판 판결문에서 보기 어려운 문구, 특히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위반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이 있어 깜짝 놀랐다”며 “대단히 이례적인 판결인데 바꿔 말하면 재판부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식품·기기전시회에 참여한 업체들이 배포한 홍보물들은 그대로 쓰레기장에 버려지기 일쑤였다.
당시 식품·기기전시회에 참여한 업체들이 배포한 홍보물들은 그대로 쓰레기장에 버려지기 일쑤였다.

 

쟁점3> 이미 검찰 수사 중인 영협, 청탁금지법 등 유죄판결 없다?

영협은 2017년도 보수교육을 실시하면서 업체로부터 교육장소비를 대납 받거나 이와 관련해 기소 또는 유죄판결을 받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연합뉴스 등 각종 언론보도에 의해 알려진 것처럼 영협은 2017년 부산·대구지역의 보수교육에서 영양사 직무와 관련 있는 특정업체로부터 장소사용료를 대납 받아 서울 중랑경찰서로부터 수사를 받았고, 지난 3월 2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중랑경찰서는 수사 과정에서 청탁금지법뿐만 아니라 교육비 지출내역 중 인건비 횡령 혐의까지 인지하여 위조된 영수증과 당사자의 자백까지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 역시 이 사안에 대해 “원고(영협)는 보수교육 진행과 관련해 내사를 받은 사실이 있고, 실제로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명백히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재판부가 영협의 주장을 모두 기각한 것. 다만 재판부는 “언론의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는 내용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 보도내용에 대해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언론중재법 제16조와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영협의 반론보도 청구는 인정했다.

영협은 반론보도문에서 “학술대회 참석 시 보수교육 평점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영양관리법의 법령에 따른 것이고,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이 프로그램을 승인했다”며 “대체인정 프로그램은 다른 단체 등 법정단체에서 널리 인정되는 것으로 불법의 소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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