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이야기] 신선로
[한식 이야기] 신선로
  • 한식진흥원-한국외식정보(주)
  • 승인 2019.08.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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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궁중음식

 

신선로는 원래 궁중에서 먹었던 음식이다.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그릇도 흔하지 않아 궁중에서는 연회 때, 서민들은 잔치 때만 만들어 먹었다. 맛이 좋아 입을 즐겁게 한다는 뜻에서 열구자탕(悅口資湯)이라고 불렸을 만큼 호화로운 것이 특징이다. 쇠고기, 간, 천엽, 돼지고기, 꿩, 닭, 전복, 해삼, 숭어 등 약 25가지 종류의 고급 재료가 들어간다.


■ 전국을 방랑한 정희량의 신선로 
   『조선요리학』에 기록된 신선로의 유래는 조선시대 연산군(1476~1506)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문에 능하고 음양학에 밝은 정희량이라는 사람은 스스로 점을 쳐서 자신의 운명과 수명을 미리 알고 일찍이 속세를 피해 은둔할 뜻을 품었다. 임금의 눈 밖에 나 귀양을 다녀온 후에는 깊은 산중에 들어가 버렸는데 전국을 방랑하면서 신선처럼 살았다고 한다. 정희량은 화로를 하나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거기에다 여러 가지 채소를 한데 넣어 익혀 먹곤했다. 그가 신선이 되어 속세를 떠나간 뒤에 세상 사람들이 그 화로를 신선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 먹어서 입이 즐거운 신선로
신선로는 들어가는 재료가 호화로운 만큼 만드는 방법 역시 까다롭기 그지없다. 먼저 삶은고기와 날고기를 밑에 깔고 그 위에 생선, 고기, 천엽, 미나리, 달걀, 버섯 등을 일일이 전으로 부쳐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 조화롭게 담는다. 잣과 호두, 은행을 그 위에 얹어서 마무리하는데 담백한 육수를 부어서 즉석에서 끓여 먹는다. 신선로틀 가운데에는 둥그런 칸이 있다. 여기에 잘 피운 숯을 넣으면 그 열에 의해 재료들이 익을 뿐만 아니라 먹는 동안 음식의 온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 신선로와 국빈 만찬 
화려한 모양으로 눈길을 끄는 신선로는 청와대 국빈 만찬에 단골로 등장하는 음식이다. 만찬 도중 실내조명을 모두 끄고 1인용 신선로 수십여 개를 동시에 내놓는 장면을 연출하면 어두운 실내에 숯불이 핀 신선로가 들어서는 모습 자체가 독특한 퍼포먼스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 신선로의 다른 이름
 『수문사설』에는 ‘열구자탕’, 『송남잡지』에는 ‘열구지’, 『규합총서』·『시의전서』·『해동죽지』·『동국세시기』에는 그릇 그대로 ‘신선로’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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