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식재료 브랜드 지정 법령은 ‘그림의 떡’
현행 식재료 브랜드 지정 법령은 ‘그림의 떡’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9.09.08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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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위성·객관성 대한 객관적 기준 ‘모호’… 오히려 브랜드 선택 위축시켜
교육청별 적용 문구도 제각각, “교육부에서 청렴 관한 단일기준 만들어야”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학교 영양(교)사들의 식재료 선택권이 존중되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되고, 이 사실이 재확인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이번 사안의 문제 해결은 결국 교육부가 쥐고 있음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따가운 지적이다.

행정안전부(장관 진영, 이하 행안부)는 2016년 11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이하 집행기준)을 개정하면서 브랜드 지정을 못하도록 한 조항에 단서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집행기준 제7조에 ‘국민의 생명보호, 건강, 안전, 보건위생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행안부 측에서도 이는 학교급식을 위한 개정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국 대다수 교육청들은 연초에 내놓는 학교급식 기본방향(혹은 계획)에서 영양(교)사의 식재료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리고 교육청들은 행안부의 법령 개정 조문을 그대로 싣거나 몇몇 교육청들은 식재료 브랜드를 2개 이상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행안부에서 제시한 집행기준 단서조항은 허용을 하는 동시에 ‘특별한 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지웠다. 여기서 특별한 사유란 해당 브랜드를 사용해야 하는 당위성과 객관성을 의미했다. 

행안부는 일부 교육청이 공동으로 질의한 브랜드 지정 허용에 대해서도 동일한 답변을 내놓았다. 답변의 요지는 “식재료 선정 시 학교운영위원회의 제품 선호도 반영 등 품질이 좋고, 객관적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표 등을 제시해 업체와의 유착 등 오해의 소지나 논란이 없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본지가 확인한 결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학교급식 기본방향(혹은 계획)에 반영한 이 조항은 제각각이었다. 단순히 행안부 집행기준 준수로 표기한 교육청은 6곳이었고, 브랜드 복수 지정을 허용하거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허용한 교육청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표현 문장 혹은 기준은 각기 달랐다.<‘전국 17개 교육청 식재료 브랜드 지정 허용 조항’ 참조>

교육청들의 허용 범위와 표현 자체가 제각각이어서 행안부 집행기준이 결국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그리고 당위성과 객관성 입증 또한 모호하다는 것. 

이를 입증하는 책임은 브랜드를 지정하는 주체인 영양(교)사에게 있지만, 이를 입증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각 교육청이 이러한 조항만 만들어놓고 당위성과 객관성에 대한 기준 마련 등의 후속조치는 손을 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브랜드 지정을 위해 당위성과 객관성을 입증하고 싶어도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자칫 이를 간과하고 브랜드를 지정하면 감사에서 청렴성을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아예 하지 않는 것.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복수 지정을 허용한 교육청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그마저도 ‘예외적으로’라는 문구가 있으면 교육청과 학교의 눈치를 보느라 섣불리 브랜드 지정에 나서지 못하는 형국이다. 

강원도의 A 영양교사는 “이 조항이야말로 ‘그림의 떡’이다”며 “현실성 없는 기준으로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영양(교)사들을 우롱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전남지역의 B 중학교 영양사는 “당위성과 객관성 언급이 나올 때부터 ‘또 영양(교)사들을 조롱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뭘 어떻게 입증하라는 건지 기준조차 없어서 처음부터 고려조차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의 C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지역과 학교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고 이전 학교에서는 가능한 게 옮겨간 학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옳은 정책인가”라며 “학교장과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 성향에 따라 급식이 바뀌는데 차라리 안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청렴’이라는 명목으로 영양(교)사들의 손발을 묶은 곳이 교육부라면 이 문제를 푸는 역할도 교육부가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도권의 D 고교 영양사는 “청렴에 대해 교육청마다 기준을 달리 정하면 오해와 비판의 소지가 있어서 교육청 스스로는 결코 당위성 및 객관성의 기준을 만들 수 없다”며 “청렴에 대해 강조하는 교육부가 나서 교육청과 함께 현실성 있는 기준과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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