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영양사 임금 과도히 낮다”
“학교 영양사 임금 과도히 낮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9.09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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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교육부 장관·교육감 대상 개선 방안 마련 의견 표명
영양사와 영양교사 동일하게 볼 수 없지만 임금 체계는 문제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조합원들의 모습.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교육공무직 영양사(이하 영양사)가 영양교사에 비해 과도하게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정부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영양사들이 주장해온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인정되지 않아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이하 인권위)는 지난 3일 2017년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안명자) 측에서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에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익명결정문을 발표했다. 

익명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학교 영양사 및 전문 상담사와 전문 교사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과 함께 교육청 간 임금 격차 방지를 위한 임금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영양교사와 영양사에 대한 여러 해석을 함께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영양교사와 영양사, 동일집단 아니다”

현재 영양사와 영양교사는 받고 있는 처우와 복지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 측이 인권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경우 영양교사에 비해 53.8%~ 78.7%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진정의 요지는 영양사와 영양교사가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영양교사에 비해 영양사의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상대적으로 적어 임금 총액에서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차별을 받은 사람과 그 비교 대상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야 한다”며 “영양교사는 영양교사 1급·2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에서 합격한 자인데 반해 영양사는 학교 회계직으로 시·도교육청의 조례로 채용된 것이어서 적용 법령 및 임용절차, 권한과 책임의 정도가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영양교사는 교사자격을 가진 교원으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자인 반면 영양사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영양사와 영양교사는 본질적으로 같은 자격 및 조건을 갖는 ‘동종·유사업무 종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차별에 대한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영양사들이 주장해온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을 사실상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어서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영양사들은 식생활교육 등 일부를 제외하면 식단관리·식재료 검수·위생관리·급식운영 사무 등에서 대동소이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양교사들과의 현격한 차별적 처우는 잘못된 것이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해왔다. 

수도권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사들의 처우를 높여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임용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영양교사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라며 “하는 업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근무할수록 더 커지는 급여 차이, 개선 필요”

반면 인권위는 동일집단은 아니지만 급식업무를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두 집단이 공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근무연수가 증가할수록 임금 격차가 더 커지는 임금체계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인권위는 2013년 학교 회계직의 차별적 임금구조를 개선하라고 한 차례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들은 근속기간에 따른 수당을 신설하고, 각종 수당을 인상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영양사들의 임금이 상당부분 인상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근속연수 20년차 영양사의 급여가 영양교사 20년차의 60%에 불과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인권위는 교육부 장관과 관련 시·도 교육감에게 ▲영양사와 영양교사의 업무 분석을 통해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거나 ▲집단 간에 현저한 임금 격차를 줄여가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의 한 영양사는 “영양사들은 처음부터 영양교사와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원한 적이 없었다”며 “영양사들은 업무의 성격과 업무량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원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비교집단이 영양교사뿐이어서 영양교사 수준의 임금을 요구한 것처럼 오해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과도한 임금 차이가 불합리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한 만큼 교육청은 하루빨리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진정을 제기했던 전국교육공무직노조 측은 크게 반발하며 행정심판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국교육공무직노조 관계자는 “인권위가 사회적 약자의 차별해소를 위한 역할을 방기하고, 마치 차별 정당화 컨설팅기관으로 전락한 모양새”라며 “그나마 심각한 격차 해소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빠른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정을 각하한 인권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빠른 시일 내에 행정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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