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 결국 뚫렸다
우려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 결국 뚫렸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9.09.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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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 식재료 단가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하 돼지열병)이 국내에 발생하면서 단체급식 업계도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초기 방역에 실패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졌던 2010년 구제역 파동에 이어 닭과 달걀 가격 폭등을 불러온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를 겪었던 터라 식재료 가격 변동을 확인하면서 식단 변화 등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7일 돼지열병이 국내에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18시경 경기도 파주시 소재 양돈농장에서 어미돼지 5두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시료를 채취해 정밀 검사한 결과 돼지열병 양성이 확정됐다. 이튿날에는 경기도 연천군의 한 축산농가에서도 돼지열병 발생이 확인됐다.

그리고 지난 20일 16시 기준으로 경기도 파주지역 2개 축산농가에서 2건의 돼지열병이 의심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파주시 파평면 소재 농장에선 4200마리 중 1마리가, 파주시 적성면 농장에서 3000마리 중 2마리가 폐사했다. 이 두 농장 모두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군 농장에서 10km 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에 육박하는 바이러스성 출혈 전염병으로 감염된 돼지의 눈물, 침, 분변과 같은 분비물 등을 통해 전파된다. 잠복기간은 약 4일에서 19일 정도이며,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첫 확진 이후 추가 발병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급식 업계는 향후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는 단체급식에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여서 식재료 수급과 가격 변동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일단 학교급식에서는 돼지고기를 배제한 대체 식단을 마련하는 동시에 돼지열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 잔반줄이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지난 19일 영양교사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나 닭고기, 오리고기 등의 대체 식재료 사용을 권고했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을 비롯한 대다수의 교육청들도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대체 식단 사용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돼지고기와 소고기·오리고기의 가격 차이가 심해 급식 현장에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아직까지 돼지열병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변동은 크지 않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급이 불안할 경우 가격상승 폭이 잘 가늠되지 않기 때문이다.

축산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1kg당 4476원이었던 돼지고기 경매가격은 하루 만에 5749원으로 28.44% 올랐다. 18일에는 6030원을 기록하며 이틀 만에 34.7%가 상승했다. 이는 48시간 동안 전국 일시 이동중지명령 때문에 돼지고기 출하가 중단됐기 때문으로 이동중지명령이 해제된 지난 20일에는 소매가격이 평균 수준으로 회복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돼지열병 발생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돼지열병을 막기 위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돼지에게 잔반을 급여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발생한 돼지열병에 잔반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잔반 급여 중단기간이 길어지면서 급식소와 축산농가 모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농가는 과도한 사료값 상승, 급식소는 잔반처리 불가능 상태에 처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인천시의 한 영양교사는 “아직까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에서 수거를 해가고 있지만 잔반이 많이 나오는 날이면 부담이 크다”며 “뚜렷한 대책이 없어 답답함만 호소한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한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잔반을 많이 남기지 않는 추세여서 다행이긴 하지만, 생선이나 채소 등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식단을 내놓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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