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간편식 사업, ‘기대’보다 ‘우려’ 크다
아침간편식 사업, ‘기대’보다 ‘우려’ 크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9.2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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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전국 8개 초등학교서 아침간편식 시범사업 시작
‘인스턴트 식품 위주’, ‘업체 위한 높은 단가’ 등 지적 이어져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아왔던 초등학생 대상 아침간편식 제공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면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6일 쌀 가공식품을 이용한 아침간편식 제공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 증가 추세를 완화하고, 쌀 간편식을 아침밥으로 섭취하는 문화를 확산시켜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작됐다.

사업에 참여하는 초등학교는 전남 대불초등학교를 비롯한 8개 학교로 인천과 전남, 강원지역에 소재해 있으며, 대상 학생은 총 2230명이다.

농식품부의 설명에 따르면, 시범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아침간편식은 HACCP 인증을 받고 최근 3년간 위생 관련 제재 처분을 받지 않은 기업에서 국산 쌀로 제조한 한 주먹밥류, 씨리얼류, 떡류 등(1인당 120g 내외)과 함께 음료가 주 2∼3회 제공된다. 기간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주 2~3회씩 총 21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침간편식 제공업체는 모두 4곳으로 ▲농업회사법인 오리온농협 주식회사 ▲라이스파이 ▲(주)리빙라이프 ▲(주)우리식품이다. 이 업체들은 모두 9개 제품을 제공한다.

아침간편식 제품으로 선정된 오리온농협의 그래놀라바.
아침간편식 제품으로 선정된 오리온농협의 그래놀라바.

아침간편식 상당수가 ‘인스턴트 식품’

다각도로 제기되는 이번 사업에 대한 비판은 일단 간편식으로 제공되는 제품의 상당수가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점이다. 4개 회사가 제공하는 9개 제품 중 오리온농협의 ‘오! 그래놀라 바’를 비롯한 4개 제품이 인스턴트 제품이다.

이에 대해 급식 관계자들은 “아침간편식 제공 역시 분명히 ‘급식’인데 급식의 목적과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영양교사는 “이름만 ‘간편식’이라고 부를 뿐 급식의 형태와 취지를 갖고 시작되는 아침간편식인데 제공되는 음식이 인스턴트식품 투성인 것을 학부모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급식의 목적과 기준, 가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우려는 점심급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의 계획에 따르면, 아침간편식은 오전 7시30분부터 8시까지 학교로 배송돼 8시 30분부터 9시까지 제공된다.

그런데 10시경이면 우유급식이 시작되고, 점심급식은 이르면 11시 30분에 배식이 시작된다.
이로 인해 아침간편식이 점심급식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급식과 대비되는 인스턴트 식품으로 인해 점심급식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공된 아침간편식
제공된 아침간편식

이해할 수 없는 높은 단가, 업체 배불리나

여기에 아침간편식을 위한 식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아침간편식을 위해 총 3억5000만 원을 책정했다. 1인당 단가는 무려 4000원으로 초등학교 평균 급식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아침간편식에 참여하는 8개 학교 중 4개 학교의 소재지가 강원도인데 강원도 초등학교의 평균 점심급식 단가는 식재료비와 운영비를 포함해 2500원(인건비 제외) 가량이다. 반면 이번 아침간편식을 위해 책정된 1인당 4000원은 오로지 식품비와 운반비로만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오리온농협의 ‘오! 그래놀라바’ 30g 제품 가격은 개당 740원(온라인 소셜커머스 기준) 정도로 대량납품으로 이어지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급식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즉 식재료비를 제외하면 모두 운반비이기 때문에 1회성 납품도 아닌 3개월 고정 납품인 것을 감안하면 운반비 또한 역시 과하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에서 정한 아침간편식 1식당 섭취량은 120g. 즉 그래놀라바와 같은 제품 4개와 우유 또는 식혜 같은 음료가 함께 제공된다. 초등 저학년이 먹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라는 지적과 함께 활동이 부족한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점심급식을 외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통업체만 배불리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학교에서 아침간편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이번 사업에 참여한 학교에서 아침간편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이번에도 반영 안 된 ‘식생활교육’의 가치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이번 아침간편식 시범사업이 또 하나의 단순한 ‘먹이기’ 사업으로 전락되어 버렸다는 씁쓸한 지적도 내놓고 있다. 식생활교육을 위한 예산과 프로그램이 전무하기 때문.

한 농업단체 관계자는 “아침 결식률을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식생활교육이 동반되지 않은 이상 이 사업은 ‘결식아동 돕기’와 다를 바 없는 사업이 되어버렸다”며 “아이들에게 아침간편식을 시행하는 목적을 전달함과 동시에 우리 농업의 중요성과 올바른 식생활의 가치를 전달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정부에서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같은 지적과 우려에 대해 농식품부는 현재 아침간편식 제공사업은 시범사업이며, 문제점이 드러나면 적극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농식품부 담당자는 “제품 선택은 농식품부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 아닌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등과 함께 구성한 ‘아침간편식 참여기관 협의회’와 논의를 거쳐 선택된 것”이라며 “실제로 점심급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제품과 제공량 등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11월 이후 사업 종료와 함께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와 평가를 받아 개선 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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