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이하 영협) 전국영양교사회장 자리를 두고 사상 첫 경쟁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를 두고 영협 내·외부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영양교사들은 “대의원 수가 많은 지역 후보가 당선될 수밖에 없는, 사실상 당선자가 정해진 선거”라는 비판을 일찍부터 내놓기도 했다. 영양교사는 같은 영양사 직군 중에서도 나름 ‘상위 직군’으로 평가받는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교사’인데다 위상과 처우수준 또한 영양사 직군 중 최상위. 이런 이유로 전국영양교사회장은 직제상 영협의 한 분과장임에도 대외적으로는 종종 독립적인 교사단체의 대표로 인식됐다. 이처럼 중요한 자리를 두고 경쟁선거가 치러지게 되자 일부 영양(교)사들은 그동안 변화를 거부했던 영협에 ‘변화의 신호’라며 환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이번 선거는 긍정적 변화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자 근간이다. 따라서 공정함에 투명성을 보장하며 구성원들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이를 통해 의사를 표시하고, 평가하며, 또 감시한다. 그러나 이번 전국영양교사회장 선거는 그것과 거리가 있었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은 후보가 어떤 성품과 생각 그리고 비전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채널이 전무했다. 단지 선거 당일 5분의 정견발표만으로 후보를 평가하고, 판단해야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역 영양교사들을 대표해 투표에 나서는 대의원들이 해당 지역의 의견 또한 수렴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은 고사하고, 후보에 대한 정보조차 전무했으니 ‘이번 선거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여기에 투표 결과 비공개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큰 표 차였다면 낙선한 후보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기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지만 투표 결과 공개는 ‘선거의 기본’이다. 선거 결과의 공개는 신뢰와 투명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만드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상 첫 경쟁선거로 치러진 이번 전국영양교사회장 선거를 지켜보면서 깨달았던 것은 이번 선거 역시 사실상 ‘대물림’이었다는 사실이다. 단독 후보를 만들기 위한 물밑협상은 당연시됐고, 문제를 제기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묵살됐으며, 뜻을 가진 일부 후보는 과도한 출마자격 규정에 걸려 일찌감치 뜻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영양교사들은 떠나야만 했다.
친목단체라면 이런 ‘대물림’이 큰 문제가 없을 테지만, 영협은 정부가 승인해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이 같은 정부 승인 단체라는 명분과 영양사 대표 단체라는 뒷배를 등에 업은 영협은 정부와 각종 기관·단체로부터 다양한 사업을 위탁받아왔다. 더 나아가 민간기업으로부터도 후원·협찬 등을 받고 있어 더더욱 영협은 순수한 친목·민간단체가 아니다.
영협은 왜 영양(교)사들이 등을 돌리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채하는 것일 수 도 있다. 그들은 영협의 이런 ‘불투명’과 ‘대물림’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영협은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그 증거가 회원들의 이탈이다. 영협이 복지부에 보고한 회원 수 8000명은 그 심각성을 입증한다. 그리고 8000명 중 1/3 가량은 회비를 내지 않은 평생회원일 것이며, 신규 회원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대부분 현장에 홀로 서있는 전국 영양(교)사들은 영협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와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대표 여성 전문직’이라는 위상을 잃어가는 동안 영협이 한 일은 그저 ‘복지부동’이었다.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고, 소리쳐야 할 때 침묵하며, 영양(교)사들에게 불신을 키웠다.
영협, 단시간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단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영협이 해야 할 일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아마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