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양성과정 체계화의 ‘빛과 그림자’
영양사 양성과정 체계화의 ‘빛과 그림자’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19.11.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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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영양교육평가인증제’ 어디까지 왔나
지난 10월 성신여대 등 4개 대학 인증… 총 8개 대학으로 늘어
필요성 분명하나 현재 상황에 강제적 도입은 ‘시기상조’ 평가도

[대한급식신문=정지미·김기연 기자] 지난달 29일 (재)한국영양교육평가원(원장 손숙미, 이하 영양평가원)은 올해 ‘영양교육평가인증’을 신청한 강릉원주대, 경남대, 성신여대, 계명문화대 등 4개 대학을 평가한 결과 적합하다고 판단해 모두 ‘4년 인증’을 결정했다. 4개 대학이 추가로 인증 받음에 따라 인증대학은 모두 8개로 늘었다. 일선 대학 현장에서는 이제 ‘영양교육평가인증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편집자주 -

 

한국영양교육평가원 인증단이 성신여대를 방문해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성신여대는 4년 인증을 받았다.
한국영양교육평가원 인증단이 성신여대를 방문해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성신여대는 4년 인증을 받았다.

시범사업 단계 넘어선 영양교육평가인증제

‘영양사 교육과정 평가인증제도’, 줄여서 영양교육평가인증제로 통칭되는 이 제도는 학교가 지속적으로 영양사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관리함으로써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영양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현재 영양사를 배출하는 최고 고등교육기관은 대학이다. 대학은 학부 내에 식품영양학 관련 전공 및 학과를 개설해 2~4년의 교육기간을 거쳐 예비 영양사들을 양성한다. 그리고 국가시험을 통과해 영양사면허를 받게 된다. 

영양사 국가시험을 관리하고, 출제하는 기관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예비 영양사를 양성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실 ‘대학’이 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각 대학의 영양사 양성과정은 영양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어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또 변화해왔다. ‘식품영양학과’로 시작한 명칭도 타 전공과 융합하거나 보다 세분화되어 변해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250여 대학(전문대 포함) 중 식품영양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137개(4년제 90개/3년제 20개/2년제 27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영양사 교육과정 체계화와 표준화의 필요성 그리고 영양사라는 직종의 중요성을 감안해 전문성과 위상 강화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여기에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도권의 한 영양사는 “영양사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20년 전 교육과정을 고스란히 되풀이하는 수업이 많다고 말한다”며 “교육과정을 객관적 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셈인데 그런 측면에서 영양교육평가인증제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이하 영협) 중심으로 시작된 영양교육평가인증제는 현재 시범사업 단계를 지나 진행단계로 들어선 상태다. 

영협은 지난 2011년 영양교육평가인증제 시행을 목표로 영양평가원을 설립했고, 영양평가원은 약 5년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 2016년 충남대와 한양여대를 대상으로 시범 평가인증을 실시해 두 대학 모두 ‘5년 인증’을 승인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단국대와 계명대에 대한 평가인증 결과 ‘5년 인증’을 결정했다. 영양평가원은 올해 4개 대학을 추가로 인증하고, 내년에는 더 많은 대학의 참여를 위해 추진단을 결성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증 기준 ‘커리큘럼·교원 확보·교육시설’

영양교육평가인증제는 ▲비전 및 운영 체계 ▲교육과정 ▲학생 ▲교수 ▲시설 및 자원 ▲교육성과 등 총 6개 영역에 15개 평가부문과 32개 평가항목의 서면 평가 및 현지 방문 평가로 이뤄진다.

이 중 제일먼저 강조되는 것은 ‘교육과정’, 이른바 ‘커리큘럼’이다. 커리큘럼을 제대로 갖췄는지에 대한 평가와 함께 학생 장학금 현황, 학과 인력, 현장실습 지원 여부 등도 이에 포함된다. 

다음은 전임교원 확보다. 이를 위해 대학은 교원 법정정원 확보 기준의 61%, 전문대는 50%를 충족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전임교원은 영양사면허를 소지해야 한다. 여기에 전임교원의 연구실적과 교육시수 확보 등도 세부평가기준이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시설 및 자원으로, 대학이 영양사 교육과정을 위한 강의실, 교육 기자재, 실습시설 등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평가인증 기준은 학생 수 대비 강의실 확보와 강의실 외 영양사 교육과정 또는 학과 전용의 1개 이상 교육 기본시설이다. 실습시설 역시 교과목 및 학점이수 기준의 4개 영역(기초, 영양, 식품 및 조리, 급식 및 위생) 중 3개 영역 이상의 실험·실습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137개 대학 중 현재 이 평가인증 기준에 따른 시설을 갖춘 대학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영양교육평가인증제

2016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궤도에 오른 영양교육평가인증제이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대학들의 반응은 적극적인 편이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실정은 내부 문제보다 외부의 문제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에 더 무게가 실린다. 현재 대학들은 매년 큰 폭으로 감소되고 있는 학령인구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여기에 정부 정책도 학령인구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중 가장 강력한 정책이 ‘대학구조개혁’이다. 이는 대학이 지닌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평가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퇴출’시키는 정책이다. 기준에 못 미치는 대학은 ‘부실대학’으로 분류하고, 정부 재정지원 혹은 학자금대출 제한 등의 조치를 가한다. 

평가는 A등급부터 E등급으로 대학을 나누고, 최하위인 E등급을 3년 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은 퇴출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대학의 역량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정원 감축’이다. 

대학들은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고, 이에 따른 재정 악화는 정부재정 지원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모든 대학들은 비인기학과는 통폐합하고, 이른바 융합학과는 적극적으로 신설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영양교육평가인증에 필요한 시설과 교원 확보 등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학교 재정이 소요되는데 학교 측에 이를 요청하면 ‘통폐합 대상 학과’로 분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지방의 한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주요 4년제 대학은 그나마 괜찮지만, 지방대학 또는 전문대학일수록 학과 통폐합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영양사의 취업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 위상도 그다지 높지 않은 현 시점에서 열악한 대학들은 선뜻 평가인증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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