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경기도 학교급식, 미래는 있나
기로에 선 경기도 학교급식, 미래는 있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1.13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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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농식품유통진흥원, 급식에 대한 전문성 갖추었나
“현 경기도 학교급식, ‘신선미세상’ 대행과 다를바 없다” 지적
“경기진흥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 전담시킬 필요 있어” 주장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해 3월 숱한 논란 끝에 경기도 학교급식 업무를 (재)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원장 강위원, 이하 경기진흥원)이 1년만 맡기로 한 뒤 10개월이 지났다. 지난 12월말로 경기도내 대다수의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서 학교급식 운영은 마무리됐고, 이에 따라 경기진흥원의 역할도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는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 업무를 경기진흥원이 1년간의 더 연장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 경기진흥원이 학교급식 업무를 맡은 뒤 약 1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제기됐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했을까. 제일 먼저 경기진흥원이 가진 급식에 대한 전문성에 대해 짚어본다.

- 편집자주 -

외부용역에서도 제기된 ‘전문성 부재’

지난해 10월 초순경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 신(新) 시스템 구축방안 연구’ 결과보고회에서는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경기도 학교급식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날 보고된 용역보고서의 최종 결론은 ‘비전문성’과 ‘폐쇄성’으로 요약됐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민간업체에 경기도 급식운영을 전부 맡긴 후유증이다. 경기진흥원은 전신이던 경기농림재단 시절인 2009년부터 경기도 친환경 조합공동법인과 신선미세상에 학교급식 업무를 전적으로 맡겨왔었다.

그러나 공급대행 업무를 맡긴 후 제대로 된 관리와 감독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적인 행위가 적발됐다. 그리고 경기진흥원이 직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그동안 경기진흥원의 무관심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용역보고서가 나온 시점은 경기진흥원이 학교급식 업무를 운영한 지 8개월쯤 되는 시기로, 이 같은 용역보고 결과가 경기진흥원을 직접적으로 지적한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경기도 학교급식이 얼마나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경기진흥원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경기진흥원의 전문성 문제 핵심은 ‘전문 인력의 부족’이었다. 사실상 공급대행업체에 학교급식 업무를 전담시켜온 경기진흥원은 직접 식자재 공급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전무했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러운 경기도의 직영 결정은 경기진흥원이 기존 공급대행 업무를 맡았던 신선미세상 직원들을 반드시 ‘이어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이는 무리하게 ‘공개채용’을 내세워 ‘고용승계’를 해야만 했던 발원지이기도 했다.    <본지 278호(2019년 12월 26일자) 참조>

지난 9월 급식용 식재료 검수를 지켜보고 있는 강위원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지난 9월 급식용 식재료 검수를 지켜보고 있는 강위원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전문 인력으로 고용승계하고도 고작 ‘1년 계약직’

최초 경기진흥원이 학교급식 업무를 맡은 지 10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전문 인력 확보와 사정은 나아졌을까. 경기진흥원은 지난 8월 강위원 원장이 취임하면서 학교급식본부를 급식전략본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신선미세상에서 ‘고용승계’한 77명을 재배치했다. 그리고 안양군포의왕 학교급식지원센터의 황영묵 센터장을 급식전략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경기진흥원으로 배치된 전 신선미세상 직원들의 지위는 1년 기간제 공무원에 불과했고, 이들 중 일부는 올해 2월 계약만료와 함께 퇴사의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전 신선미세상 직원 77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경기진흥원의 지금과 같은 직영체제가 ‘임시’라는 것은 공공연하다. 이런 가운데 경기진훙원이 학교급식 업무를 맡지 않아 또다시 공급대행 체제로 돌아간다면 현재 77명은 또다시 공급대행업체로 ‘고용승계’ 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진훙원의 학교급식 업무가 연장된다 해도 기간제 계약직원들의 불안함은 당연한 일.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도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한 약속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신선미세상이 깔은 판에 얹혀진 경기진흥원”

경기진흥원 내부에서도 일찌감치 이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경기진흥원은 신선미세상이 깔아놓은 도로 위에 얹혀져 운전하는 형국”이라는 평가가 종종 나왔다. 사실상 실질적으로 경기도 학교급식을 운영하는 실체는 전 신선미세상 소속 77명의 직원들이라는 씁쓸한 평가다.

신선미세상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학교급식은 단순한 1개 업무가 아닌, 각기 다른 종류의 업무들이 조금씩 복잡하게 얽혀있는 매우 독특한 업무여서 전문성 있는 인재가 핵심”이라며 “경기진흥원 역시 지난 4년간 신선미세상에 ‘의존’하는 형태로 식재료 공급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학교급식을 총괄하려니 기존에 있던 경기진흥원 직원들은 죽을 맛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재배, 생산자관리, 가격·구매·품질관리, 수발주업무에 식재료 안전성까지 챙겨야 하고, 식생활교육도 맡아야 하는, 그야말로 복잡한 업무”라며 “탁상행정 타성에 젖은 일반 공무원들은 철저히 기피해왔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사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0월 열린 용역보고에서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대책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용역보고서는 ‘친환경급식지원센터’ 역할을 강화하는 1안과 경기도와 경기진흥원의 역할을 통합해 위탁하는 2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당장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은 대안들이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선행조건으로 “관료를 배제한 오픈형 조직문화로 변경하고, 전문가 도입 등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친환경 등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사업 유통 및 지원 체계도

현 경기진흥원 체제로 개선? 내부에서도 “글쎄...”

학교급식에 대한 전문성은 한 두 명의 힘으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급식 체계가 워낙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기 때문. 그래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스템은 다시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구성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경기진흥원 내·외부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가 친환경급식 식재료 구매로 쓰는 예산이 2018년 기준 1301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렇게 막대한 예산의 사용에 대해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결과가 바로 직전의 신선미세상 사태였다. 그렇다고 당장 공급대행을 다시 대행업체에 맡길 경우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불투명한 단가 책정과 예산 낭비 등의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일부 급식 전문가들은 경기진흥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게 학교급식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는 경기진흥원 내부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지적이다.

경기진흥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기진흥원의 체제로는 급식업무를 할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제3의 기관이 아니면 경기진흥원 산하에 또 다른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선미세상 파문이 터질 당시부터 사태를 지켜본 한 학교급식 전문가는 “지난 10년간 전문성이 없었고, 전문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경기진흥원에 학교급식을 맡겨온 후유증이 지금에서야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경기도가 나서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문제해결 노력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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