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시험 합격률 역대 최저… 그 민낯은?
영양사 시험 합격률 역대 최저… 그 민낯은?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1.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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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이후 합격률·합격자 모두 최저, “영양사 낮은 학구열” 지적도
“영양사 직종 둘러싼 외부 환경 대응을 위해 전문성과 가치 양성 필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지난해 12월 치러진 제43회 영양사 면허시험 합격률이 역대 최저치인 54.9%를 기록했다. 합격자 수 역시 3522명에 그쳐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이번 영양사 면허시험 결과를 두고 영양사 사회에서는 다양한 분석과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원장 이윤성, 이하 국시원)은 지난 9일 2019년도 방사선사·안경사·영양사 국가시험 합격자를 발표했다.

이 중 제43회 영양사 국가시험은 전체 6411명의 응시자 가운데 최종 3522명이 합격해 54.9%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번 영양사 국가시험의 수석 합격은 220점 만점에 212점(96.4점/100점 환산 기준)을 취득한 이화여자대학교 김은지 씨가 차지했다.

합격률·합격자 수 역대 최저… 낮은 ‘학구열’?

영양사 사회에서는 이번 영양사시험에 대해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영양사’ 직종에 대한 예비 영양사들의 기대감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토로했다.

일단 응시인원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접수 인원이 지난해 처음으로 7000명 이하로 하락한 데 이어(6974명) 올해도 6933명에 그쳤고, 이마저도 응시인원은 6411명에 불과했다. 현재 전국에 식품영양 관련 학과가 137개(3년제, 전문대학 포함)이지만 그동안 꾸준히 이어진 대학 학과 정원 감축으로 식품영양 관련 학과 재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합격자 수 저조다. 이번 최종 합격한 3522명은 국시원이 시험을 실시한 2008년 이후 최소 합격자로, 2009년 치러진 32회 시험에서 8117명이 응시해 3523명이 합격해 43.4%의 합격률을 기록한 시험을 제외하면 합격자 수가 4000명 이하로 떨어진 사례는 없다.

이외에도 이번 시험 결과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양한 해석도 내놓고 있다. 주로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것과 영양사 시험 응시자들의 낮은 학구열이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강원도의 한 영양교사는 “지난해 시험에서 69.8%의 합격률을 기록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올해 시험이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며 “시험 출제진에서는 평균 65%선의 합격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지난해 시험이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영양사 시험의 특성상 난이도 조절 실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방의 한 A대학 식품영양 관련 학과 교수는 “영양사 시험은 새로운 문제 출제가 아닌, 문제은행 출제 방식인데 기출문제에서 정답율이 낮았던 문제만 골라서 내지 않는 이상 난이도가 특별히 높아질 이유가 없다”며 “학생들의 학습 노력이 저하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의 한 영양사 역시 “식품영양학과의 인기가 예년과 달리 매우 낮고, 졸업 후에도 영양사 직위로 진출할 생각이 없는 학생들이 시험 준비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양성되는 ‘영양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이번 영양사 국가시험 결과를 놓고 영양사 사회에서는 예비 영양사들의 전문성과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대다수 동조하고 있다. 특히 영양사 직종을 둘러싼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응하고, 영양사 직종의 처우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영양사 스스로 전문성과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바 있다. 외부의 환경도 이 같은 요구를 가속화한다.

실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발효된 ‘보건의료인력전문지원법’은 보건의료인력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법령으로, 이 법령에 영양사 직종이 포함되면서 실태조사를 비롯해 구체적인 지원계획 등이 수립될 예정이다. 반대로 본다면 영양사가 가진 전문성과 가치를 유지하고, 입증해야 한다는 책임 또한 있다고 봐야 하는 셈이다.

세종시의 한 영양사는 “같은 보건의료인으로 명시된 의사와 한의사, 약사는 물론 간호자와 간호조무사의 시험 합격률은 최소 90% 이상, 95%에 근접하는데 영양사만 60% 이하라고 하면 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영양사 시험 응시자뿐만 아니라 현업의 영양사들 역시 스스로의 가치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영양사 시험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 응시자격 제한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B대학의 한 교수는 “재미삼아 시험을 보는 학생들을 보며 한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영양사 시험 응시자격이 너무 넓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영양교육평가인증제’(이하 인증제)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증제 추진과정에서 빚어질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은 편.

C전문대학의 식품영양 관련 학과 교수는 “인증제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무분별하게 추진될 경우 학과들이 무차별 폐지될지도 모른다”며 “영양사 양성체계를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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