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직종을 떠나 함께 노력할 때
‘조리사’, 직종을 떠나 함께 노력할 때
  • 서윤주 조리사 충청북도국제교육원
  • 승인 2020.02.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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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주 조리사 충청북도국제교육원
서윤주 조리사 충청북도국제교육원

신학기가 다가오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신설 학교와 단설유치원에 근무할 조리사에 대한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 이처럼 조리사는 법적으로 50인 이상 급식을 실시할 경우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고용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무원시험을 통해 정규직 조리사로 채용하는 방식과 함께 자격을 갖춘 조리 실무사를 대상으로 제한경쟁을 통해 새로운 조리사로 전환하는 제도이다. 전국에서 정규직 조리사를 채용하는 지역에서도 정규직 정원 외의 채용은 후자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학생 수 감소 등에 따라 이 같은 방식은 점차 확대 시행이 예고되고 있다.

학교급식 조리실 업무는 단순하지 않다. 매우 제한된 시간 내에 대량의 식재료 검수와 조리를 마쳐야 한다. 그럼에도 현장의 조리인력은 넉넉하지 않다. 조리실의 기계화와 현대화가 진행되고 인력배치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발전된 학교급식의 위상에 맞게 일반 단체급식에 비해 매우 까다로운 위생관리기준과 제한조건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충북은 한 학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조리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3월부터 인사이동이 예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리 종사자들이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경력과 역량이 제각각인 조리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자칫 익숙하지 않은 조리실에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 사고가 생기게 되고, 급식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학교급식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조리 종사자들의 호흡이 필수적이다.

이런 와중에 교육청들이 실시하고 있는 조리 실무사의 조리사 직종 전환은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온다. 즉 조리실에서 ‘조리사’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방증으로. 검수를 시작해 조리 준비와 인력 배치, 배식, 조리 후 관리 등은 사실상 영양(교)사와 함께 조리사가 관여하는 영역이다.

식단작성 외에도 부여된 과중한 행정업무로 직접 조리에 관여할 수 없는 영양(교)사를 대신해 조리과정을 관리·감독하고, 조리 종사자 간 갈등 중재와 그들의 목소리를 영양(교)사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조리 실무사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리사가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한 단계 ‘승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급여가 인상되고, 책임과 권한도 강화된다. 특히 무엇보다 ‘목표’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급식실을 보다 활기차게 만든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남는다. 그들의 신분이 여전히 ‘교육공무직’에 머물고 있다는 것. 물론 앞으로도 공무원에 준하는 교육공무직의 처우 개선과 임금 상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지만, 급식 조리실에서 조리사가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갖는지를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교육공무직’이 아닌 ‘정규직’ 조리사로의 통합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법령 개정과 정원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에 앞서 개별적 이익을 내세우며 직종 간 서로 날을 세우는 현실을 먼저 바꿔야 한다.

예년에 비해 근무여건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학교 급식실은 마냥 편한 곳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제공했다는 기쁨과 보람이 큰 반면 힘든 부분도 여전히 많다. 이제는 직종을 떠나 보다 멀리 보고, 같은 꿈을 꾸며,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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