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식재료 ‘품질도 낮았다’
비싼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식재료 ‘품질도 낮았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3.02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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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8월 제기된 학교 클레임, 무려 9400여 건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려운 과도한 클레임” 역량 부족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원장 강위원, 이하 경기진흥원)이 경기도 학교급식에 공급했던 식재료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타 지역보다 높은 가격에 식재료를 공급했다는 지적에 이어 이번에는 품질이 낮은 식재료로 인해 일선 학교와 잦은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지난해 경기도의회가 발주한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시스템 개선방안 연구’ 최종 용역보고서에서 드러났다.

경기진흥원은 친환경 식재료를 크게 2가지 방법으로 구매해 이를 배송업체를 통해 일선 학교로 공급한다. 경기도 관내의 출하회(생산 농가와 판매 조직이 연계하여 농산물을 시장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하는 모임)를 통해 구매하는 방법과 경기도 이외 지역에서 구매하는 방법이다. 경기진흥원은 이렇게 구매한 식재료를 검품·검수와 안전성 검사 등을 거쳐 학교로 공급한다.

문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식재료를 공급받은 경기도 관내 학교들이 경기진흥원에 문제 제기(클레임)를 제기한 건수가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무려 9400여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제기한 클레임을 살펴보면, 식재료 ‘상태불량’이 6919건(73%)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중량미달’이 1106건(11.7%)이나 됐다. 이 같은 클레임 건수에 대해 급식 현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같은 수도권 A지역의 지난 2018년 클레임 건수는 1000건이 되지 않았으며, 지난해는 그마저도 낮아져 1000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를 보였다. 여기에 식재료 공급량이 수도권보다 적은 다른 지역의 클레임 건수는 이보다 더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의 한 급식 관계자는 “서울지역의 클레임 건수가 500여 건 가량인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9000건이 넘는 클레임이 발생할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된다”며 “이렇게 되면 반품에 따른 추가 물류와 식재료 비용 등으로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진흥원의 클레임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급식이 진행되면 될수록 클레임 건수는 점점 늘어나 3월에 1597건이었던 것이 5월 1740건, 7월에는 무려 2100건을 넘어섰다(7월 2124건).

클레임 물량은 3월부터 8월까지 무려 82톤에 달했다. 클레임을 받은 식재료 총 82톤 중 59톤은 반품됐으나 16톤은 반품 없이 학교에서 자체 폐기됐다.

품목별로는 야채와 과일에 대한 클레임이 전체 60%에 육박했다. 특히 야채와 과일은 경기진흥원이 직접 구매해 학교에 공급한 것으로 가장 많은 클레임을 받았다.

경기진흥원이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식재료를 공급받은 학교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1093개다. 3월 발생한 클레임이 1597건인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경기진흥원의 식재료를 공급받은 모든 학교에서 3월에만 평균 1.5건의 클레임을 제기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같은 결과는 경기진흥원의 식재료 공급능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클레임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이하 센터) 클레임이다. 센터가 출하회와 관외에서 구매한 식재료를 검품했을 때 상태 불량 혹은 중량미달 등의 이유로 다시 출하회 혹은 관외 구매처에 돌려보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소비자인 학교가 센터에 제기하는 클레임이다.

경기진흥원의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클레임 건수를 보면 센터 클레임은 적은 반면 학교 클레임은 계속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센터의 검품 기준과 이에 따른 불량 식재료 반품이 강화되면 학교 클레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통상 학교급식 식재료는 입고부터 까다롭게 선택하기 때문에 학교에 공급되는 식재료의 질은 그만큼 높아진다.

그러나 경기진흥원의 양상은 정반대였다.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센터 클레임은 351건인데 반해 학교 클레임은 무려 9463건이나 발생한 것. 이에 대해 유통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급식 관계자는 “이렇게 학교 클레임이 높은 이유는 처음부터 상태가 불량한 식재료를 받았음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학교로 보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클레임 건수를 보면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경기진흥원의 근본적인 역량 부족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강위원 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친환경 사과 품질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9월 강위원 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친환경 사과 품질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이러한 지적은 용역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용역보고서에서는 “센터 클레임이 351건, 34톤 발생했으나 학교 클레임은 9463건, 82톤이 발생했다”며 “학교 클레임이 많은 것은 센터 내부의 검품·검수에 대한 시스템 및 관리체계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공급대행업체 상품화 품질문제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학교 클레임을 보면 경기진흥원이 작업해 공급한 식재료에서 발생한 클레임이 약 6200건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센터 작업 전문성, D-1 공급체계, 내부 제품 검품·검수 체계 등이 원인으로 보여진다”며 “이에 대한 세부적인 원인은 별도 분석과 지속적인 관리·감독, 개선 활동을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기진흥원 관계자는 “2018년보다 경기진흥원이 직접 맡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전체 클레임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안다”며 “친환경농산물에는 벌레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일부 학교 영양(교)사들은 이를 두고 클레임을 제기하기도 해 앞으로 학부모와 영양(교)사들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산물의 이해도를 높여 클레임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경기진흥원 측이 본지 보도(281호<2020년 2월 17일자>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학교급식 식재료 가격 ‘비쌌다’)에 대해 해명한 ‘용역보고서에 대한 공식 이의제기’는 경기도의회가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제출한 보완자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용역은 경기도의회가 발주하고 2000만 원의 예산을 부담한 바 있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경기진흥원 측으로부터 어떠한 이의제기, 혹은 반론 의견도 접수된 바 없다”며 “용역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틀렸다는 주장 또한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진흥원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님이 도의회 질문에 반론하실 수 있는 자료를 드렸고, 공식적으로 이의제기한 적은 없었다”며 지난 해명과는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용역을 맡은 연구원 측에는 이의제기를 왜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중간보고회를 할 때 출하회 회원 30~40명이 참석해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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