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유치원급식의 선행… ‘별도 기준 마련’
정상적인 유치원급식의 선행… ‘별도 기준 마련’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3.04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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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대적 변화 앞둔 유치원급식, 과제와 전망(2)
법적 책임과 권한 명확히 해 근거 없는 ‘떠넘기기’ 없애야
시행착오와 혼란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컨트롤타워’ 필요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유치원은 유아교육의 목적과 필요성, 방법과 시설 등 ‘유아교육법’에 근거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유치원급식’ 만큼은 교육기관이 아니었다. 1980년대 ‘학교급식법’ 제정 당시 유치원이 제외된 이유는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급식 관계자들은 막연히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정만 할 뿐이다.

유치원급식의 중요성에 많은 사회적 공감이 이뤄진 가운데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올바른 급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몇몇 영양(교)사들은 법령 개정이 오히려 무척 늦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런데 시대가 변한만큼 급식 분야도 변화했고, 더 이상 한 두 문장의 법령 개정만으로 유치원급식을 바로 세울 수는 없게 됐다. 본지는 이제 ‘학교급식’ 범위에 들어올 유치원급식이 맞이할 과제들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 편집자주 -

유치원만을 위한 별도 기준 필요

내년 1월부터 학교급식법이 적용되는 유치원급식. 일선 급식 관계자들은 유치원급식의 별도 기준과 매뉴얼 등을 검토하는 교육당국이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학교에 비해 유치원은 원아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시설 및 인력 배치기준뿐만 아니라 운영 등에 있어서도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전국에 공립 단설유치원은 지난 25일 기준 415개다. 평균 원아 수는 140여 명으로 만 3세 33명, 4세는 50명, 5세 이상은 58명으로 집계된다. 반면 초등학생은 유치원보다 평균 3배 이상으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기준 평균 재학생 수는 449명이다.

 학교급식실을 이용해 식사를 하는 병설유치원 원아들의 모습.

이 같은 공립 단설유치원의 원아 수는 급식 운영에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직영급식을 하는 유치원이 415개 중 328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유치원은 평균 원아 수가 병설유치원의 경우 28명을 넘지 않으며, 법인 사립유치원은 106명, 개인 사립유치원은 8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존 규모가 작은 지방 학교나 분교도 학교급식법을 적용한 만큼 법률 적용에 소규모 유치원을 제외하자는 주장은 명분이 약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HACCP 적용이다.

학교는 교육부 방침에 의해 HACCP인증이 의무화됐다. HACCP인증은 위생적으로 식재료를 취급하는 동시에 안전성 확보를 위해 조리실을 세척 및 전처리구간 등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등 위생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런 가운데 원아 수가 적은 유치원은 기존 학교와 같은 HACCP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참에 조리실과 식재료 양이 적은 소규모 유치원만을 위한 별도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학교 영양사는 “급식 운영상 유아들은 초등학생보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가급적 조리실과 급식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병설유치원은 초등학생과 분리해 급식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부분에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치원 간식, 법상 ‘급식’ 아닌데...

먹거리에 유치원이 학교와 다른 점은 ‘간식’이 있다는 점이다. 유치원은 매일 중식 1회의와 2회의 간식을 제공한다. 간식은 오전에 10시경 그리고 오후 2~3시 사이 각각 1회씩 제공된다.

그러나 학교급식법 시행령에는 ‘학교급식은 수업일의 점심시간에 영양관리기준에 맞는 주식과 부식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해놓고 있다.

즉 법령에 간식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학교 우유급식은 학교급식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학교와 다른 급·간식을 두고 유치원 영양사와 조리사는 점심 급식만 준비하고, 간식은 원장 혹은 보육교사가 준비하는 상황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서울지역 A유치원의 영양사는 “급식 운영에 있어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급식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영양사에게 떠넘기려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교실 운영 여부도 검토대상이다.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415개 공립 단설유치원 중 197개, 4376개 공립 병설유치원 중 240개가 돌봄교실(아침·저녁·온종일 돌봄)을 운영하고 있다. 또 법인 사립유치원이 240개, 개인 사립유치원이 570개를 운영 중이다.

실제 초등학교가 돌봄교실을 운영할 때 일부 학교는 학교급식을 이용하지만, 이는 학교장의 의지일 뿐 법적인 강제사항은 아니다. 관련 법령도 ‘학교급식은 수업일의 점심시간’으로 명시돼있어 상당수 초등학교는 위탁으로 돌봄교실 급식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치원 역시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유치원 급식기준과 매뉴얼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B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정부가 돌봄교실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저녁 돌봄교실까지 급식을 제공하게 되면 1일 3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법적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해 근거 없이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 책임이 ‘떠넘겨’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급식 ‘청렴’, 식재료부터

유치원급식에 학교급식법이 적용된 시발점은 사실상 ‘비리’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대형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보조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부실급식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대안으로 다양한 주체들에게 관리·감독을 받는 학교급식법을 적용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영양사를 의무 고용부터 식단 작성, 조리까지 급식 전 과정이 주목받고 있지만, 일선 급식 전문가들은 우선 식재료부터 청렴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급식은 2006년 대규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이후 ‘직영급식’으로 변경됐다. 그 결과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의 위탁급식이 사라지면서 학교 내 영양(교)사 및 조리 종사자 고용 확대로 이어졌다. 반면 직영 확대는 반작용도 생겨 일부 영양(교)사와 업체들 사이에 부적절한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제시된 대안이 ‘비대면전자입찰시스템’이었다. 학교는 필요한 식재료를 입찰로 공고하고, 업체가 응찰하면 전자화된 시스템이 일정 기준에 의해 공평하게 선정하는 것.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는 1회 입찰금액이 적은 대신 다수의 반복 계약이 이뤄지는 학교급식의 특성을 반영해 기존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을 모델로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를 구축했다.

aT는 교육부와 MOU를 맺고, ‘청렴’을 명분으로 학교의 이용을 적극 권장해 현재 전국 1만2000여 학교 중 1만여 학교가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eaT는 출범 초기부터 불성실업체 난립과 이로 인한 식재료 질 저하 문제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급기야 eaT는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지난해부터 강력대응에 나선 상태다.

aT는 각 분야별 급식에 적합한 별도 플랫폼을 이미 개발해 운영한 바 있으며, 기존 학교급식시스템을 운영한 사이버거래소를 중심으로 유치원급식 전용 플랫폼 개발도 검토하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T 사이버거래소 관계자는 “eaT가 학교급식 청렴성 확보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유치원급식 역시 공공급식의 한 부분으로 ‘청렴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이미 제주도에서 유치원급식 식재료 공급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앞으로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치원급식, 컨트롤타워 있어야

이처럼 유치원급식에 학교급식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검토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무엇보다 그동안 철저하게 사각지대에 있던 유치원급식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치원급식은 그동안 학교급식과 어린이집급식 사이에 끼어 표류해온 것이 사실이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이기에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함에도 학교급식법은 적용하지 않아 교육부 학교급식 전담부서의 영역 밖에 있었고, 이 같은 경향은 각 교육청·교육지원청에서도 동일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김수규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급식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 모습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김수규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급식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 모습

이는 소관 정부부처 담담부서 유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학교급식은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에서 관장하지만, 유치원급식은 소관이 아니다. 다만 교육부 유아정책과가 유치원을 담당하고는 있으나 부서 내에 급식전담 인력은 전무했다.

이 같은 현실로 유치원급식 관리를 위한 총괄 컨트롤타워를 우선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즉 유치원급식 전담부서 설치를 통해 급식 세부사항을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김수규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급식 공공성 강화’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었다. 당시 토론회에서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함선옥 교수는 “궁극적으로 유치원급식을 총괄하며, 정책 방향을 결정해 관리하는 정부부처가 부재한 실정”이라며 “국민들에게 유치원급식 실태가 알려지고 있는 지금,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해 ‘총괄 컨트롤타워’ 설치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C학교 영양교사도 “유치원급식의 부실급식 논란과 비리 및 횡령 파문이 끊이지 않은 이유는 책임지고 담당하는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교육당국이 지금부터라도 조직을 개편해 전담부서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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