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총체적 부실 또 드러났다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총체적 부실 또 드러났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3.16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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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품질 낮은 식재료에 이어 공급업체 선정마저 ‘문제’
업체 공모, 형식에 불과… 생산자단체도 식재료 구매해 납품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시스템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서 제시된 부정입고 농산물. 공모에서 선정된 A법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 아닌 경북 청도군에서 생산된 팽이버섯을 구매해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으로 납품한 사례.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시스템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서 제시된 부정입고 농산물. 공모에서 선정된 A법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 아닌 경북 청도군에서 생산된 팽이버섯을 구매해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으로 납품한 사례.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재)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원장 강위원, 이하 경기진흥원)의 경기도 학교급식 업무를 둘러싼 문제점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비싼 식재료 가격에서 시작돼 낮은 품질로 이어지더니 식재료 공급업체 선정마저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관련 기사 본지 281·282호(2020년 2월 17일·28일자) 참조>

지난해 경기도의회가 발주해 진행한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시스템 개선방안 연구’ 최종 용역보고서(이하 용역보고서)에서는 경기진흥원의 공급업체 공개모집(이하 공모) 시스템과 부실한 업체 관리에 대해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경기진흥원은 정기적으로 경기도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할 생산자단체와 공급업체를 선정한다.

특히 경기진흥원은 지난해인 2019년부터 공급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관외 및 일반 농산물 구매에 대해 공모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보고서는 “선정된 업체와 공모내용, 현재 구매현황을 볼 때 공모는 형식적인 결과에 지나지 않았으며, 공모를 통해 업체를 선정했지만 대부분 기존 업체를 재선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18년과 2019년 공모를 비교했을 때 선정업체 중 신규로 선정된 업체는 2개 내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실제 구매한 품목을 보면, 선정 당시 업체에서 공급하기로 한 품목과 상관없이 구매가 이뤄지는 등 가격과 업체에 대한 관리가 모두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진흥원은 ‘생산자단체’를 선정하도록 되어 있는 공모 기준에 따라 팽이버섯 납품업체를 A친환경버섯영농조합법인(이하 A법인)을 선정했다.

하지만 A법인이 실제 납품한 팽이버섯은 A법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이 아닌 경상북도에서 생산된 팽이버섯이었다. 즉 A법인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 아닌 타 지역 팽이버섯을 구매해 경기진흥원으로 납품한 것이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전경.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전경.

본지 취재 결과, 용역보고서에서도 부정입고 사례로 지적된 A법인은 지난달까지도 경기진흥원에 정상적으로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경기진흥원은 처음 공모 당시부터 직접 생산하는 생산자단체를 선정한 것이 아닌 중개상 역할을 하는 이른바 ‘벤더사’(수집공급업체)를 선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어진다.

즉 벤더사를 통한 식재료 공급 형태라면 경기도내 수많은 버섯업체와 생산자단체들 역시 A법인처럼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용역보고서에서는 “형식적인 공모로 전락하고 있다”고 따갑게 꼬집었다.

공모를 통한 업체 선정에 대한 지적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공모에 의해 선정된 서비스업체는 중앙물류와 배송업체, 선별저장업체(감자, 양파, 생강), 선별탈피저장업체(마늘, 잡곡) 등이 있다. 이 중 선별저장업체는 먼저 경기도내 농산물 출하회에서 1차 선별해 보낸 식재료를 재선별해 후 정산 및 저장보관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업무를 맡는 선별저장업체는 식재료를 저장보관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여러 가지 조건보다 가장 우선되는 것이 보유한 시설이다.

그러나 용역보고서에 제시된 선별저장업체의 감자 선별저장시설은 저장창고의 전실이 없어 외부와 온도 차이에 의한 결로 발생과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이러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진흥원의 관리와 책임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없는 셈이다.

심지어 용역보고서는 “지난해 공모에 의해 선정된 감자, 양파, 마늘 선별저장업체의 경우 예전 농림부의 산지시설 확대에 따라 만들어진 시설을 활용하고 있어 최소한 10년 이상된 시설이고, 현대화된 전문 저장시설로 보기 어려운데 어떻게 선정이 되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진흥원의 공모에 대해 제기된 가장 큰 문제점은 ‘가격 평가’가 없다는 것이다.

용역보고서는 “농산물 특성상 연간가격을 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수매 및 수입 원물을 사용할 경우 통상 반기 또는 연간가격으로 계약하고 있다”며 “그러나 경기진흥원의 공모에서는 가격 제시는 하되 평가 내용이 없고, 경기진흥원이 최초로 제시한 가격 이외에는 모두 ‘협의’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협의’에 대한 기준 체계조차 없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경기진흥원 측은 A법인에 대해 규정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기진흥원 관계자는 “A법인의 경우 경북 청도 소속의 농민이 소속되어 있어서 납품이 된 것”이라며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업체 선정과정은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으며, 용역결과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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