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급식신문=김나운 기자] 부천에 거주하는 외제차 딜러 A씨(41세, 남)는 평소 잦은 회식과 술자리로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더부룩한 편이다.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늘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는다. 처방 받은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괜찮아졌다가 다시 재발하기를 반복한다. 얼마 전 직장동료로부터 가까이 이야기하면 심한 입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 대면업무를 하는 A씨는 충격에 빠졌다. 어쩐지 고객들도 가까이 다가가면 조금 불편해하는 느낌이 있었다. 병원을 찾아 치과 검사, 건강검진을 다 받아보았으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답답해하던 A씨는 한의원을 찾았고 입냄새와 소화불량의 원인을 담적병으로 진단받고 한약 치료 중인데, 더부룩함도 덜하고 입냄새가 확실히 줄어서 고객을 대할 때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입냄새의 원인은 다양하며, 그 중에는 담적병이라고 하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천 으뜸한의원 한의학 박사 박지영 원장은 입냄새의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입냄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입 속 세균이다. 충치나 잇몸 질환이 있는 경우 세균이나 음식물 찌꺼기 등에 의해 입냄새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양치질을 잘 하는 편인 데도 입냄새가 난다면 다른 문제를 확인해 봐야 한다.
축농증이나 비염이 있는 경우에도 코로 숨쉬기가 어려워 입으로 숨을 쉬면서 입냄새가 날 수 있다. 침이 마르고 입안이 건조해져 세균의 번식이 활발해져 입냄새의 주요 원인이 되는 단백질 분해가 잘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 간 질환이나 당뇨병, 신장병 등의 질환이 입냄새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위와 관련된 질환이 있을 경우 입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역류성식도염으로 위 속 내용물이 위산과 함께 역류하면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입에서 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입냄새의 원인을 역류성식도염을 포함해 위장에 쌓인 노폐물로 인해 위장의 움직임이 저하되어 부패된 냄새가 올라오는 담적병으로 지목한다. 장에서 미처 소화가 되지 않은 음식물에서 발생한 독소가 위장 외벽에 쌓여 단단히 굳어진 것을 담적(痰積)이라고 하며, 담적이 유발하는 소화기 증상과 각종 전신증상을 담적병(痰積病,.담적증) 혹은 담적증후군(痰積症候群)이라고 한다.
담적이 발생하면 위장의 움직임이 저하되어, 역류성식도염에서 나타나는 목에이물감, 복부팽만감, 쉰목소리, 입냄새, 복부가스, 복통, 변비,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담적이 초기 단계에서 제거되지 않으면 전신으로 퍼져나가, 어지러움증, 두통, 만성피로 증상, 수족냉증, 불면증, 우울증, 여성의 경우 심한 생리통, 생리불순, 부정출혈 등의 다양한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
담적병은 이처럼 증상이 다양하지만, 내시경이나 초음파 등의 영상의학 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특징이 있어 초기 치료에도 어려움이 있다. 다음과 같은 담적병 자가진단을 통해 담적병 유무를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 소화기 증상으로는 △명치와 배꼽 사이가 더부룩하고 덩어리처럼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 △속이 자주 메슥거리고 울렁거린다 △양치를 해도 구취(입냄새)가 심하다 △트림이 수시로 나고 가스가 자주 찬다 △설사와 변비가 반복된다 △명치통증이나 명치아래 통증이 있다.
둘째, 신경계 증상은 △머리가 무겁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잦다 △어지럼증을 자주 느낀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귀에서 삐소리가 나는 이명 증상이 있다 △불면증 이나 수면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셋째, 순환계 증상으로는 △신장 기능은 정상인데 얼굴이나 손발이 잘 붓는다 △등이나 어깨가 잘 뭉치고 아프다 △계절에 관계없이 수족냉증이 있다 △오른쪽옆구리통증이나 왼쪽옆구리통증이 있다. △항상 몸이 무겁고 피곤한 만성피로 증상이 있다.
마지막으로, 비뇨생식기계 증상으로는 △소변량은 적은데 자주 마렵다 △남성의 경우 성욕이 감소하고 성 기능이 떨어진다 △여성의 경우 생리통, 생리불순이 심하고 냉대하가 많다.
위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담적병(담적증후군)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담적병의 치료는 우선 담적을 제거해주고 위장의 움직임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한약을 담적병 유형과 개인 체질별로 맞춤 처방한다. 다음 단계로 위장 경락순환을 촉진시켜주고 흐트러진 자율신경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침치료와 약침치료를 정기적으로 병행한다.
담적의 유발 원인이 불규칙한 식습관, 음주, 과식, 스트레스 등의 생활 습관이므로, 평소에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절주하기, 건전한 취미생활을 통한 스트레스관리, 주 3회 회당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 같은 생활습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단 식사 직후 운동은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식후 1시간 이후부터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