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세계김치연구소’, 대안 없나
존폐 위기 ‘세계김치연구소’, 대안 없나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4.01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치업계, 김치 세계화에 ‘심기일전’할 때… ‘강력 반발’
김치연 관할 정부 부처, 과기부서 농식품부로 이관 필요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김치 세계화와 연구·개발을 위해 활동해 온 세계김치연구소(소장 직무대행 최학종, 이하 김치연)가 연구 효율성 등을 이유로 본원 통합이 거론되고 있다.

김치업계는 ‘김치산업진흥법’에 따라 국내 김치산업 육성과 발전에 ‘심기일전’해야 할 때 통합 거론은 부당하다며, 본래의 목적에 부흥할 수 있도록 관할 정부 부처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로 이관하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김치연은 김치 세계화를 위해 2010년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과기연구회)가 소관하는 한국식품연구원(이하 한식연)의 부설기관이다.

이 같은 김치연은 김치 관련 미생물기능성 연구, 신공정발효 연구, 문화융합 연구, 산업기술 연구, 위생 안전성 및 분석 연구, 중소기업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최근 ▲대장암, 파킨슨병, 탈모 효능 유산균 발굴 ▲김치 내 항균 활성이 우수한 페닐젖산 발견 ▲김치 문화 자원화 등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과기연구회는 지난해 11월 김치연을 한식연과 통합하기 위한 ‘한식연·김치연 통합 T/F(이하 통합 T/F)’를 구성했다.

통합 T/F는 지난 15~19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김치연의 연구 분야가 좁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한식연과의 통합을 통해 연구 대상을 발효식품 전체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김치업계, ‘김치산업진흥법’ 근거로 반발

김치연과 김치업계는 이번 통합 T/F에서 ‘김치산업진흥법’을 근거로 김치 연구 및 위상 등의 축소를 우려하며 강력 반발했다.

김치연 관계자는 “한식연과 통합될 시 정책에 따라 기존 출연금과 인력이 분산돼 김치 연구 축소로 인한 연구 연속성이 상실될 것”이라며 “산업체에 대한 현장 밀착형 집중 지원도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치 제조업체 뜨레찬 김광호 대표도 “김치연 연구는 950여 개 중소업체의 연구 수요를 대변해 주고 있다”며 “김치산업은 가공 업체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농가 소득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사)대한민국김치협회 이하연 회장은 “김치는 우리 민족의 대표 음식이며, 식품 분야에서 본다면 ‘한글’로도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김치산업 육성을 위해 당초 설립된 목적에 따라 운영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식품부 유대열 사무관은 “김치산업진흥법 제13조에 따라 설립된 김치연이 한식연에 통합된다면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행대로 유지할 시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지만 현행대로 유지할 시 평가 불이익, 출연금 삭감 등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치라는 특정 분야만 연구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연구기관 평가 시 연구실적 ‘미흡’ 기관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

여기에 최근 5년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통합에 대한 지적이 일었던 터라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예산 삭감, 신규사업 추진 불허, 인력 증원 불가 등 불이익 조치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기환 농림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연구실적 미흡 기관은 출연금 삭감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볼 때 본연의 역할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김치연, 목적 맞게 농식품부로 이관돼야

통합 T/F에서 일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김치연을 설립 목적에 맞게 농식품부로 이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김치연은 과기연구회 산하 한식연 부설기관이지만, 주요 업무는 농식품부 등 농업계와 밀접해 관할 정부 부처 이관 시 연구 과제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농식품부는 식품 응용개발 분야에 전문성도 보유해 향후 김치연의 연구영역 확대와 발전에 긍정적이라는 점과 함께 특히 김치업계 활성화는 원재료인 국산 농산물 소비 증진에도 도움이 돼 농업 부문과 상생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치업계 한 관계자는 “김치산업 육성과 발전은 곧 국산 농산물 소비로 이어져 농업과 함께 김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치연 관할 정부 이관 위해서는 선행 과제도

반면 일각에서는 관할 정부 부처 이관을 위해 일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제시했다. 김치연 연구가 산업 육성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기초기반 과제에 소홀할 수 있는 우려와 함께 부처 간 이견 조율, 연구비 확보 등 실질적인 과제 해결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숭실대학교 의생명시스템학부 서정아 교수는 “기업 지원을 위한 산업육성에 치우쳐 중장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할 정부 부처 이관에 관련한 사항에 대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과기정통부와도 원만한 협의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예정됐던 통합 T/F 5차 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연기된 상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