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식재료, 팔 곳 없는 업체들
갈 곳 없는 식재료, 팔 곳 없는 업체들
  • 김기연·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3.29 19: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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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에 공급하는 농산물·공산품 등 피해, 대체로 ‘심각’
현재와 같은 상황이 4월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폐업도 ‘불가피’

[대한급식신문=김기연·유태선 기자] 유치원을 포함한 전국 학교 개학이 또다시 4월 6일로 연기됐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역시 개학 연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눈에 보이는 피해와 보이지 않는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특히 개학 연기는 곧 학교급식 중단으로 이어져 운영 주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제 급식업계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식품?식재료 업계(학교급식지원센터, 대형 식품업체, 중소 가공업체, 식재료 공급업체)와 시설?기자재업계의 동향을 취재했다. 본지가 파악한 식품?식재료 업체의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편집자주-

■학교급식지원센터-수확은 하지만 판로는 ‘막막’

정부 당국자들과 각종 언론매체에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 농가들은 현재 급식 중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운영 주체 중 하나다. 이들은 주로 학교급식지원센터 등과 계약재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1년 분량을 계약해 납품기일에 맞춰 출하하기 때문에 이번 개학 연기로 인한 피해가 컸다.

실례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판로 확보가 필요한 주요 품목으로 언급했던 딸기는 3월이 제철이면서도 장기보관이 불가능한 농산물이다. 또한 2~3일 간격으로 수확해줘야 하기 때문에 농가들은 판로가 막히면 차라리 갈아엎는 게 낫다는 하소연마저 나오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 친환경 딸기 농가 농민 A씨는 “납품이 연기되고 있는 실정에 수확 후 보관하다 폐기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며 “직접 도심과 아파트 등을 돌며 판매에도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실정에 따라 정부와 교육 당국의 지원 정책 초점도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농가들의 농산물을 대신 구매해주고, 각 지역 공공기관에서 팔아주기 운동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그 일환이다.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의 특별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의 특별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

■중소 가공업체-팔 곳 없어 눈물 머금고 ‘폐기’

그에 반해 가공식품을 직접 제조하는 중소업체들의 문제는 심각했다. 유통 및 공급망이 다수이거나 급식 분야 매출이 전체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대형 업체와 달리 중소업체들은 존립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친환경 식품으로 매출의 80% 이상을 의존하는 경기도 B업체는 3월 매출이 지난해 25억 원에서 올해는 5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학교급식 공급이 전면 중단된 지금 5억 원의 매출도 SNS를 통한 판매나 홈쇼핑 등 미디어 판촉을 통한 판매량이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납품하지 못해 폐기된 물량만 1억여 원에 달했다.

B업체 대표는 “유통기한이 남았지만 납품할 수 없는 제품은 직원들에게 제공해 버려지는 것을 줄였다”며 “원료부터 포장까지 전부 내 눈으로 확인한 자식 같은 제품들이 폐기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C업체 사정도 마찬가지. C업체는 교육청 공동구매부터 학교 직접 납품, 직납업체(공급업체)를 통한 공급까지 연간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이지만, 현재 학교급식 납품이 중단된 상태에서 직원들의 인건비와 운영비, 기타 제반 비용만 고스란히 소요되고 있다.

C업체 대표는 “방학을 제외하면 학교급식은 1년 중 9개월만 운영되는데 이 중 1개월을 쉬게 돼 피해가 크다”며 “그나마 일부 교육청이 3월 계약을 4월까지 연장하도록 지침을 내려 작은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식품업체-대기업 장점으로 피해 최소화

대상·풀무원·아워홈·오뚜기 등 대형 식품업체들은 피해 금액 자체는 크지만, 대기업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납품하지 못한 식재료는 타 유통을 활용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교육 당국의 급식운영 방안에 따라 유동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D업체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 볼 때 학교급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급이 중단된 이후 해당 제품을 모두 자사 운영 매장이나 위탁급식 사업장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제품 폐기와 같은 손해는 비교적 크지 않다”고 말했다.

E업체 관계자는 “학교급식 담당 지점의 경우 매출이 없어 힘들긴 하지만, 그 외 사업군은 회사 내 다른 사업 분야와 협업해 전체 매출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며 “코로나19로 간편식이 각광받으면서 오히려 레토르트 등 특정 제품군은 호황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F업체 관계자도 “학교급식 분야 연매출 기준 10% 정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자체 유통망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재료 구매 낙찰계약을 4월까지 연장한다는 서울교육청 급식운영 방안.
식재료 구매 낙찰계약을 4월까지 연장한다는 서울교육청 급식운영 방안.

■식재료 공급업체-4월도 또 연기? ‘파산’ 불가피

학교급식 입찰에 참가해 월 10~15개 학교에 공산품을 납품하는 전북 G업체는 지난해까지 월평균 매출이 5억여 원이었으나 올해 3월의 매출은 거의 없는 실정.

G업체 대표는 “직원들에게 휴가는 줬지만 다가올 입찰 준비는 해야 해서 300개 품목 시장조사를 직접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농산물을 월 10~15개 학교에 납품하는 지방에 또 다른 H업체는 월평균 매출이 1~2억 원이었으나 같은 이유로 업체 대표가 혼자 근무하고 있다. 다만 일반 농산물의 경우 신선도를 위해 경매장에서 구매 후 공급하기 때문에 재고로 인한 손실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했다.

H업체 대표는 “회사 운영을 위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며 “4월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돼 학교급식 납품이 어려워진다면 파산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소재한 I업체 대표는 “우리 같은 기업인도 세금 내는 국민인데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기업인들도 돌아봐 달라”고 호소했다.

■시설·기자재업체-일단 당장 소나기는 피했지만...

시설·기자재업체들은 식재료 업계에 비해 코로나19의 여파가 크지 않은 편이다. 이미 지난 2월까지 계획된 급식실 공사 혹은 기자재 납품을 모두 끝냈기 때문. 그리고 평소 학교급식 운영 기간에는 소모품을 추가로 납품하거나 A/S만 한다.

이 같은 업무는 전체 업무량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식실 시설공사 J업체와 주방기구 K업체는 이미 지난 2월 말까지 계획된 공사와 납품 등의 일정을 이미 소화했다. J업체 관계자는 “3월은 학교급식 관련 큰 공사 없이 A/S 수요만 간혹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설·기자재업체들의 관심은 개학 시기와 함께 정해질 여름·겨울방학에 쏠려 있다. 급식실 리모델링이나 부피가 큰 대용량의 급식기구 납품은 급식을 하지 않는 방학에 이뤄지기 때문. 따라서 개학 연기로 인해 방학 기간이 줄어들면 공사 기간도 줄어들어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공사 기간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K업체 관계자는 “공사가 가능한 기간과 가용인력에 한계가 있어 짧아진 여름방학에 공사 수요가 몰린다면 혼란이 예상된다”며 “공사가 예정된 학교라면 여름방학을 앞두고 반드시 업체와 사전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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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1359 2020-03-31 00:33:30
관심가져주신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