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강남(유) 조성호 변호사] 최근 대법원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하 경기진흥원)이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대행업체 선정에서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A공급대행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입찰참가를 제한한 행정처분을 두고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번 사안과 같이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규제적 행정처분을 내릴 때는 사전 해당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청문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 청문 절차를 위한 통지문에는 왜 제재처분을 받게 되는지 내용이 설명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입찰참가 제한을 하는 사유가 특정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기재되어 있다”며 “당사자인 A공급대행업체가 그 제재의 원인이 되는 사안에 대해 충분한 변명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하였으므로 절차상의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절차적 위법성에 따라 1심 재판부는 경기진흥원의 입찰참가 제한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결하였고, 2심인 항소심 그리고 3심인 대법원 역시 1심 재판부와 동일한 내용으로 판결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경기진흥원의 절차적 위법성만을 두고 판단한 것으로, A공급대행업체에 대해 입찰참가 제한을 하게 된 이유가 합법적이었는지, 아니면 위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러한 판결이 가지는 의미는 공공급식과 관련하여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업체에 대해 제재에 해당하는 처분, 예를 들어 이번 사례와 같이 입찰참가 제한과 같은 처분을 결정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하며, 그러한 제재에 해당하게 된 이유를 상세히 청문 절차에서부터 알려 제재를 받는 업체가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을 떠나 A공급대행업체 입장에서는 올바르지 못한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우선협상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계약 당사자 적격을 상실해 손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A공급대행업체가 계약 당사자 적격 상실로 인해 최종 공급대행업체로 선정되지 못한 것과 함께 업체 브랜드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경기진흥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A공급대행업체가 손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실제 손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우선협상 대상자로서 최종 공급대행업체로 선정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증과 함께 명확한 손해액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업체의 브랜드 가치 훼손 등과 같은 일종에 명예훼손에 관한 손해(사실상 위자료에 해당)는 객관적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워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이번 사법기관의 판결과 같이 공공기관의 행정처분이 잘못되었다는 자체는 자칫 선량한 업체에게 유무형의 손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해당 공공기관의 판단과 행정 능력 등 공정성에 큰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즉 공공기관의 역량 자체에 대한 의문 제기로 우리 공공시스템 자체에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치원 3법’ 시행 등으로 인해 법의 통제를 받는 공공급식 분야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처럼 공공급식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관련 공공기관의 역할도 커질 것은 분명하다. 과거, 그리고 현재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국민들과 공공급식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불안해하거나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공공기관의 행정 능력을 향상해 이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