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채식선택권’ 보장, “글쎄”
학교급식 ‘채식선택권’ 보장, “글쎄”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4.28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장기 청소년… 5대 영양소의 고른 섭취가 우선돼야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채식주의자들이 학교급식에도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개인에 따른 채식기호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교육적인 측면과 성장기 학생들이라는 관점에서는 현 급식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녹색당과 채식주의자인 초·중·고교생, 학부모 24명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5조 제2항의 ‘식단 작성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채식을 하는 학생을 위한 내용이 없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서 녹색당 관계자는 “채식을 지향하는 것은 먹을거리에 대한 기호를 넘어 건강을 돌보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후위기 대응 실천”이라며 “채식선택권 보장은 양심의 자유, 자기 결정권, 건강권, 평등권, 환경권 등과도 결부되어 있다”고 헌법소원 취지를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현장 영양(교)사들은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 환경권은 존중하지만, 학교급식의 기본가치인 ‘성장기 청소년의 올바른 신체발달을 위한 영양권장량 충족’이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수도권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성인은 성장이 끝난 단계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채식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성장기 청소년은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며 “만약 선택권을 존중해 학교급식에 채식 식단을 별도 운영하려면 추가 인원과 시설에 또다시 세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채식뿐만 아니라 할랄푸드 등 각기 다른 취향에 맞는 급식을 모두 적용해달라고 하면 다 따로 제공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채식 식단의 필요성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급식에 ‘채식의 날’을 지정해 간헐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채식 식단은 학생 건강을 위한 채소류 제공, 체질 개선 및 친환경 식생활교육 등의 측면에서 이뤄질 뿐 지속적인 채식 식단 제공은 아니다.

실례로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1년부터 학생들의 균형적인 영양섭취를 유도하고 환경, 건강, 배려 등 녹색 식생활교육 전개를 목적으로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31개교가 자율적으로 주 1회 또는 월 2회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는 것.

이는 주간 영양공급량을 준수해 영양량을 충족시키면서 일부 난류와 생선류를 허용하는 제한적 채식 식단으로, 학생들의 채식 관심도 상승과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 인지 등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영양(교)사들은 학생들의 기호와 메뉴의 다양성을 위해 콩고기, 두부 커틀릿 등의 가공식품 사용 빈도가 늘어나기도 했다.

학생들은 콩고기 등으로 만든 가공식품 특유의 식감과 냄새에 따른 ‘호불호’가 명확해 결식 후 군것질을 하는 단점도 나타난 것이다.

이밖에도 다수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급식에서 지속적인 채식 식단을 운영할 경우 개개인의 기호와 영양권장량을 맞추는 것 또한 제한될 수 있다.

채식은 ▲비건(완전 채식) ▲락토(우유 허용) ▲락토오보(우유, 란류 허용) ▲페스코(우유, 란류, 생선류 허용) ▲세미(우유, 란류, 생선류, 닭 허용) 총 5개 등급으로 나눠져 있는데 개개인의 기준점을 모두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북 B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주 1회 운영하는 채식의 날 식단은 영양권장량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튀김류를 끼워 넣곤 한다”며 “학교급식 기본방향에도 트랜스지방 섭취를 최소화 하라고 명시한 만큼 성장기 학생들에게 채식은 루틴(일상)이 아닌 이벤트(일시적)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신구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권수연 교수는 “성장기 학생들에게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지 않고 영양 불균형이 지속되면 성장발달 지연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단백질도 식물성·동물성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농수축산물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