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은 ‘유치원급식’, 학교급식 이상 중요하다
뒤늦게 깨달은 ‘유치원급식’, 학교급식 이상 중요하다
  • 김기연·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5.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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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급식’이 확대되고 있다” (1) 유치원
‘공공급식’임에도 제자리 서지 못했던 유치원급식, ‘재정립 계기’ 맞아
유치원급식 기준 정할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관심 집중’

[대한급식신문=김기연·유태선 기자] 국내 식품산업과 식품안전의 최상위법인 ‘식품위생법’. 식품위생법 제2조에는 사용되는 용어들을 정리해놓고 있다. 그중 제12항은 “‘집단급식소’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면서 특정 다수인에게 계속해 음식물을 공급하는 시설”이라고 명시했다. 즉 집단급식소는 그 시작점부터 영리추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이 원칙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면서 최근 ‘공공급식’이 국가 식품산업에 ‘화두’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공공급식은 학교급식을 비롯해 군급식, 교정급식, 복지시설 급식 등이 있다. 여기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는 공공급식 분야가 있다.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새롭게 공공급식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는 단체급식 분야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

 

‘유치원3법’이 재조명한 ‘유치원급식’

유치원은 국가법령에서 인정하는 교육기관이다. 교육기관을 인정하는 다양한 법률들과 같이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유치원은 그동안 급식 분야에서만큼은 교육기관이 아니었다. 1983년 제정된 학교급식법에서도 그 대상을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기관’으로만 명시했다.

유치원 ‘무상급식’이 본격화된 시점도 학교보다 늦다. 그 이유는 유치원의 구조에 있었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사립유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았기 때문.

국·공립유치원의 80%는 병설유치원이었고, 병설유치원은 정원이 매우 적어 사실상 보육수요는 사립유치원이 감당하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국가 예산을 개인 사유재산에 투입한다는 점에 대한 저항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에 이르러서 국가가 국·공립유치원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유치원의 역할을 어린이집이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 이후 유치원 무상급식 논의도 크게 힘을 받았다. 그러나 유치원은 여전히 공공급식의 영역 밖에 있었다.

급식비를 지원받는다고 모두 공공급식의 영역으로 넣지는 않는다. 급식 운영 전반이 공공의 영역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학교급식도 2006년 개정된 학교급식법에 따라 전면 직영화되면서 국가에서 급식시설과 인력을 주관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본격적인 공공급식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반면 유치원은 여전히 ‘식품비 일부’를 지원받는 형태에 머물렀다. 무상급식이긴 하지만 공공급식은 아니었던 셈.

이런 가운데 유치원3법이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유치원급식도 적지 않은 변화를 맞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시설기준과 인력 배치 등이 모두 적용받게 되면서 유치원은 공공급식의 한 분야로 편입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이를 위한 혼란과 시행착오도 적지 않게 겪고 있다.

유치원급식 현장, 개선할 곳 ‘수두룩’

지난 20일 본지는 서울시내 2곳의 공립단설유치원을 찾아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과제 등을 살펴봤다. 먼저 찾아간 서울 A단설유치원은 올해 3월부터 서울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단설유치원으로 개원한 곳이었다.

정원은 100명이 넘는 곳이지만 현재 원아 수는 100명 미만. 급식 인력은 조리사와 조리원이 각각 1명씩 배치됐고, 영양사는 인근 또 다른 단설유치원과 함께 공동관리하는 형태였다.

조리실은 1층이 아닌 지하에 있었고, 2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는 2명의 조리종사자가 급식을 준비했다. 또한 급식실이 없어 교실 배식을 하는 이곳은 지하에 있는 조리실에서 1층으로 조리한 음식을 이동시킬 설비마저 갖추지 못해 계단을 통해 옮겨졌다.

A단설유치원의 한 보육교사는 “그나마 현재는 긴급돌봄 아동들만 있어 급식량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A단설유치원 원장은 “최근 지어진 유치원은 그렇지 않지만, 대다수 유치원들은 급식을 인지하지 못한 시점에 설립돼 공간구조와 설계가 급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의 경우 신설 유치원보다 기존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단설유치원’이 많은 탓에 급식을 위한 시설개선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근의 B공립유치원도 조리실이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만 환기가 잘되는 공간이라 큰 문제점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곳도 현재는 긴급돌봄을 신청한 20여 명의 원아들만 급식을 먹고 있지만, 정식으로 개원하면 100여 명에 가까운 원생들이 급식을 먹게 된다.

B유치원 원장은 “시설을 지을 때 급식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조리실이 너무 좁고 아이들 동선도 비효율적”이라며 “교육지원청에서 급식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하라고 해 신청하긴 했지만 사실 개선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학교급식소를 대부분 활용하는 병설유치원은 단설유치원보다 직접적인 영향이 덜한 편이다. 단설유치원에 비해 원아 수가 매우 적고, 체계가 갖춰진 초등학교 급식소를 이용하기에 당장 시설개선 혹은 인력 부담은 없는 실정.

A유치원 원장은 “병설유치원은 평균 원아 수가 50명 미만이라 학교급식법 개정에 따른 적용기준에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30명만 넘어도 사실상 기존에 운영되는 급식소와 다름이 없어 병설유치원을 언제까지 사각지대에만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법령 적용기준, 현장 직시해야

공공급식으로 새롭게 편입 예정인 유치원급식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학교급식보다 규모가 적어 유치원에 적합한 급식시설과 인력기준은 물론 관련 법령의 재정비와 컨트롤타워 설치 등 그동안 각계에서 적지 않게 지적해왔던 문제들이다.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는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으로, 이런 문제점을 교육부가 인지하고, 새로 만들어질 기준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는 유아정책 부서와 학교급식 전담부서가 협의해 각 영역에서 개정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르면 5월 말경 초안을 만든 뒤 의견수렴을 거쳐 7월경 공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크게 주목되는 부분은 법령에 적용할 유치원의 규모를 정하는 것. 특히 법을 개정한 국회 취지와 현 실태, 현장 의견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논의가 필요하다.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에서 ‘K-에듀파인’ 도입을 위해 정한 유치원 규모는 200명이지만, 급식은 집단급식소 신고기준(50인)과 영양사 의무고용기준(100인)이 존재해 200인으로 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소한 100명 이상 유치원부터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공공급식 완성, 식재료부터 교육까지

적용기준이 정해지면 다음 단계는 급식 운영이다. 유아에 적합한 식단과 영양량, 1일 칼로리 섭취기준 등은 교육부에서 기존 정보 등을 검토해 재정립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식재료는 공공급식의 핵심이다. 공식적이고 확인 가능하면서도 안전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야 공공급식의 완성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푸드플랜’은 지역 내 우수한 식재료를 우선 사용하고, 이를 다시 농업·농촌의 활성화로 순환시키는 구조를 담고 있다.

또한 유치원은 학교보다 원아 수가 적고 연령대가 낮아 먹는 양이 학교보다 적은 반면 원아들의 면역력이 낮아 식재료의 안전성 확보는 필수다.

공공급식의 완성에는 식생활교육 체계 도입도 있다. 급식의 목적과 취지, 효과를 피급식자들에게 제대로 알려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과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급식보다 앞서있는 학교급식에서도 제대로 된 식생활교육 체계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의 한 영양교사는 “유치원3법으로 그간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유치원급식이 제대로 정립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며 “교육부가 준비 중인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에 더욱 관심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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