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살리자’ 아우성에 가려진 식재료 공급업체
‘농가 살리자’ 아우성에 가려진 식재료 공급업체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5.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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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전국 지자체, 무상급식비 활용한 농산물꾸러미 사업 추진
배송까지 농협에 위탁, “전문성 발휘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성토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급식 중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친환경 농가를 살리기 위해 전국에서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사업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급식의 주요 주체인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사용하지 못한 무상급식비로 등교하지 못하는 각 학생의 가정에 친환경농산물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하는 계획도 실행 중이어서 이 같은 비판이 더욱 거세다.

서울시(시장 박원순)와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 25개 기초자치단체는 서울시내 86만 명 학생의 가정에 친환경 급식 식재료 꾸러미 전달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번 사업에는 총 86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꾸러미는 바우처 형태로 지급되며, 학생당 10만 원 상당이다. 바우처는 6만 원 상당의 모바일 쿠폰과 4만 원 상당의 농협몰 포인트로 구성된다. 그리고 모바일 쿠폰을 받은 학생의 가정에서 집 주소를 입력하고, 배송을 신청하면 ‘친환경 쌀’(3만 원)과 ‘식재료 꾸러미’(3만 원)가 각각 전달되게 된다.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은 이 과정에서 꾸러미 구성과 배송까지 모두 농협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농협은 하나로마트를 통해 꾸러미를 구성하고, 바우처를 통해 주문한 가정에 배송까지 맡는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 학교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학교급식에 종사해온 서울의 A업체 관계자는 “학교급식 중단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곳은 농가뿐만 아니라 식재료 공급업체들도 마찬가지인데 ‘농가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농협의 구조상 각 가정까지 친환경 식재료를 배송하는 업무까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은 각 지역 농민들과 농업회사법인, 농민들의 자체 유통망인 ‘출하회’ 등을 통해 친환경농산물을 수집한 뒤 전처리, 포장까지는 가능해도 각 가정까지 배달할 수 있는 유통망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친환경농산물꾸러미를 각 가정까지 배달하는 사업을 먼저 시작한 한 지역에서는 일반 택배를 이용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배송조차 시작하지 못한 지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농산물의 특성상 배송이 늦어지면 농산물이 신선도를 잃거나 상할 수도 있어 일반 택배를 이용하면 안 된다”며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한 경험이 있는 공급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A업체 관계자도 “배송까지 농협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친환경농산물 배송 경험을 충분히 갖춘 업체들도 꾸러미사업에 참여시켰어야 했다”며 “꾸러미사업이 전시행정이나 포퓰리즘식 복지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개학 연기로 함께 피해를 보고 있는 식재료 공급업체 등도 살펴보는 보다 세밀한 사업시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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