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진흥원, 선정업체 ‘무자격’ 정말 몰랐나
경기진흥원, 선정업체 ‘무자격’ 정말 몰랐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6.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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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리업체 선정공고,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 없으면 자격 미달
농관원,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 전 인증서상 표시 현행법 위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재)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원장 강위원, 이하 경기진흥원)이 지난 2월 진행한 친환경농산물 전처리업체 선정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시 선정된 업체의 문제를 경기진흥원이 알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선정과정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간부 2명이 최근 퇴사하면서 경기진흥원 내부에 ‘내홍’마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경기진흥원은 명확한 해명 없이 선정과정에서 부당하게 탈락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업체 측에 ‘위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비판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본지 287호·288호(2020년 5월 11일자·5월 25일자) 참조>

경기진흥원은 지난달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A법인을 비롯한 전처리업체 공모 탈락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왜곡된 내용의 보도자료와 기자회견, 감사청구, 검찰 고발 등으로 기관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고, 정상적인 업무도 방해하고 있다”며 “단호한 대처를 위해 지난 13일 고소장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접수했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탈락업체가 제기한 평가 방법상 문제, 친환경 취급자인증이 없는 무자격업체 선정 등은 법률자문과 관계기관에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현재는 퇴사한 경기진흥원 산지지원부 담당부장은 지난달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에 확인했고, 그 내용을 탈락업체들에게 모두 설명했다”며 (질의 시기와 내용 공개에 대해서는)“유선상으로 질의했으며, 언제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질 당시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지난해 3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질 당시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탈락업체들이 제기한 문제의 요지는 “특정 업체들이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에서 품목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은 정부가 인증하는 전문자격으로, 이 인증을 받아야만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할 수 있다.

즉 친환경농산물을 산지 혹은 경기진흥원으로부터 공급받아 전처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경기진흥원 역시 참가자격에 “친환경 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의해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을 득한 업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은 각 농산물 품목별로 인증이 다르다.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을 관할하는 농관원에 따르면, 고구마와 감자는 품목 구분상 ‘서류’(薯類)로 구분하고, 쌀은 ‘미곡류’(米穀類)로 구분하며, 각 품목별로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을 받아야 한다.

경기진흥원의 1월 전처리업체 선정공고를 보면 A부문에는 ▲고구마 ▲감자 ▲당근을 취급하도록 했다. 이 같은 고구마와 감자가 ‘서류’로, 당근은 ‘근채류’(根菜類)로 분류돼 두 가지 인증을 모두 받아야만 참가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탈락업체들이 문제를 제기한 특정 업체는 지난 2월 중순까지 근채류 인증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 농관원 측도 해당 품목에 대한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품목 취급을 인증서상에 표시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농관원 인증관리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취급자인증은 서류심사와 현장 확인을 거쳐 발급한다”며 “공식적으로 품목인증 심사가 완료되기 전 해당 품목을 취급하면 현행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품목 미인증의 입찰자격 적용 여부는 농관원에서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진흥원 역시 지난달 15일 홈페이지에 내건 공지와는 다르게 이미 자격 미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탈락업체 중 하나인 C업체 대표가 지난달 경기진흥원 산지지원부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에도 이 같은 사실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C업체 대표와 전화통화에서 “직원들도 선정된 업체가 설마 미인증 상태였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확인하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탈락업체 대표들은 이 통화 내역 역시 검찰에 추가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업체 대표는 “경기진흥원 직원들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며 “전혀 관계없는 상대평가를 이유로 들어 재공고를 진행했고, 의혹이 증폭되자 문제 제기 업체의 입을 막기 위해 ‘협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진흥원 측은 문제가 있었음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법적인 검토를 충분히 받았다는 입장이다. 경기진흥원 관계자는 지난 2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2월 농관원과 농림축산식품부 자문변호사의 법적 검토를 받은 결과, 일단 취급자인증을 받은 업체는 참가자격이 인정되고, 추후 인증품목은 언제든지 추가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경기도가 직접 감사를 진행해 실수가 있었던 해당 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며 “경기진흥원은 이 모든 문제들을 바로잡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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