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진흥원, ‘무자격업체 논란’ 법률자문 공개
경기진흥원, ‘무자격업체 논란’ 법률자문 공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6.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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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리업체 공모자격 여부, 결국 수사에서 가려질 듯
법조계 일각 “법률자문, 확신 못하고 내린 해석” 우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재)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원장 강위원, 이하 경기진흥원)이 2020년 경기도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전처리업체 선정과정(이하 전처리업체 선정)에서 일었던 무자격업체 선정 의혹과 관련해 ‘해당 업체도 자격이 있다’는 근거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자문변호사의 법률자문을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자격 여부 논란은 이미 검찰에 고소사건으로 접수된 터라 수사에서 가려지게 됐지만, 법조계 일각에서 공개된 법률자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본지 288·289호(2020년 5월 25일자·6월 8일자) 참조>

경기진흥원이 지난 9일 공개한 A변호사로부터 받은 ‘2020년 친환경농산물 전처리업체 취급자인증 관련 질의에 대한 검토의견(이하 검토의견)’은 2월 20일 자로 작성됐다. 이 검토의견은 경기진흥원 측이 2월 19일 농식품부를 방문해 A변호사와 면담을 나눈 뒤 받은 것으로 밝히고 있어 사실상 면담 후 하루 만에 나온 셈이다.

당시 전처리업체 선정에서 부당하게 탈락했다고 주장하는 업체 대표들은 선정된 업체 중 일부가 친환경농산물 취급에 반드시 필요한 품목인증을 받지 않아 공모 참가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먼저 경기진흥원은 ‘(1) A부문(감자, 고구마, 당근) 참가업체들 중 2개 부류(근채류 또는 서류) 및 B부문(양파, 무, 생강) 참가업체들 중 2개 부류(근채류, 조미채소류)에서 1개의 부류에 대해서만 취급자인증을 받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 것이 공고에 위배되는지’와 ‘(2) 질의 (1)번의 업체가 참가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공고일 이후 취급품목을 추가하는 내용의 인증 변경승인을 받아 2개 부류 전부에 대해 취급자인증을 받게 되면 참가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질의했다.

경기진흥원이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부 자문변호사의 검토의견 일부.
경기진흥원이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부 자문변호사의 검토의견 일부.

검토의견에서는 (1)번 질의에 대해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와 20조 등은 유기식품 등 취급자인증을 품목별로 세분화해 구율하지 않고 있는 점 ▲동법 시행규칙 제8조에도 취급자인증 대상을 품목별로 나누고 있지 않은 점 등 11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법률 제20조에 따라 유기식품 등 취급자인증을 받은 업체는 그 인증받은 품목이 무엇인지를 불문하고 참가자격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답변했다.

반면 (2)번 질의에 대해서는 “만일 본건 참가자격 규정을 ‘각 부문별 품목(부류) 전부를 대상으로 포함하는 유기식품 등 취급자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한다면 업체에게 참가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며 “이 해석을 전제로 할 경우 업체가 공고일 이후 취급품목을 추가하는 내용의 인증 변경승인을 받아 2개의 부류 전부에 대해 취급자인증을 받게 되도 여전히 참가자격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업무에 참고하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법률자문이 공개되자 법조계에서는 우려 섞인 의견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같은 법조인으로서 법률 전문가의 해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 법률자문은 변호사 스스로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내린 해석”이라며 “단순히 법령에 구체적 명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인증을 받지 않아도 자격이 인정된다고 하면 품목별 인증제도가 필요 없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고문상에 구체적으로 품목을 나눠 복수지원 가능 여부까지 명시하고, 참가 자격을 제시한 것은 각각의 품목인증이 필요함을 경기진흥원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은 업체도 있었는데 무농약 인증과 유기농 인증의 차이마저 부정하는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논란은 탈락업체 대표들의 제시한 근거자료와 경기진흥원의 법률자문을 받은 검토의견이 상반되는 상황이라 일단 자격 여부에 대한 판단은 검찰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락업체들의 검찰 고소장 제출에 이어 법률자문을 받은 경기진흥원도 해당 업체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한 상태여서 만약 수사 결과가 법률자문과 다를 경우 경기진흥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경기지역 한 급식 관계자는 “자문변호사의 검토의견에서 ‘참고하라’고 표현했다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지기 어려운 법률자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너무 믿고 맞고소까지 진행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써 과도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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