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급식에 이미 한 발짝 들어선 ‘가정간편식’
단체급식에 이미 한 발짝 들어선 ‘가정간편식’
  • 김기연·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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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급식과 가정간편식(HMR) (2)
고정비와 인력 등으로 고교 3식 학교의 HMR 사용은 ‘대세’
일각, “급식소 인력 비롯해 급식산업 위축 가져올라” 우려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유태선 기자] 최근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이 급격하게 식품산업의 주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와 SNS 등에서는 가정간편식을 주제로 보도와 담론을 이어가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기관에서도 관련 산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정간편식이 단체급식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는 역설적이게도 가정간편식의 성장을 가속화시켰고, 이는 단체급식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본지에서는 ‘단체급식과 가정간편식’을 주제로 3회에 걸쳐 기획 보도를 연재한다.
- 편집자주 -

 

단체급식 주요 식재료된 ‘HMR’

가정간편식(이하 HMR)이 단체급식에서 주요 식재료로 쓰이는 사례는 이제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산업체급식은 물론 군급식과 일부 학교급식에서도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HMR이 가장 크게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무엇보다 산업체급식 분야다.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 대형 위탁급식업체들은 각 위탁사업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HMR을 공급해왔다. 이처럼 HMR 사용이 확대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HMR의 종류와 수준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피급식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출 수 있게 됐고, ‘센트럴키친’ 등과도 맞물려 사용이 확대됐다. 초기 HMR이 인스턴트식품에 가까웠다면 최근의 HMR은 맛과 영양 그리고 조리법까지 수준이 향상돼 품질이 높아진 상태다. 아워홈 관계자는 “HMR 발전에는 급속냉동 및 무균 패키징 기술, 초고압 공법, 발열 패드 등 가공기술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요인은 고정비 상승이다. 몇 년 전부터 지속된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 도입은 고정비 상승을 불러왔고, 고정비 상승에 대한 대안으로 센트럴키친과 함께 조리인력 및 조리시간 단축에 효과적인 HMR의 사용량이 함께 늘어났다.

주목할 부분은 학교급식 분야에서도 이미 HMR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급식은 학교급식법과 각종 지침 및 규정에 의해 인스턴트식품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고정비 상승이 고민거리인 것은 학교급식도 마찬가지. 초등학교에 비해 고정비의 더 큰 압박을 받는 3식 고등학교 급식 등에서는 HMR 사용이 ‘피치 못할 선택’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과 추세를 볼 때 단체급식소 전반은 물론 학교급식에서도 HMR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샐러드에서 컵밥과 육개장까지...

현재 학교급식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HMR은 신선편의식품으로, 대표적인 제품에는 샐러드와 조각과일이 있다. 조각과일은 초등 돌봄교실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되고 있는 동시에 급식의 후식류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조각과일은 전문 친환경농산물 유통업체가 제철과일을 이용해 전처리와 소분을 완료하여 1인 분량에 맞게 제공한다. 과일을 소분하지 않고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며, 제철인 경우에는 귤과 사과, 딸기 등이 주로 쓰인다.

가정간편식이 사용된 경기도의 한 고교 급식 식단 모습.
가정간편식이 사용된 경기도의 한 고교 급식 식단 모습.

신선편의식품을 제외하면 디저트류가 절대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주로 사용되는 메뉴는 조각케이크와 베이비슈, 젤리, 음료류다. 이러한 디저트류는 식사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고교부터 사용량이 급증한다. 단가가 적당하고, 조리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도 줄일 수 있어 학교급식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사용량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전해진다. 특히 사람이 직접 손을 대는 조리단계가 줄어들면서 위생적 관리가 가능하고, 준비과정 또한 보다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간편식 사용이 강조되는 최근에는 도시락과 컵밥도 눈에 띈다. 급식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간편히 먹을 수 있는 급식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른바 ‘벌크’형 제품들도 사용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육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일이 야채를 다듬고, 육수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대신해 통으로 조리가 되어 있는 대용량 HMR을 사용하는 식이다.

서울 A중학교 영양사는 “한정된 조리인력으로 모든 메뉴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는데 가장 까다로운 메뉴가 후식류”라며 “식품업계에서 급식에서 쓰일 HMR을 보다 다채롭게 만든다면 디저트류가 먼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식 학교, HMR 더 필요할 수도”

일선 영양(교)사들은 HMR 사용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한다. 그 이유는 역시 비용 탓이 크다. 매년 높아지는 최저임금은 전체 급식비 중 식품비의 비중을 줄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8년 학교급식 실시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2월 28일 기준 급식비에서 식품비 비중은 51.8%까지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실정으로 줄어든 식품비를 대신해 급식의 수준을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선식품 대신 HMR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특히 HMR이 더욱 절실한 곳은 3식 학교다. 무상급식이 완성된 점심 급식과 달리 조식과 석식은 학부모 부담으로 운영되는 지역이 많다. 자연히 학부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급식비 책정이 최소화되고, 급식 운영에서도 비용 절감이 강조된다.

더 나아가 점심에 비해 조식과 석식 식수인원은 최소 1/5에서 1/3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급식 운영은 더욱 힘들다. 이에 따라 3식을 하지만 영양(교)사와 조리 종사자 인력이 여의치 않은 학교는 식수인원이 적은 조식을 위탁급식이나 도시락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경기도 B고교 영양사는 “기숙사 학생을 포함한 3식 학교는 HMR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3식 학교에는 디저트뿐만 아니라 1일 권장섭취량과 기타 영양소 함유량을 맞춘 제품이 있다면 더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HMR 사용 확대, 우려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생관리, 노동 강도, 식재료비 등을 이유로 학교급식에서의 HMR 사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역시 제일 먼저 제기되는 문제점은 ‘인스턴트식품’이 갖는 영양 불균형이다. 특히 알레르기 유발성분 미표시 등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직접 조리를 하면 식재료 선택부터 조리까지 급식실 종사자들이 관리할 수 있어 알레르기 유발성분 차단이 가능하지만, HMR 제품 중 완제품을 사용할 때는 이 같은 위험에 취약한 것은 당연한 일.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HMR을 사용하면 모든 식재료와 조리인력, 급식실 환경이 HMR에 적합하게 바뀔 것이고, 결국 이는 급식산업 전반을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다.

강원도 C영양교사는 “전처리가 필요 없는 HMR이 다수 사용되면 지금처럼 세척구역과 전처리구역, 조리구역 등으로 조리실을 나눌 필요가 없어지고, 이에 따라 조리실 공간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곧 급식소에서 사용되는 조리기기 또한 사용빈도를 줄이게 되어 전체 급식산업의 쇠퇴를 앞당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D중학교 영양사도 “줄어드는 식품비로 HMR 사용이 확대되면 전체 조리인력 감소로 이어지고, 줄어든 조리인력에 맞춰 다시 HMR 사용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현재 여러 가지 실정을 감안해 단체급식 분야를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는 HMR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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