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치매와 삶의 질, 지중해식으로 개선
노인 치매와 삶의 질, 지중해식으로 개선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6.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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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식 식단, 한국인 입맛에 맞춘 KORMED 적용 결과
인지·우울감·배변 개선에 체력 증가 등 긍정 효과 나타나

◆ 연구자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박 유 경 교수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우리나라 노인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한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이 기존 지중해식과 마찬가지로 노인의 인지기능 개선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장수를 위해 필요한 수치들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중해식 식사는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그리스 크레타섬 주민의 전통 식사로, 지난 2010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식단이다.

지중해식 식사는 다양한 만성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입증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위험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이 악화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지중해식 식사의 주된 식품은 생선, 잎이 무성한 채소, 신선한 과일, 전분이 적게 함유된 채소, 콩, 씨앗, 견과류, 콩 등이다. 붉은색 육류를 최소한으로 섭취하되 올리브유를 주요 지방 공급원으로 사용하며, 식사와 곁들이는 가벼운 수준의 붉은 포도주를 권장한다.

또한 노년기의 인지능력 저하에 악영향을 주는 정제된 설탕과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지중해식 식사의 특징이다.

하지만 지중해식 식단의 급원인 올리브유는 우리나라 대다수 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맛과 향이 있으며, 서양식 샐러드와 생소한 해산물요리 또한 한식이 익숙한 우리나라 사정에는 맞지 않았다.

이에 연구자는 기존 지중해식 식단을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Korean-Style Mediterranean Diet, 이하 KORMED)으로 변형하여 치매 가능성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제공하면서 일반식을 하는 노인들과 비교했다.

KORMED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과 향이 나는 된장, 마늘 등의 재료를 올리브유에 첨가해 양념 대용으로 활용도를 높이고, 서양식 샐러드를 대신해 풍부한 국내 쌈채소와 갖은 나물, 겉절이 등을 권장하는 식단이다.

먼저 기존 지중해식 식단의 통곡물 빵, 통곡물 파스타, 통곡물 시리얼을 대신해 잡곡밥과 껍질을 포함한 메밀국수, 통밀국수 등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해산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조리법인 찜이나 숙회로 올리브유와 곁들여 섭취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나머지 음식들은 기존 지중해식 식단대로 붉은색 육류를 적게 섭취하고, 견과류, 달걀, 두부, 과일, 닭가슴살, 요구르트, 치즈를 권장했다.

또한 연구가 실험군 모두에게 균등한 환경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KORMED 급원 식품인 올리브유와 견과류, 생선을 연구 기간 지속해서 제공했다.

연구 결과, KORMED를 6주간 실시한 참가자는 일반식을 진행한 노인에 비해 치매 위험도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여러 수치들이 개선됐다. 이와 함께 실험 중 이탈자가 없었다는 점과 실험종료 4개월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5%가 계속해 KORMED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볼 때 지속 실천 가능성 또한 검증된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치매 위험도를 진단하는 인지기능 검사(K-MMSE) 결과가 개선됐으며, 우울감 수치(SGDS)는 낮아졌다. 운동능력 변화를 위해 4m를 걷게 한 뒤 걷기 속도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실험군의 하체 체력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생활습관을 분석한 결과, 물을 하루 6컵 이상 섭취한 비율은 10% 높아졌고, 채소와 과일을 합쳐 물을 하루 7컵 이상 섭취한 비율도 30%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배변량과 쾌변감이 증가한 반면 배변 중 통증을 경험한 비율은 10% 감소했다.

연구자는 논문에서 “치매 위험도와 우울증 개선 효과는 뇌세포 기능에 도움을 주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견과류와 생선, 올리브유 등의 섭취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운동능력 증가와 배변능력 개선 등은 지중해식 식단을 구성하는 풍부한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KORMED를 실천하는 작은 노력으로도 치매라는 질병이 예방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노인들이 인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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